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우리말 사랑

부름 말의 현상과 문제점

구슬뫼 2023. 10. 8. 15:59

친족관계 / 사회적 관계

 
사람은 부모형제 일가친척과 같이
태어나면서부터 혈연으로 이루어진 친족관계와
자라고, 배우고, 생활하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로
살면서 서로를 부르는 말들이 있다.
그중 친족 간 부름말은
너무 복잡하고 변하지 않는 반면
사회적 부름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격상된 표현이 너무 많다.
두 가지 부름말의 현상과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친족 간 부름말

. 복잡한 부름말

. 부름말을 모르는 사람들

. 남녀차별이 심한 부름말

. 부름말과 관련한 갈등

. 시대감각에 떨어지는 부름말

. 친족 간 부름말 개선을 바라는 움직임들

 

2.사회적 부름말

. 빠르게 변화하는 부름말

. 친족 간 부름말의 사회적 부름말 화

. 바람직한 부름말을 많이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3. 맺는 말

 

 

1.친족 간 부름말

. 복잡한 부름말

촌수 성별 친족 배우자의 친족
2 손위 누나 처남 처형
아래 동생 누이 처제
손위 오빠 언니 아주버니 아가씨
아래 동생 동생 도련님(서방님)
3 큰아버지 고모 ()삼촌 ()고모
삼촌/작은아버지
아래 조카 조카 ()조카 ()조카
큰아버지 고모 ()큰아버지 ()고모
삼촌/작은아버지 ()작은아버지
아래 조카 조카 ()조카 ()조카
4 사촌형 사촌누나 (사촌)처남 (사촌)처형
아래 사촌동생 사촌누이 (사촌)처제
사촌오빠 사촌언니 (사촌)아주버니 (사촌)아가씨
아래 사촌동생 사촌동생 (사촌)도련님(서방님)
5 당숙 당고모 ()당숙 ()당고모
아래 당질 당질 ()당질 ()당질
당숙 당고모 ()당숙 ()당고모
아래 당질 당질 ()당질 ()당질

 

. 부름말을 모르는 사람들

위 표와 같이 친족 간 부름말은 복잡하고, 표 외에도 6촌은 재종, 7촌은 재당숙, 8촌은 삼종, 9촌은 삼종숙, 10촌은 사종(재삼종)이라 하여 복잡한 부름말들이 정해져 있고, 10촌을 넘으면 비로소 촌수를 넘었다고 하며 아버지와 같은 항열(行列)을 가진 사람에게는 숙항(叔行)이라 해서 아저씨, 그리고 할아버지 이상 되는 항열을 가진 사람에게는 조항(祖行)이라 해서 대부(大父)라고 부른다.

어디 그뿐인가, 고모의 자녀는 내사촌(고종사촌 =내종사촌/보령서천을 비롯한 충남북부지역, 군산 익산 등 전북북부지역에서 내사촌이란 사투리를 쓴다.) )이고, 외삼촌의 자녀는 외사촌(외종사촌)이고, 이모의 자녀는 이종사촌이고, 외삼촌은 상대방(누나나 누이의 자녀)을 생질, 이모는 상대방(자매의 자녀)을 이질이라고 하니 너무 복잡하여 젊은 사람들은 물론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까지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며 심지어 공공성격을 가진 언론에서까지 잘못된 부름말을 사용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TV연속극에서 나이 많은 고모를 어린이가 고모할머니라고 부른다거나 역시 나이 많은 이모를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는 경우를 볼 수 있고, 이모의 딸 즉, 이종사촌을 외사촌이야 이모의 딸이지라고 소개하는 경우, 누나의 아들 즉, 생질을 외조카라고 부르는 경우, 할아버지의 동생 즉, 작은할아버지를 삼촌할아버지라고 하는 경우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특히 외조카라는 말은 연속극뿐이 아니라 TV뉴스와 신문 등에도 가끔 등장하는데, ()조카, 처조카, 생질(甥姪), 이질(姨姪)은 있어도 외조카라는 친족은 없는 말이다.

