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는 말
동유감흥록(東遊感興錄)이라는 책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6.4.5.발간된 책자로 일제가 지역의 유력인사들을 모아 일본을 두루 관광시킨 후 돌아와서는 대주민 순회강연을 시키는 등 동화정책을 꾀하였던바 이때 참여했던 사람이 보고 느낀 점을 감상적으로 노래형식을 빌려 쓴 일종의 기행문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청라면 소양리에 주소를 두었던 심복진(沈福鎭)이라는 분으로 일제강점기에 웅천우편국장을 역임했다.
출발하기 전 준비과정과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도연변에 대한 기행문과 그리고 일본행 배 속에서 목격한 당시에 우리나라 백성들의 고생스런 삶이 그려진 부분과 대판(大板) 공업지역에서 본 동포들의 한 맺힌 사연들이 있어 그것을 실었다. 그 밖에 일본의 명승고적이라든지 발전한 공장들의 모습 등을 기록한 부분은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생략했다.
당시의 한글(옛 글체)로 작성하고 한자(漢字)로 토를 달아 놓는 방식으로 쓴 글인데 지금 쓰는 말과 많이 달라 이해하기 불편할 정도이며 띄어쓰기도 안 되어 읽기조차 어려웠다.
원문 그대로 옛 글체로 쓰고, 현재의 맞춤법으로 바꾸어서 그 다른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시찰단출발
시찰단은 한일합병 이후로부터 조선총독부에서 동화정책상 필요로 인정하고 매년 봄, 여름에 단원들을 모집하되 그 자격자는 군수, 면장, 유림영수, 인민대표, 공직자, 지방덕망가급(及) 재산가로서 조직하고, 이에 상당한 여비를 지방비로 보조하며, 단장이 영솔감독하고 여비급(及) 차선임(車船賃)등은 일절 영솔자가 일괄관리하면서 3주 혹은 1개월간, 일본 각 도시명승지로 돌아다니며 행정, 산업, 교육, 풍속, 사정(事情)을 시찰하며 농촌공장의 작업 상황을 실지(實地)관광하여, 유신(維新)이래 오십년간 크게 발전된 실적을 보게 하고, 또한 보고들은 것을 수첩에 기록하여 돌아온(回還) 후 감상록을 도(道), 군청에 제출케 한 후, 각기 사는 근처(所居府近) 면리(面里)를 순회하여 사람들에게 관광사항을 자세히 강연하여 알리고자(使之解得) 함이 그 취지목적이니라.
(원문) 가자가자구경 가자/ 어ᄃᆡ로구경가리 (해석)가자가자 구경 가자/ 어디로 구경 가리
동양선진ᄃᆡ화나라/ 문명시찰구경가자 동양선진 대화나라/ 문명시찰 구경 가자
충남도쳥쥬최로서/ 시찰단원모집ᄒᆞ니 충남도청주최로서/ 시찰단원 모집하니
이십문장사마자쟝/ 남유강회이아니냐. 이십문장사마자장(二十文章司馬子長)/ 남유강회(南遊江淮) 이 아니냐.
