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1- 생면부지의 만남
춘추 전국 시대(春秋戰國時大), 중국 대륙에는 70여개의 나라가 있었다.
그러나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춘 나라는 진(秦),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등 일곱 나라에 불과하였기에 후세 사람들은 이들의 리더를 전국 칠웅(戰國七雄)이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전국 칠웅시절 때인 조(趙)나라에서 시작한다.
* 성공(成功) 하려면 사람 장사를 하라.
온 산이 꽃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어느 봄날 밤. 조(趙)나라의 산중에 있는 어떤 객줏집에 세 명의 투숙객(投宿客)이 한가한 등불 아래 둘러 앉아 식후의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은, 나이가 30밖에 안 되지만 체격이 우람한 대부호(大富豪) 여불위(呂不韋)라는 거상(巨商)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70객 노인과 20을 갓 넘어 보이는 청년 보부상(褓負商)이었다.
생면부지의 세 사람이 오다가다 날이 저물어 객줏집에서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된 것이었다.
70객 노인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거상 여불위가 나이 어린 보부상에게 물었다. "보아 하니, 자네는 보따리 장사를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해서 언제 돈을 모아 부자가 되겠는가?"
젊은 보부상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보따리 장사를 해서야 어떻게 부자가 되겠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이런 꼴을 하고 다니는 것이지요."
"이 사람아!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농사를 지어먹을 일이지, 무슨 고생을 못 해서 지지리 못나게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부득이 보따리 장사를 집어치우지 못할 상황이라면 하루속히 밑천을 모아 가지고 더 큰 장사를 해야 하네."
"돈을 모으게 되면 어떤 장사를 해야만 대인(大人)처럼 부자가 될 수가 있겠습니까? "
여불위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청년 보부상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며, 특산품(特産品)을 사다가 그 물건이 귀한 곳에다 비싼 값에 팔도록 하게. 가령, 조나라에서는 모직물(毛織物)과 말(馬)이 특산품이고, 제나라는 소금(鹽), 초나라는 금(金)과 귤(橘), 연나라는 대추(大棗), 밤(栗), 한나라는 강궁(强弓)과 옥(玉), 위나라는 피혁(皮革), 진나라는 단청(丹靑)과 명검(名劍)이 특산품일세. 이와 같은 특산품을 돈이 되는 대로 많이 사가지고, 그것이 귀한 나라에 가지고 가서, 비싼 값에 되팔게 되면 대번에 수십 갑절의 이문을 볼 수가 있다네."
장삿속으로 전국 七國을 내 집 드나들 듯이 누비고 다니는 여불위의 눈으로 보면 보따리장수 따위는 너무도 불쌍하게 보여 내친 김에 자신의 상술(商術)을 토설(吐說)한 것이었다.
그러나 등짐장수는 워낙 소심한 청년이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 만, 그렇게 이 나라 저 나라 국경을 맘대로 드나 들기 가 쉽겠습니까?"
여불위는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이거 젊은 사람이 이렇게도 아둔해서야 ... 쯔쯧,
이 사람아! 장사꾼에겐 돈이 장땡인데 국경이 대순가?
젊은 사람이 모름지기 큰 뜻을 가지고 크게 놀아야 할 게 아닌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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