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는 병,의원이 없어 보건지소를 설치하고, 의대를 나온 초보의사가 군(軍)에 가는 대신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근무케 하는 공중보건의 제도가 있다.
2003년 주산면 보건지소에 80세 정도의 할머니 한분이 찾아와 공중보건의사를 만났다.
보건의 :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할머니 : 허리가 이렇게 저렇게 아파서 왔는데요.
보건의 : 언제부터 아프셨는데요?
할머니 : 한참 되었어요.
보건의 : 아픈지가 얼마나 되었냐고요?
할머니 : 하안-참 되었다니까요.
보건의 : 그러니까 아픈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냐고요?
할머니 : 허참, 하아안∼참 되었다니까 자꾸 물어보네.
보건의 : 참 답답하구만요. 그렇게 말씀하면 알 수가 없지요.
할머니 : 뭐라고? 답답하다고? 뭐 이런 의사가 다 있어, 기가 막혀서 원 . .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 누구의 잘못일까요?
※참이란 옛날 '역참'(驛站)제도에서 유래 된 말이다.
각 고을에 역을 설치하고 멀리 가는 官員에게 숙식과 말(馬)을 제공하는 제도였다.
역(역참)에서 다음 역(역참)까지 가는 거리, 또는 가는 시간을 ‘한참’이라도 했었다는 데 지금은 ‘한참’이라는 말만 남아 일정 시간 또는 기간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1.농사일을 할 때 아침밥과 점심식사 중간, 그리고 점심밥과 저녁식사 사이에 새참을 먹는다.
이를 “때 것을 먹는다.” 또는 “참을 먹는다.”라고 하며 식사부터 새참시간까지 사이를 한참이라고 부른다.
2.매일 일하는 일터(직장)에서 며칠, 몇 주 또는 몇 개월을 쉬면 ‘한참’쉬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규칙적으로 해 오던 기간보다 길게 쉬면 ‘한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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