동화졍ᄎᆡᆨ만치마ᄂᆞᆫ/ 관광시찰그ᄲᅮᆫ인가 동화정책 많지만은/ 관광시찰 그뿐인가
ᄒᆡ마다봄쳘되면/ 년즁ᄒᆡᆼᄉᆞ비슷ᄒᆞ다 해마다 봄철 되면/ 연중행사 비슷하다
단원덜은누구신가/ 단원자격일너보세 단원들은 누구신가/ 단원 자격 일러보세
디방ᄒᆡᆼ졍관리들과/ 인민ᄃᆡ표공직자며 지방행정 관리들과/ 인민대표 공직자며
ᄉᆞ림영수학자네와/ 황금만릉ᄌᆡ산가라 사림영수 학자 네와/ 황금만능 재산가라
왕복일할예졍ᄒᆞ고/ 경성으로회집ᄒᆞᆯᄉᆡ 왕복일할(往復日割) 예정하고/경성으로 회집할 새
훈시사항ᄇᆞ다보니/ 다심ᄒᆞ기ᄶᅡᆨ이옵다 훈시사항 받다보니/ 다심(多心)하기 짝이 없다
치민ᄒᆡᆼ졍ᄒᆞᄂᆞᆫ으른/ 유치ᄒᆞ게보앗든지 치민행정(治民行政)한 눈으론/ 유치하게 보았던지
어린신랑쟝가갈졔/ 유모교훈비슷ᄒᆞ되 어린신랑 장가 갈 제/ 유모교훈 비슷하되
거문옷슬지어입어/ ᄆᆡ탄그림방비ᄒᆞ고 검은 옷을 지어 입어/ 매탄(煤炭) 그을림 방비하고
박ᄌᆔ우산집고가서/ 자진비를맞지말며 박쥐우산 갖고 가서/ 잦은 비를 맞지 말며
려관드러잘젹에는/ ᄒᆞ녀ᄌᆞ루ᄎᆞᆺ지말고 여관에 들어 잘 적에는/ 하녀(下女)자주 찾지 말고
고초가루쥰비ᄒᆡᆺ다/ 구역날ᄯᆡ먹어보며 고추 가루 준비했다/ 구역 날 때 먹어보며
지리가미가졌다가/ 코풀ᄯᆡ에긴이쓰고 지리가미 가졌다가/ 코풀 때에 긴히 쓰고
슈쳡을낭진엿다가/ 보ᄂᆞᆫᄃᆡ로긔록ᄒᆞ며 수첩일랑 지녔다가/ 보는 대로 기록하며
오쥼눌ᄯᆡ쥬의ᄒᆞ야/ 마루쳥에누지말고 오줌 눌 때 주의하여/ 마루청에 누지 말고
ᄯᅮᆼ눌ᄯᆡ에죠심ᄒᆞ야/ 담ᄇᆡᄌᆡ를틀지말며 똥 눌 때에 조심하여/ 담뱃재를 털지 말며
인ᄒᆡ즁의일키쉬니/ 자유ᄒᆡᆼ동가지말고 인해(人海) 중에 잃기 쉬우니/ 자유행동 가지 말고
수레박휘서루치니/ 한눈을낭팔지말며 수레바퀴 서로 치니/ 한눈일랑 팔지 말며
불뎐신사드러가서/ 가ᄅᆡ침을ᄇᆡᆺ지말고 불전신사(佛典神社)들어가서/ 가래침을 뱉지 말고
공원안에수목에다/ 코를풀어ᄂᆡ지말라 공원 안의 수목에다/ 코를 풀어 내지 말라
식구나루떠러지자/ 단쟝이썩나셔며 식구나루 떨어지자/ 단장이 썩 나서며
하나둘식뎜고ᄒᆞ니/ 즁인소시창피하다 하나둘씩 점고하니/ 중인소시 창피(衆人所視昌皮)하다
32인단원들리/ ᄒᆡᆼ구들을가지고서 32인 단원들이/ 행구(行具)들을 가지고서
제제히느러서니/ 동서의관각ᄉᆡᆨ일네 제제(濟濟)히 늘어서니/ 동서의관(東西衣冠) 각색일 네
와리빗기왕복차표/ 련ᄃᆡ로사논후에 와리빗기 왕복차표/ 연대(連帶)로 사 놓은 후에
친쳑고구전송리에/ 급ᄒᆡᆼ차로올나간다 친척고구(親戚故舊) 전송(餞送) 리(裏)에/ 급행차로 올라간다.
2).철도연변관광
텰도연변광경은, 즉, 로뎡긔니, 경셩역으로붓터, 부산역ᄭᆞ지, 쳔유여리간, 뎡거장, 명층, 급, 부근, 명승고적을, 긔재ᄒᆞ며, 차, 고금력ᄉᆞ샹, 참고ᄒᆞᆯ, ᄌᆡ료가, 유ᄒᆞᆫ쳐ᄂᆞᆫ 젼ᄅᆡ실젹을, 긔입ᄒᆞ야, 독자졔위로ᄒᆞ야금, 샹식을, 보좌코ᄌᆞᄒᆞᆷ이니, ᄌᆞ세이, 살피시면, 졀승ᄒᆞᆫ곳시, 무수ᄒᆞ오이다 |
철도연변광경은 즉, 노정기(路程記)니 경성 역으로부터 부산역까지 천여리간 정거장이름(名稱), 부근의 명승고적을 기재하며 또 고금의 역사상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는 곳은 그 내력을 기록하여 독자로 하여금 상식을 갖게 함이니 자세히 살피면 뛰어난 곳이 많더이다.
