○소를 이용하여 쟁기로 논을 갈 때 보습이 닿지 않는 구석 땅을 『개자리』 또는 『개자리귀퉁이』라고 한다. 이 개자리는 쟁기가 갈지 못하므로 모를 심기 전에 쇠스랑으로 파헤쳐 잘 고른 다음 모를 심어야 한다.
왜 개자리라고 하였을까? 어렸을 때 들은 어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소작농을 주고는 농사를 잘 짓나 참견을 하려고 나왔을 때 마침 논을 갈라치면 쟁기가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 서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였다는 것, 그렇잖아도 못마땅한 일본인이 잔뜩 찌푸린 인상을 해가지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꼴이 역겨워 주먹으로 한방 올려치고 싶지만 그러다간 당장 소작논도 날라 갈 판이니 그럴 수는 없고 꿀꺽꿀꺽 참으며 일하는 수밖에 . . .
그러다가 일본인이 돌아가면 “재수 없는 놈,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잔소리가 많아, 에이 개 같은 놈”하면서 구시렁대기 일쑤고 이웃 논에서 일하는 사람과 “개 같은 놈이 여기 서서 잔소리 하드라니까” “아 그려? 거기가 개 같은 놈이 서있던 자리여?” 푸념을 주고 받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개 같은 놈이 섰던 자리→개가 섰던 자리→개자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리는 있다고 생각된다. 나라를 잃고 논까지 빼앗겨 소작농으로 떨어지다 보니 불만이 팽배하여 일본인에 대한 반항심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타날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개똥모자』가 있다. 일본말로 『도리우찌』라는 모자를 그렇게 부르는데 도리우찌를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보면 ‘챙이 짧고 덮개가 둥글넓적한 모양의 모자“라고 되어있다. 이 모자는 영국의 『hunting cap(사냥모자)』을 일본에 들여와 도리우찌(トリウチ = 鳥打)라고 바꾼 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개똥모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없는 이름이다.
왜 개똥모자라 했을까? 여기에도 일본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항심이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제시대 일본 고등계 형사들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던 끄나풀들이 주로 도리우찌를 쓰고 다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악명 높았던 그들, 말하자면 개똥같은 인간들이 쓰고 다니는 모자, 그래서 개똥모자가 된 것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좋지 않은 추억이 담긴 모자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생산 판매하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이름이 아직 없어 일본말 그대로 도리우찌라고 사전에 올라 있다. 우리가 쓰면서 개똥모자라 낮잡아 부르기는 그렇고 좀 더 예쁘고 세련된 이름으로 지어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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