연속극이 방송되기까지, 작가, 피디, 배역을 맡은 배우는 물론 관계직원들도 많이 보았을 것이며, 뉴스도 방영되기까지 다듬고, 읽어보는 등 수많은 사람들을 거쳤을 터인데 이런 잘못된 부름말들이 바로잡아지지 않고 방송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친족 간의 부름말이 그만큼 복잡하고 이를 알려는 의식이 부족한 때문일 것이다.

 

. 남녀차별이 심한 부름말

1). 부부간에 배우자의 가족을 부르는 말에 차별이 있다.

구분 남편 아내
배우자의 아버지 장인어른 아버님
배우자의 어머니 장모님 어머님
배우자의 형, 누나, 언니 처남 아주버님
처형 형님()
배우자의 동생 처남 도련님(결혼 후 서방님)
처제 아가씨

 

2). 자녀들이 친가와 외가를 부르는 말에도 차별이 있다.

구분 친가 외가
부모의 부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부모의 모 할머니 외할머니
부모 형과 배우자 큰아버지, 큰어머니 큰외삼촌. 큰외숙모
부모의 남동생과 배우자 삼촌(작은아버지),작은어머니 작은외삼촌. 작은외숙모
부모의 여형제와 배우자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
부모의 조카 사촌, 내사촌(고모자녀) 외사촌, 이종사촌(이모자녀)

 

. 부름말과 관련한 갈등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편이 처가 쪽의 친족을 부르는 말은 평범하지만 아내가 남편의 친족을 부르는 말은 극존칭을 사용한다. 다만 요즘은 장인을 아버님, 장모를 어머님이라고 부르고, 손위처남을 형님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불평등이 조금씩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한편 자녀들이 친가 쪽 친족을 부르는 말과 다르게 외가 쪽 친족을 부르는 말에는 ()’자를 붙인다. 특히 친가 쪽은 삼촌이 결혼하면 작은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외삼촌은 결혼 후에도 계속 외삼촌으로 부르며, 아버지의 형 부부를 큰아버지(伯父), 큰어머니(伯母)라고 하면서 어머니의 오빠 부부는 외백부(外伯父), 외백모(外伯母)라 하지 않고 큰외삼촌(큰외숙), 큰외숙모라고 하여 여전히 작은이라는 뜻의 숙()자를 쓴다.

이와 같이 부름말에서 남녀의 차별, 친가와 외가의 차별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 시대감각에 떨어지는 부름말

요즘 사용하는 친족 간 부름말은 멀리는 씨족사회에서부터 시작해 대가족제도로 이어지는 생활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바, 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면서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쓰고 있어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다가 결혼 후에는 서방님, 남편의 여동생은 아가씨라고 하는 바 이는 많은 여자들이 기피하는 부름말이고, 남자들까지도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라는 말은 어색하다고 고쳐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 친족 간 부름말 개선을 바라는 움직임들

(참고: 호칭어사용의 갈등 양상과 적절한 호칭어 사용을 위한 제언(한성대 상상력 교양교육원 부교수 이은미)

학계: 국어학회, 국립국어원, 한국화법학회, 한말연구학회, 한국사회언어학회 등 관련기관단체들을 중심으로 많은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학술대회, 실태조사, 논문발표 등을 통해 발표 집학회지를 발간하는 등 부름말개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언론계: “헷갈리는 친족 간 호칭이.... 시대는 변했는데 성차별 여전”(세계일보2016.6.7.), “남편가족 높이는 도련님, 서방님 남성57% 바꿔야”(한국일보2018.11.1),

국민 87.8% 도련님, 아가씨 호칭 바꿔야”(노컷뉴스 2018.11.1.) 등 언론에서 줄곧 친족 간 부름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청원 : 친족 간 부름말 개선을 원하는 첫 청원이 2017.9.17. 접수되면서 2018.8월까지 무려 36건이나 접수 되는 등 부름말 개선을 바라는 욕구가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있었던 대표적인 청원제목의 예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여성이 결혼 후 불러야 하는 호칭개선 청원합니다.(2017.9.17./ 33,329명 동의)