남ᄃᆡ문을뒤로두고/ 룡산역에뎡거ᄒᆞ니 경의경원두텰도ᄂᆞᆫ/ 서북으로난워잇고 |
남대문을 뒤로 두고/ 용산역에 정거하니 경의 경원 두 철도는/ 서북으로 나눠있고
한강철교 건너서며/ 노량진 잠간 쉬니 오군문습진(五軍門習陣)터는/ 금고(金鼓)진퇴(進退) 볼 수 없고
일체군신 제사하던/ 육신묘만 소슬(蕭瑟)하며 원로존숭사충서원(元老尊崇四忠書院)/ 면사무소 괴이하다
영등포로도라드니/ 경인션이련락되야 긔계소ᄅᆡ공쟝굴둑/ 일대도시근사ᄒᆞ고 |
영등포로 돌아드니/ 경인선이 연락되어 기계소리 공장굴뚝/ 일대도시 근사하고
시흥 안양 군포 장(場)을/ 얼른얼른 지나가니 서둔(西屯)위에 항미정(杭眉亭)은/ 모범장(模範場)이 거기라네
수원역에 도달하니/ 판관유수 있던데 라 방화수류(訪花隨柳) 옛 정자에/ 화홍문(華虹門)도 의구하고
현융원(顯隆院)의 송백(松柏)빛은/ 구의산(九疑山)이 푸르도다.
지지ᄃᆡ를쳐다보며/ ᄃᆡ황교를바라보 샹하류쳔듸린버들/ 션왕유젹ᄉᆡ롭구나 |
지지대(遲遲臺)를 처다 보며/ 대황교(大皇橋)를 바라보니, 상하유천(上下柳川) 드린 버들/ 선왕유적(先王遺跡) 새롭구나.
병점 오산 서정리를/ 번개같이 지내오다 평택역을 선뜻 거쳐/ 성환역에 물 넣으니
일망무제평원광야(一望無際平原廣野)/ 충청도의 초입이라, 홍경평(弘慶坪) 높은 비석/ 팔만구암(八萬九庵) 있던 데요
송기대위전망비(松琦大尉戰亡碑)는/ 기념백세(記念百世) 새겨있고, 와룡리에 서효부(徐孝婦)는/ 백행지원(百行之原) 장(壯)할시고
텬안역이ᄂᆡ다르니/ 경남텰도락셩되야 온양온쳔ᄂᆡ포방면/ 려객들이분분ᄒᆞ다 |
천안역에 내달으니/ 경남철도 낙성되어 온양온천 내포방면/ 여객들이 분분하다
태조산의 돌부처는/ 학이 와서 만들었고 도현경(倒懸鏡)과 여래치(如來齒)는/ 광덕사의 고물(古物)이라
소정 전의 바로 지나/ 조치원에 도착하니 중앙철도 개통되어/ 충북 물화 교통되고
미호천 지나가서/ 부강철교 얼른 건너
신탄진서강ᄉᆡᆨ보고/ 대젼역의물을가니 호남션이련락되여/ 젼라물산드러오며 |
신탄진서 강색보고/ 대전역에서 물을 갈아 넣으니, 호남선이 연락되어/ 전라도 물산 들어오며
옥천 이원 심천 영동/ 지나면서 황간이라 가학루(駕鶴樓)를 바라보니/ 호서경계 그친데요
츄풍령ᄂᆡ려가니/ 경상도의초입이라 산쳔이수려ᄒᆞ니/ 인걸은디령이라 |
추풍령 내려가니/ 경상도의 초입이라 산천이 수려하니/ 인걸은 지령이라
기호(畿湖)의 사부근본(史部根本)/ 집집마다 고향일세. 금오산 저문 구름/ 감구지심(感舊之心) 절로난다
고려주서(注書) 길야은(吉冶隱)의/ 이군불사(二君不事)굳은 절개, 백이(伯夷)숙재(叔齋) 본을 받아/ 채미정(採薇亭)에 숨었다네.
