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명언

열국지2

구슬뫼 2024. 9. 12. 08:51

그러자 아까부터 자는 줄만 알았던 70객 노인이 자리에 누운 채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 젊은 친구가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주제에 제법 큰소리를 치고 있군!"

여불위는 생면부지의 늙은이로 부터 조롱(嘲弄)을 당하는 바람에 일순간 화가 불끈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생각되는 바가 있어서,

"어르신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옵니까?"

하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꿈틀거리며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른다는 말뜻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하며 핀잔하는 어조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여불위는 또 한 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노인의 말에는 자기가 모르는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미소까지 지으며 점잖은 말투로 이렇게 물어 보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씀 자체의 뜻이야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하오나 제가 알지 못하는 <>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 점을 알고 싶습니다."

노인은 그제서야 여불위의 얼굴을 잠 깬 얼굴을 흔들고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허어 ...이제사 자세히 살펴보니 공자(公子)의 관상이 보통이 아닌 걸?

잘하면 후일, 왕후 장상(王侯將相)이 부럽지 않게 되겠는 걸?"

하고 부러운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불위는 노인의 <왕후 장상>이라는 말에 별안간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다.

허우대가 장대하고 기상이 출중하게 생긴 덕택에 오늘날까지 <위장부(偉丈夫)>라는 말은 흔히 들어 보았지만, 자신을 두고 <왕후 장상>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여불위는 노인에게 선뜻 다가가 두 손을 덥석 움켜잡으며 이제까지와 다른 소리로 애원하듯 물었다.

"어르신! 제가 장차 어찌 되겠는지, 그 점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노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자네가 장차 어떤 인물이 될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니, 꿈을 크게 품도록 하게.

다만, 내가 자네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이네."

"<>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싶사옵니다."

"으음, 그것만은 말해 주지 .... 자네는 돈을 모으는 데는 특산품 장사가 제일이라고 했겠다?"

".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일찍이 곤륜산(崑崙山)에서 명옥(名玉)

한 개를 50냥에 사다가, 제 나라 왕후(王后)에게 5백 냥에 팔아넘긴 일도 있습니다. 그러니

장사치고는 이보다 더 좋은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노인은 여불위의 말에 도리질을 하면서,

"못난 소리만 하고 있군! 그러니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네."

"...? 그러면 더 좋은 장사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 "

"있다 뿐인가 ? 자네가 하고 있는 귀물 장사보다도 더 좋은 장사가 있다네! "

"어르신 ! 도대체 어떤 장사길래, 귀물을 파는 것 보다 더 큰 이문을 남길 수가 있다고 하십니까? "

여불위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노인에게 사정하듯이 다그쳐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허허 웃으며 말을 하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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