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명언

열국지4

구슬뫼 2024. 9. 15. 07:21

 

列國誌 4

다음날 아침, 여불위는 눈을 뜨기가 무섭게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노인은 어느 새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밤새껏 공상을 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 노인과 젊은 보부상은 모두 길을 떠나 버리고 만 것이다.

 

"여보시오, 주인장. 어젯밤 그 노인은 어디로 떠나셨소? "

여불위는 황급히 주인에게 물었으나, 그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불위는 노인을 다시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 그 날 해질 무렵에 한단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물어 보았다.

"아버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사가 어떤 장사라고 생각하십니까? "

"옛날부터 농사를 지으면 10배의 이윤이 생기고, 너처럼 귀물(貴物) 장사를 하면 1 백 배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일러 오느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여불위은, 어젯밤 만났던 노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얘기해드렸더니,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너를 왕후장상의 재목으로 보았다면, 그 노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하긴 너를 잉태 할 때 나는 黑龍이 가슴에 안기는 胎夢을 꾸었느니라. 그러니 너라고 왕후장상이 못 된다는 법 또한 없을 터인즉 지금부터는 뜻을 크게 품고 그 길을 향하여 노력해 가도록하여라." "그런데 사람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야하지요."

그러자 아버지는 고개를 숙여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지금 진() 나라의 왕손(王孫)인 자초(子楚)라는 청년이, 우리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있으니,

그 청년을 가까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 하고 말한다.

"진 나라의 왕손이 인질로 잡혀 와 있다 구요? 지금 그 청년이 어디에 유숙하고 있나요?"

"대장군(大將軍) 공손건(公孫乾)의 저택에서 감시를 당하며 살고 있다 하더라."

 

대장군 공손건이라면 보석 거래 관계로 여불위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아버지의 말을 들은 여불위는 모든 일이 착착 들어맞아가는 것 같아서 꿈이 자꾸만 부풀어 올랐다.

(좋은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겠다. 하루라도 빨리 공손건 장군 댁을 찾아가 자초라는 청년을 직접 만나 보도록 해야지. 강태공이 서백과 친분을 두텁게 맺은 인연으로 제왕이 되었듯이, 나도 자초를 잘만 이용하면 왕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여불위는 가슴에 타오르는 꿈을 품고 아버지 앞을 물러 나왔다.

여불위에게는 본디 마누라가 세 명이 있었다. 남달리 정력이 출중했던 그는 세 명의 마누라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몇 달 전에는 장사 차 초()나라에 갔다가, 일금 2백 냥을 주고, 주희(朱姬)라고 부르는 열여덟 살짜리 계집아이를 네 번째 첩으로 들여왔다.

여불위는 그 아이가 어떻게나 마음에 들던 지, 주희를 데려오고부터는 다른 마누라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며칠 동안 집을 비웠던 그의 발길은, 자기도 모르게 주희의 방으로 향했다. 여불위가 애첩 주희에게 홀딱 반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 남모르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주희의 얼굴이 가히 절세의 미인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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