김쳔역에 당두ᄒᆞ니/ 찰방ᄯᅩ가 거긔 잇서 자젼붓터도회지만/괄목상대발전ᄒᆡᆺ데 |
김천역에 당도하니/ 찰방도(察訪道)가 거기 있어, 자전(自前)부터 도회(都會)지만/ 괄목상대(刮目相對)발전(發展)했데
대신(大新) 구미(龜尾) 지나갈 때/ 강상(江上)철교 장관이며, 약목 왜관 다다라서/ 추로지향(鄒魯之鄕) 바라보니
수사(洙泗)의 내린 연원(連原)/ 낙동으로 흘러들어, 가가(家家)마다 현송(絃誦)이요/ 촌촌(村村)마다 정문(旌門)이라
제현(諸賢) 배출하는 중에/ 여헌(旅軒)선생 나셨도다. 철도건너 고대광실/ 그 집주인 누구신가
20만원 교육기부/ 장길상(張吉相)씨 별장이라
신동지쳔뒤예두고/ ᄃᆡ구역의득달ᄒᆞ니 칠십이쥬주호령ᄒᆞ든/ 경샹감ᄉᆞ잇던데라 |
신동 지천 뒤에 두고/ 대구역에 득달하니 72주 호령하던/ 경상감사 있던 데라.
만호인가(萬戶人家) 즐비하고/ 백화(百貨)무역 번거롭다. 동쪽으로 경편(輕便)철도/ 경주 울산 직통되어
신라고적 탐승객(探勝客)이/ 낙역불절(絡繹不絶) 하는구나. 경산역을 바삐 가니/ 남성현(南省峴)이 내닫는다.
팔조령(八組嶺) 높은 고개/ 십리 수도(隧道) 굉장하다
청도유쳔너머서며/ 남쳔ᄂᆡ다리근너 밀양역에뎡거ᄒᆞ니/ 동향산쳔반갑도다. |
청도 유천 넘어서며/ 남천내 다리건너 밀양역에 정거하니/ 동향산천(棟鄕山川) 반갑도다.
백척(百尺) 영남 제1루는/ 남강(藍江)위에 유구하고, 그림 같은 아미산(峨眉山)은/ 느진 남기(藍氣) 띄었으며
아랑사(阿娘祠) 대숲은/ 천고(千古)원한 머금었고 무봉암(舞鳳庵) 쇠북소리/ 구름밖에 떨어지네.
옛일을 헤아리면/ 남가일몽(南柯一夢) 꿈이로다.
삼랑진다다르니/ 강물우에멀리뵈ᄂᆞᆫ 무지ᄀᆡ긴다리ᄂᆞᆫ/ 마산션이거긔로다 |
삼랑진 다다르니/ 강물위에 멀리 뵈는 무지개 긴 다리는/ 마산선이 거기로다
원동 물금 지나갈 제/ 낙동강이 따라오네. 사고망망평원광야(四顧茫茫平原廣野)/ 보리물결 보기 좋다.
귀포를 얼른 지나/ 부산진에 다다랐네. 그럭저럭 초량건너/ 부산역에 다 왔도다.
만수쳔산번ᄀᆡ갓치/ 슌식간의득달ᄒᆞ니 비쟝방의슐법인가/ 부긔승이되얏고나. |
만수천산(萬水千山) 번개같이/ 순식간에 득달하니, 비장방(費長房)의 술법인가/ 부기승(附驥蠅)이 되었구나.
행장가방수습하고/ 층층 잔교(棧橋) 바삐 내려 대동여관 찾아들어/ 저녁밥을 재촉하고
배 시간을 기다리려/ 대도상(大道上)에 방황타가 용두산에 잠깐 올라/ 시가지를 굽어보니/
번화도 하다마는/ 왕사(往事)를 생각하면/ 황량(黃粱)의 꿈을 꾼 듯/ 촉처(觸處)마다 서굽푸다/
부산이라ᄒᆞᄂᆞᆫ곳은/ 우리나라남방즁진 수군마튼졀ᄯᅩᄉᆞᄂᆞᆫ/ 이디방의샹쟝이라 |
부산이라 하는 곳은/ 우리나라 남방중진(南方重鎭), 수군 맡은 절도사는/ 이 지방의 상장(上將)이라
옥로(玉鷺)부친 첨사도(僉使道)는/ 어디간지 볼 수 없고, 철도연변 언덕 위에/ 진영도(鎭營道)만 황량하다.