결혼 시 양가 불평등(아가씨, 도련님, 처형, 처제) 청원.(2017.12.4./ 2,4458명 동의)

불평등한 가족 호칭부터 변해야 합니다.(2018.2.17./ 1,228명 동의)

양가 불평등 호칭을 중성적 또는 평등한 호칭으로 개선 요청 드려요.(2018.3.22./ 587명 동의)

남녀 성차별 단어 개정과 폐지요구(2017.5.22./ 871명 동의)

부계와 모계친족의 호칭을 평등하게 바꿔주세요(2018.6.18./ 1,303명 동의)

 

이와 같이 친족 간의 부름말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고 실제로 개선코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정부에서도 여성가족부를 통해 양성평등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름말부분에서 장인을 아버님, 장모를 어머님으로 불러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2.사회적 부름말

. 빠르게 변화하는 부름말

호칭의 변화 : (서방양반선생님, 사장님, 회장님,

앞에서 살펴본 친족 간 부름말은 거의 변하지 않은데 비해 사회적 부름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주 빠르게, 그리고 점점 격을 높이는 말로 변화한다.

개화기를 거치면서 모든 국민들이 성()을 가지게 되자 평민들은 성() 앞에 가()를 붙여

김가, 이가 등으로 불렀고 일부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을 중심으로 김서방, 이서방 하고 서방을 붙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사위를 부를 때 김서방, 이서방하고 부르는 것을 볼 수 가 있는바 서방이란 말의 잔재가 남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사람들이 가()를 붙이게 되자 1950년 전후해서 일부 지식층을 중심으로 격을 높여 씨()를 붙이기 시작하더니 그 추세는 국민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나가, 얼마 가지 않아 가()는 하대하는 말이 되어 슬그머니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김씨, 이씨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부름말의 격상이 시작되었는데 보통사람들까지도 씨를 붙이자 양반/상인을 따지는 의식이 남아있는 영향이었는지, 식자층 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층 더 격상된 양반이라는 부름말을 쓰기 시작해 서울양반, 시골양반, 바깥양반, 안양반, 이양반, 저양반하며 양반이란 부름말을 사용 하게 되었고, 김씨, 이씨도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부름말이 되어 그렇게 불리는 사람은 몹시 기분 나빠 하므로 얼마 못가서 양반이란 말도 모든 사람들에게 쓰이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다음으로 선생이라는 더욱 격상된 부름말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따라서 양반이란 말도 하대하는 부름말이 되어 이 양반(저양반)이 어쩌고하면 듣는 사람은 섭섭해 하게 되었다.

 

한편 1960년대에 들어서 급격한 경제성장이 시작되어 창업 붐이 일어나 크고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자 선생이란 부름말과 함께 사장님이란 부름말이 생겨나 유행하게 되었으니 심지어 노랫말에도 길을 가다가 사장님 하고 살짝 불렀더니 열에 열 사람 말없이 돌아보네요 . . .”이하 생략(제목 : 몽땅 내 사랑/ 노래 : 현미)라는 유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선생님, 사장님이란 부름말이 수 십 년 간 쓰여 지면서 요즘에는 거기에 회장님, 사모님()까지 등장하여 함께 쓰이는데 앞으로 또 어떤 격상된 부름말이 생겨날지 궁금하다,

 

한편 요즘도 나이가 지긋한 중, 장년층에서는 자신을 남에게 소개할 때에 ○○김가에 이름은 ⏻⏻입니다라고 말해야지 ○○김씨에 이름은 ⏻⏻입니다라고 소개하면 무식한 사람, 또는 상놈이라고 욕을 먹는 풍토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바. 이는 겸손이 미덕이라는 의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는 자신을 낮춰 김가 또는 이가라고 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김씨 또는 이씨라고 해서 빈축을 사기도 하고, 심지어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김씨 손들어봐이씨 손들어봐라고 하는 곳도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높임말인 를 붙여주는 게 어색하게 생각된다.

