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명언

열국지3

구슬뫼 2024. 9. 14. 10:13

"자네가 알고 싶어 하는 최고의 장사는 바로 '사람 장사'일세."

"..? 사람 장사요?"

여불위는 너무도 뜻밖의 말을 듣고,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랐다.

장사의 방법을 누구 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해 오던 여불위도 '사람 장사'라는 말만은 금시초문(今始初聞)이었다. 그러기에"사람 장사라면, 창녀(娼女)나 노비(奴婢)를 사고 파는 장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캐물어 보았다그러자 노인은 화를 벌컥 내면서, "에끼! 이 벽창호 같은 사람아, 자네는 누구를 뚜쟁이로 알고 있는가?" 하고 호되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여불위는 자신의 실언을 크게 후회하면서, 노인 앞에 넙죽 엎드려 사과하였다.

"어르신! 제가 크게 잘못했습니다.. 저의 장래를 위해 현명하신 가르침을 내려 주시옵소서."

노인은 그제서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단순히 돈을 잘 벌어 모으려면 자네 말대로 특산물 장사가 제일일걸세.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법이야. 돈이 많게 되면 권력도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네.

그러므로 옛날부터 진짜 장사꾼은 돈보다도 권력에 탐을 내는 법이야.

그도 그럴 것이, 권력을 잡으면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거든게다가 그 돈을 관리하는데도 권력만 한 것이 없지."듣고 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그러면 사람 장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옵니까? "

"자네, 태공망(太公望)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일이 있는가? "

"태공망이라면 제 나라의 시왕(始王)인 강태공(姜太公)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래, 알고는 있구만... 강태공은 본디 위수(渭水)에서 낚시질이나 해먹던 늙은이였지.

그런데 그 강태공이 어느 날 낚시를 하다가, ()나라 태자인 서백(西佰)을 알게 됨으로써,

일약 군사(軍師)로 발탁되었다가, 후일에는 제나라의 왕이 되지 않았는가 ? ....

이렇게 강태공이 일국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 부터 서백과 친하게 지냈던 탓이니,

이야말로 <사람 장사>를 잘 한것 아니고 무엇이겠나?

자네는 '사람 장사'야말로 천하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거대한 장사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내 말 알아듣겠나? "

여불위는 노인의 말을 듣고 나자 가슴이 터질 듯한 흥분을 느꼈다.

"어르신의 귀하신 말씀은 가슴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알았으면 됐네. 이젠 그만 하고, 잠이나 자세."

말을 마친, 노인은 돌아 눕기가 무섭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불위는 잠이 오기는커녕 , 조금 전에 노인의 말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와 잠이 오지 않았다. (돈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을 지키려면 권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 아니, 권력만 잡게 되면 돈은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고 말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나는 이제부터는 돈을 모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으려고 힘쓰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니겠나?)

노인의 말을 듣고 대몽(大夢)이 잉태(孕胎)된 여불위는 밤새껏 공상을 하면서, (내일 아침에는 저 노인에게 권력을 잡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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