물결위에 절영도(絶影島)는/ 저녁안개 띄어있고 우리나라 인연 깊은/ 대마도라 하는 섬
운무 중에 싸여있어/ 바라보기 아득하다.
고루거각ᄒᆞᆫ편ᄶᅩᆨ에/ 반조선식집이있네. 그집일홈무엇고가/ 우리말로왜관이라 |
고루거각(高樓巨閣) 한편쪽에/ 반(半)조선식 집이 있네. 그 집 이름 무엇인가/ 우리말로 왜관이라
정부만리수타향(征夫萬里戍他鄕)은 / 이것 두고 이름인가, 200명의 수조군(軍)을/ 요포(料布)먹여 두었으며
하납미(下納米)를 찾아다가/ 연향공궤(宴饗供饋) 할 적이면, 본관부사 주관으로/ 전후절차 호번(浩繁)하다
이곳 내력 들으려면/ 역사가에 알아보고 그래도 미진커든/ 백구(白鷗)더러 물어 보소
그럭져럭ᄂᆡ려와서/ ᄒᆡ관으로다다를제 교환소에잠간드러/ 일본지폐박궈ᄂᆡ여 |
그럭저럭 내려와서/ 해관(海關)으로 다다를 제 교환소에 잠깐 들러/ 일본지폐 바꿔내어
부두위로 걸어 나가/ 배 떠나기 고대할 제 항구를 살펴보니/ 우선, 상선(郵船, 商船) 무수한데
바다위에 옮겨지은/ 경복, 덕수(景福, 德壽) 큰 누선(樓船)은, 둥실둥실 창랑(滄浪)위에/ 부가범택(浮家泛宅) 되어 있어
문무의관(文武衣冠) 볼 수 없고/ 품팔이만 들락날락, 우리일행 우대(優待)바다/ 행리수험(行李搜驗) 하지안테
3).연락선창경환
련락션, 챵경환은, 도일려ᄀᆡᆨ의, ᄒᆡ륙교통을, 편리키, 위ᄒᆞ야, 부산으로, 붓터, 하관ᄭᅡ지, 일ᄇᆡᆨ이십ᄒᆡ리를, 긔차와, 련락ᄒᆞᆫ, 긔션이니, 기졔도가, 굉장ᄒᆞ고, 쟝식이, 화려ᄒᆞ야, 일이ᄉᆞᆷ등의, ᄀᆡᆨ실구별이, 유ᄒᆞ며, 식당, 다과졈, 화쟝실, 셰면소의, 셜비가, 극히 졍결ᄒᆞ야, 평균 쳔여명의, 려ᄀᆡᆨ을, 능히, 용납게ᄒᆞ되, 긔차가, 부산역에, 도착ᄒᆞᄂᆞᆫ, 동시, 긔션도, 입항ᄒᆞ야, 약, 이시간, 유ᄃᆡ하얏다, 츌범ᄒᆞ야, 하관에, 도착ᄒᆞᄂᆞᆫᄃᆡ, 션함이, 부두, 목조션챵과부합ᄒᆞ야, 등션ᄒᆞ기, 용이ᄒᆞ며, 션톄가, 거ᄃᆡᄒᆞ야, 하여ᄒᆞᆫ, 광풍노도가, 격심ᄒᆞᆯ지라도, 톄요긔현의, 폐가, 무ᄒᆞᆫ지라, 션즁에서, 기셜비, 급, 광경을, 긔록ᄒᆞᆫ게니라 |
연락선 창경환(昌慶丸)은 일본으로 가는 여객의 해륙교통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부산으로부터 하관까지 120해리를 기차와 연락하는 기선(汽船)이니, 그 제도(其制度)가 굉장하고 장식이 화려하여 1.2.3.등의 객실구별이 있으며 식당, 다과점, 화장실, 세면소의 설비가 극히 정결하여 평균 천여 명의 여객을 능히 탈수 있게 하되, 기차가 부산역에 도착하는 동시 기선도 입항하여 약 2시간 대기하였다 출범하여 하관에 도착하는데, 배가 부두 목조선창과 붙어 승선하기 쉬우며 선체가 거대하여 어떠한 광풍노도가 격심할지라도 배가 흔들릴(體搖氣眩) 염려가 없는지라 배안에서 설비 등 광경을 기록한 것이다.