또한 부모님 성함을 소개할 때는 ○○김씨에 함자(이름자)자입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이를 잘못 인용해 학생에게 네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 때 , 김자 자입니다.”라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는 바, 제 이름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저를 높여주는 잘못인줄은 모르는 것이다.

 

. 친족 간 부름말의 사회적 부름말 화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전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을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러왔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늙는 것을 싫어하며 비록 자신은 늙었으나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 자기를 할아버지, 할머니로 부르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요즘 60을 갓 넘긴 초기 노인에게 그렇게 부르면 몹시 기분 나빠한다.

친구 중에 40대에 이미 머리가 하얗게 센 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머리색만 그렇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중년이었다. 그가 50세가 채 못 되었을 때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가 성주산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길에 대여섯 살 꼬마를 데리고 휴양림에 들어가는 젊은 아낙네와 마주쳤다.

때마침 그 꼬마가 산길을 가기 싫다고 칭얼대며 버티니 아기엄마가 지나가는 을 가리키면서 저거 봐, 저렇게 머리 하얀 할아버지도 다녀오시잖아?”라면서 꼬마를 설득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확 잡쳤다고 한다. 이라는 친구도 이제 그 이야기를 하며 껄껄 웃는 70대 후반이 되었지만 초로의 노인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기분 좋은 부름말이 못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부쩍 늘어나는 어르신이라는 부름말은 늙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노인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어머님, 아버님

요즈음 어머님, 아버님이란 부름말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백화점을 비롯해 은행, 음식점, 병원 . . . .등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손님이나 환자를 부를 때 스스럼없이 이 말을 쓰고 심지어 관공서에서까지 젊은 직원들이 민원인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머님, 아버님이란 부름말처럼 내 부모를 모시는 마음으로 응대하여 사회 전반에 서비스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부름말이 누구나 믿고 찾을 수 있는 가게, 부자나 서민 차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힘이 되어주는 은행, 친절하고 맛깔 나는 식당,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는 병원, 국민의 입장에서 일하는 관공서 . . . 그리하여 모두가 믿고 사는 훈훈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40세가 넘은 직원이 10여년 위인 50대 손님에게 어머님, 아버님하고 부르면 어울리지 않을 것이고, 요즘 독신자가 많은 시대인데 자녀를 가져보지도 못한 5060대 독신남(독신녀)에게 그렇게 부르면 어색할 것 같다.

 

아저씨, 아주머니

아저씨, 아주머니는 나이가 든 중년 남자와 여자를 부르는 대표적인 말이지만 요즘에는 부름말의 격상화가 심해지다 보니 이 말들도 격이 낮은 부름말로 변화되고 있다. 아저씨라는 말은 비교적 사용이 적은 편이지만, 아주머니는 아줌마로 압축되어 충청도 아줌마, 경상도 아줌마, 자갈치 아줌마, 식당 아줌마, 등으로 흔하게 쓰다 보니 어느 아파트 경비원이 30대 입주민을 (사모님이라 하지 않고)아줌마라고 불렀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고, 일반직장에서도 여자들이 아줌마(또는 아가씨)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55.9%나 된다고 인터넷 뉴스에 보도되었고. 그 후 이 내용은 몇몇 TV에도 나왔다. 이렇게 되다보니 친족 간에 형수를 아주머니, 당숙모나 재당숙모를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어에서처럼 백모, 숙모, 고모, 이모를 모두 아주머니(aunt)라고 부르고, 큰아버지, 삼촌,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를 모두 아저씨(uncle)라고 부르며 남에게는 아저씨, 아주머니라는 말을 쓰지 않는 풍토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삼촌, 이모

결혼하기 전 아버지 남동생을 삼촌,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이모라 하는 것은 친족 간에서 쓰는 말인데 요즘은 웬만한 젊은 청년은 모두가 삼촌이다. 처음에는 형수가 시동생을 도련님이라 부르기 어색하고 그가 결혼하면 서방님이라 부르는 것도 쑥스러워 아이들 부르는 형식을 빌려 삼촌이라고 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남남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쓰는 일반적인 부름말이 되었다.

이모도 그렇다. 처음에는 어린아이를 중심으로 엄마와 친한 여자를 정답게 부르는 말로 시작하더니 점점 넓어져 옷가게 점원도 이모, 식당 종업원도 이모, 할머니 나이가 못될 것 같은 여자는 모두 이모라 하여 정다움보다는 너무 흔한 부름말이 되어가고 있다. 자녀가 하나 또는 둘뿐인 요즘 삼촌이 없고 이모가 없는 집이 대부분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형님, 아우(동생)/ 언니, 동생

형이란 부름말은 형제 항열(行列)의 손윗사람을, 동생은 아랫사람을 부를 때 쓰는 부름말인데 사회적 부름말로 사용하고 있다. 여자들의 경우 언니와 동생도 같다.

친근한 사람을 부를 때 형(언니), 아우(동생)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형의 친구도 형이고, 동생의 친구도 동생으로 부르며, 가깝게 지내는 선, 후배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말하자면 친근한 손윗사람을 부를 때 형님(), 또는 이름을 넣어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언니도 똑 같다.

하지만 형이란 말 앞에 성씨를 붙여 김형, 이형 하는 경우에는 그 뜻이 전혀 달라진다.

이런 경우의 형은 국어사전에서 나이가 비슷한 친구 사이에서 상대방을 점잔 하게 부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점잔 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김형, 이형하고 상대방을 높여 부르며 나아가 나이가 적은 후배들에게까지도 김형, 이형이라고 존중하여 부르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형님의 친구에게 김형! 하고 부르는 것은 실례다.

. 바람직한 부름말을 많이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요즘 이라는 부름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사전에서 이라는 말은 순수한 직책이나 관계를 나타내는 명사 또는 성인의 이름 뒤에 붙여, 존경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선생님, 부모님, 사장님, 과장님 등 좋은 뜻으로 사용해 오던 이라는 말은 정부에서도 일찍이 각하라는 권위주의적인 말을 없애고 대통령님, 총리님, 장관님이라고 고위직을 중심으로 시작하더니 요즘 들어 그 사용범위가 넓어져 범 사회 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바, 금융기관, 병원, 백화점 등에서 손님(환자포함)○○님이라 부르고, 행정기관에서도 민원인을 그렇게 부르는 등 확산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인 S그룹에서 몇 년 전부터 사장, 부장, 대리, 말단 사원까지 모두가 회사 내에서는 가슴에 이름만 쓴 명찰을 달고 부를 때는 홍길동님, 김철수님 하고 직책 없이 이름에 자 만 붙이고 있다고 하며 이런 추세는 타 그룹에도 점점 번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3. 맺는 말

친족 간의 부름말은 오랜 옛날부터 사용해 오던 것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지 못해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도련님이나 서방님, 아가씨 같은 말들은 현대인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주는 것으로 적절한 부름말로 바꿀 필요가 있다. 서양 사람들의 경우를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친족 간의 부름말이 단순하고 어른이나 어린이나 모두들 이름을 부르는 게 일반화 되어있다. 우리도 간편하고 부르기 좋은 부름말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사회적 부름말은 너무 변화가 심하고 격상하는 말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격에 맞지 않게 높여 부르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옛날에 대통령뿐만 아니라 몇몇 고위층, 일부 장성들까지 아부하는 사람들이 각하라고 부르다가 대통령의 지시에 그 말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사회적 부름말도 앞에서 살펴 본 처럼 바람직한 말로 많이 만들어 모두 편하게 부르고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논문, 기사: 호칭어사용의 갈등 양상과 적절한 호칭어 사용을 위한 제언(한성대 상상력 교양교육원 부교수 이은미)

문화일보 인터넷뉴스(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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