※필자 주 : 이 책의 저자는 2등 실로 배정되었고 오후 8시에 출항하여 10시간 항해 끝에 일본에 도착했다고 기록하였으며, 항해 중 배안의 여러 곳을 구경하던 차에, 3등 실에서 살기 어려워 일본으로 돈벌이 가는 평민들이 서로 자탄가를 주고받는 광경을 보고 처소로 돌아와 삼페인을 들이켰다고 했다.
아마도 측은한 백성들의 자탄가를 들으면서 기분이 울적해서 술로 달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서슬 퍼런 일제치하에서 겉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평소의 불편했던 심기를 가엾은 백성들의 자탄가형식(뒤에 나오는 대판공업지대 노동자들의 신세타령과 함께)을 빌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배안의 구경부분도 다른 내용은 빼고 평민들의 ‘자탄가’ 부분과 저자의 ‘울적한 기분’부분만 올린다.
(자탄가부분)
삼등실노ᄂᆡ려가니/ 한구셕에모혀안진 흰옷입은조선ᄉᆞᄅᆞᆷ/ 자탄가를 부르ᄂᆞᆫᄃᆡ |
3등실 내려가니/ 한구석에 모여 앉은 흰옷 입은 조선사람/ 자탄가(自歎歌)를 부르는데
반갑도다. 반갑도다./ 그대들은 어디가나. 머리위에 수건 쓰고/ 동저고리 바람으로
말도 쓰지 못하면서/ 맨손 쥐고 어디가나 만리(萬里) 동행 하는 터에/ 말 좀 들어 보고지고
한ᄉᆞᄅᆞᆷ이썩나서며/ ᄂᆡ셔름을드르시요 박토나마논밧ᄯᅫ기/ 다쥬농ᄉᆞ지어쥬고 |
한 사람이 썩 나서며/ 내 설음을 들으시오 박토(薄土)나마 논 밭떼기/ 지주농사 지어주고
게딱지의 집 간 조차/ 고변악채(高邊惡債)집행(執行)만나, 쪽박살림 파산하고/ 부모처자 갈라서서
유리(流離)구걸 다니다가/ 모진 목숨 끊지 못해 극락세계 일본으로/ 돈을 벌려 가려하오.
한슘ᄉᆔ고눈물지며/ 목이ᄆᆡᆨ혀말이읍없네 어림업네될말인가/ 밧비밧비물너가소 |
한숨 쉬고 눈물지며/ 목이 막혀 말이 없네. 어림없네. 될 말인가/ 바삐바삐 물러가소.
그대들은 내 땅에서/ 이것저것 다 뺐기고 산도 설고 물도 선데/ 누가 돈을 먹일 텐가
신세 생각 가련치만/ 우리 갈 곳 바이없네. 울지 마소 울지 마소/ 권고(勸告) 할 제 울지 마소.
그대 뿌린 붉은 눈물/ 검은 바다 적시 운다. 처소로 돌아와서/ 초인종 얼른 눌러
삼편(三鞭=샴페인?) 한 병 갖다놓고/ 통음삼배(痛飮三盃)하고나니, 벽상에 걸린 괘종 상오 칠점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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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판(大板)공업지대에서 만난 동포들의 애환
군노(軍奴)사령(使令)출신, 홍문(紅門)안의 사대부출신, 양반 갑족 출신, 어부출신, 숯 구워 팔던 사람, 농사꾼출신 등 여섯 사람의 신세타령을 책에는 수록했으나 너무 길어 농사꾼 출신 한사람만 기록한다.
-전략-
ᄯᅩ한사람썩나서며/ 그게무ᄉᆞᆷ슯음이냐 진졍슯음드르랴면/ ᄂᆡ슯음을드러보라 |
또 한 사람 썩 나서며/ 그게 무슨 슬픔이냐 진정 슬픔 들으려면/ 내 슬픔을 들어보라
내 팔자는 기박(奇薄)하여/ 조실부모 하고 난 후, 머슴방에 자라다가/ 머슴노릇 천(薦)을 틀 새
무의무탁(無依無托)고용살이/ 부지런 이 밑천이라, 가진 농역(農役) 세찬 센 일/ 하나 못할 것이 없어
오 유월 짧은 밤에/ 짚신 삼고 멍석 틀고 동지섣달 설한풍에/ 새벽에 나가 오줌주어
잠시 놀 덜 아니하니/ 상상(上上) 머슴 공론 돌아, 예서 오라 제서 오라/ 사경(私耕)돈 점점 늘어
사오필(四五匹)의 도조 소(牛)와/ 수 십 석의 장리(長利)벼를, 여기저기 늘어놓아/ 이 소문이 절로 나니
ᄯᆞᆯ둔사람ᄌᆡᆼ두ᄒᆞ며/ 사외ᄉᆞᆷ기ᄌᆞ쳥ᄒᆞ야 주간거ᄅᆡᄒᆞᆫ연루에/ 젼안초례ᄒᆞ고나서 |
딸 둔 사람 정두(爭頭)하여/ 사위삼기 자청하여, 주단(柱單)거래 한 연 후에/ 전안(奠雁)초례(醮禮)하고나서
화촉동방 늙은 신랑이/ 좋은 마음 어떠하랴 하루지내 바로 신행/ 세간살이 시작하고
일가창립 하고나니/ 호별할(戶別割)을 무는구나. 착실근농(着實勤農) 선성(先聲) 높아/ 전답 얻기 용이하다.
논 섬지기 첫해 농사/ 남과 같이 되었건만 구실도조(賭租) 다 제하니/ 나 먹을 게 하나 없어
타작마당 개상머리/ 빗 자락 만 들고 나네 내년이나 후년이나/ 조금 날까 바라노라
식구대로 희생되어/ 지주농사 지어주니 구실이며 일 년 소입(所入)/ 찾을 곳이 바이없다
열다셧ᄒᆡ머슴살며/ ᄀᆡ미금탑모듯ᄒᆞᆫ돈 사년농ᄉᆞ바라지로/ 호박씨ᄭᅡᄒᆞᆫ입느코 |
열다섯 해 머슴 살며/ 개미 금탑(金塔) 모으듯 한 돈, 사년 농사뒷바라지로/ 호박씨 까 한입에 넣고
빗장이에게 정장(呈狀)만나/ 가산(家産)집행(執行) 된단 말인가, 천하대본 농사짓다/ 패가망신 웬일이냐
지원극통(至冤極痛) 뼈아프니/ 까닥이나 알고 보소, 전답매매 자주 되어/ 파는 대로 가도(加賭)하고
인심 좋게 감해주되/ 소출대로 다 뺏으며 도량형법 실행하니/ 갓모받자 저울질로
이백 여근 받아가니/ 한 섬이면 삼십 두요 지세(地勢)령은 지주에게/ 세금부담 시킨 다데
작인에게횡증함을/ 수슈방관취톄읍고 답주이나사음에겐/ 구상젼을성기드시 |
작인에게 횡징(橫徵)함을/ 수수방관 취체(取締)없고, 답주(畓主)나 사음(舍音)에겐/ 구(舊)상전(上典)을 섬기듯이
산채나물 애호박에/ 엿동고리 연계(軟鷄)닭을 제철 찾아 진상하고/ 노안비슬(奴顔婢膝)업쳐뵈되
태산이나 떠다 준 듯/ 권리사용 너무 하여 배짐 삯과 두렁 세는/ 포도군관 요패(料牌) 떼 듯
가뭄 끝에 비오시면/ 먼저 불러 모심기기 채종(菜種) 한 홉 나누어주고/ 벼 한말 식 거두어 먹기
도조 실어 가져가면/ 풍구키질 실컷 한 후 마량(馬粮)먼저 떼어 놓고/ 술 한 잔도 안 주기와
시셰ᄶᅩ차츌포기시켜/ 사오십리가게ᄒᆞ니 항우갓튼용ᄆᆡᆼ인들/허여나기바이읍다 |
시세 쫓아 출포(出浦)시켜/ 4∼5십리 가게 하니 항우 같은 용맹(勇猛)인들/ 헤어나기 바이없다.
유유창천(悠悠蒼天) 하나님아/ 이것 하감(下鑑)하옵소서, 그럭저럭 탕패(蕩敗)된 후/ 젊은 아내 이별하고
다시 돈을 잡아보려/ 이 고장에 들어오니 애고 애고 서러워라/ 이 신세를 어이 하리
잇달아 나서면서/ 슬픔타령 한이 없다
5).관광한 곳
하관해협(下關海峽)→구주북부(九州北部)의 공업지→팔번제철공장(八幡製鐵工場)→복강방면(福岡方面)→대일본맥주주식회사 박다공장(博多工場)→구주제국대학의과부속병원→복강현립농사시험소→ 암도(巖島)→오군항급 신호항(吳軍港及神戶港)→대판(大板)→내량공원(內良公園)→명고옥 횡빈급 장야현(名古屋橫濱及長野縣)의 편창제사(片倉製絲)주식회사→동경(東京)→일광(日光)→적지촌(積志村)→경도(京島)→비파호급 도산어릉(琵琶湖及桃山御陵)
6).여행을 마무리하며
금번각쳐의명승고젹를시찰할시의소작ᄒᆞᆫ시률이긔슈가유ᄒᆞᄂᆞ일일히긔ᄌᆡ키난ᄒᆞ기단의서소작ᄒᆞᆫ일수만좌와여히긔록하로라
이번 각처의 명승고적을 시찰할 때 지은 詩律이 몇 수 있으나 일일이 기재키 어려워 단지 東京에서 지은 한 수만 아래(左)와 같이 기록하노라.
텬ᄋᆡ승상츤동경 쟝관평ᄉᆡᆼ유차ᄒᆡᆼ 만국주거ᄅᆡ외디 구가풍물ᄃᆡ도셩
天涯勝狀擅東京 壯觀平生有此行 萬國舟車來會地 九街風物大都城
각공긔계신난측 이양루ᄃᆡ견텹경 귀후혼여경일몽 유유ᄀᆡᆨ관원인졍
各工機械神難測 異樣樓臺見輒驚 歸後渾如經一夢 悠悠客館遠人情
ᄒᆡ왈이글ᄯᅳᆺ은ᄒᆞᄂᆞᆯ가에승한형상은동경을츤단ᄒᆞ니장관ᄒᆞᆫ평ᄉᆡᆼ의이ᄒᆡᆼᄒᆞᆷ이잇도다만국의ᄇᆡ와슈ᄅᆡ가와모히ᄂᆞᆫᄯᅡ이요구가의풍경과물색은큰도읍셩일너라각공장에기계는귀신도측량키어려웁고긔이ᄒᆞᆫ모양의루와ᄃᆡ는볼젹마다놀랍도다도라간후에혼연히한ᄭᅮᆷ을지ᄂᆡᆫ듯ᄒᆞᆯ것시니유유히ᄀᆡᆨ관의먼ᄃᆡᄉᆞ람졍회로다
(東遊感興錄卷之終)
해석하면 이 글 뜻은 하늘가에 승(勝)한 형상은 동경을 천(擅)단하니 멋대로 다니니
장관(壯觀)한 평생의 이행함이 있도다. 만국의 배와 수레가 모이는 땅이요 구가(九街)의 풍경과 물색은 큰 도읍(都邑)성(城)일러라. 각 공장에 기계는 귀신도 측량키 어렵고 기이한 모양의 누(樓)와 대(臺)는 볼 적마다 놀랍도다. 돌아간 후에 혼연히 한 꿈을 지낸 듯 할 것이니 유유(悠悠)히 객관의 먼데 사람 정회(情懷)로다.
(동유감흥록 끝)
맺는 말
일찍이 훈민정음해례본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읽기조차도 어려움을 경험하며 말이라는 게 세월이 흐르며 많이 변한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그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훈민정음은 그래도 수백 년 전에 쓴 것이니 변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나온 지 불과 100년이 못 된 책인데도 지금 우리가 쓰는 말과 다른 말(발음, 맞춤법)이 너무 많아 놀라웠다.
다행히 한자(漢字)로 토를 달아 놓았기에 모르는 부분은 그를 통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쓰는 말이 다시 100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할까?
또 얼마나 변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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