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받아들고 “웬, 나까지 이걸 보냈네? 고지서(청첩장) 받았으니 안갈 수도 없고.
..”하면서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청첩장을 보내는 사람이야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엄선해서 보내겠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선 탐탁찮게 생각하는 경우인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청첩장을 받고는 “이 사람 말이야 저는 남의 집 애경사에 숫제 다니지 않더니 왜 제 혼사에는 청첩을 하는 거야?”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더러 볼 수 있다.
1.청첩장으로 인한 부작용
1).ㄱ씨는 딸을 시집보낸 후 20일 정도 지나서 고향사람이 죽어 장례식장에 갔는데 딸의 혼인 때 청첩을 받고도 오지 않았던 사람을 공교롭게 만났다. 그는 겸연쩍은 얼굴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비실비실 피하는 게 아닌가?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면 반갑게 인사하였을 사람이었다.
2).ㄴ씨는 옛날에 군청에 같이 근무한 적이 있었던 현직 소방서 모과장이 딸을 여읜다고 청첩장을 보냈기에 예식장에 참석하였다. 그 후 두 달쯤 지나서 ㄴ씨가 딸을 시집보내게 되어 그 과장에게 청첩장을 보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ㄴ씨는 그를 생각할 때마다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면서 “그럴 수가 있나”라고 개운치 않은 심정이 든다고 한다. 또한 바로 전 해에 혼사가 있어 참석 해주었던 사람에게 청첩을 하였는데 오지 않은 사람도 몇 사람 있어 그들에 대해서도 소방서 과장과 마찬가지로 서운한 감정이 든다고 한다. 청첩을 주고받지 않았다면 모두들 자연스런 지인들일 터인데 ...
3).어디 그뿐인가 평소에 무척이나 친한 것처럼 만나면 간사스럽게 입에 바른 인사를 하는 사람, 가끔 술자리를 같이 하며 우정(?)을 나눈 사람, 심지어 아들딸 혼인 시킬 때에는 꼭 연락하라고 강조하던 사람 중에도 막상 청첩장을 받고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4).선거직으로 지방의회에 진출했던 인사들 중 갖가지 감언이설로 친한 척 해놓고 그 직이 끝나고 초야로 돌아가서는 애경사에 다니지 않는 전직 의원도 있다.
5).이 밖에 자기네 집 애경사에는 3∼4회씩 참석해 주었는데 막상 상대방 혼사에는 참석지 않은 사람도 많고, 옛날에 같은 부서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나 선후배, 정기적으로 만나는 동기동창생 중에도 오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직에 있을 때 각별히 지냈던 일부 주민들,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 근무하면서 기관장협의회를 통하여 서로 돕던 기관장들 중에서도 2∼3년 지나면 애경사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2.청첩장을 보내지 않아 섭섭한 경우
1).ㄱ씨는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서울에 사는 재종형님에게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
평소에 별로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면서 2년 전 딸을 시집보낼 때 청첩장을 보냈기에 거듭 보내기도 미안하고 또한 70대 중반인 재종형님에게 오시라고 하는 것도 예가 아닌 것 같아 청첩을 생략 하였던 것, 예식당일 이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형님은 전화로 벌컥 화를 내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사람을 시켜 축의금 봉투를 접수시켰다. ㄱ씨는 예식이 끝난 후 다시 재종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실수로 청첩장을 빠트렸다고 거듭 사과 하여 형님을 이해시켰다.
2).ㄴ씨는 평소 1년에 2∼3차례 만나 술을 나누며 친절하게 지내는 지인에게 딸을 시집보내면서 청첩장을 보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되었으나 그렇다고 왜 안 왔느냐고 물어 볼 수도 없어 그 후로 그와 술을 나누는 기회를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그 지인에게는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통해 자혼 소식을 들은 그 지인은 전화로 왜 자기한테는 청첩이 없느냐고 하여 뒤늦게 청첩장을 발송하였다. 그 지인은 예식장에 참석하였을 뿐 아니라 축의금액도 보통의 갑절로 하였다. 딸의 혼인 때는 청첩장이 중간에 분실되었던 것일까?
이상 몇 가지 청첩장을 보낼 때 문제점과 안 보낼 때 섭섭한 예를 들어보았는데 그런 예를 들자면 수 없이 많으리라. 아무튼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청첩장을 보낼만하다 싶어 보냈는데 혼사에 오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인사를 하지만 속으로는 “저 사람은 내 혼사에 오지 않았어. . .”라는 섭섭한 생각이 드는 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으면 자연스러웠을 사이인데 청첩으로 소원해진다든가 만날 때 찜찜한 기분이 든다면 문제가 아닌가? 청첩장을 보내서 부담주고 받아서 찜찜한 사이라면 주고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첩장을 보내지 않으면 섭섭해 할 사이, 청첩장을 받았건 안 받았건 혼인 하는 줄 알면 꼭 참석하는 사이, 그런 사이만 청첩하는 문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일반적인 이야기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해를 마무리하며 (0) | 2013.12.25 |
---|---|
휴대폰에서 친구의 이름을 지으며 (0) | 2013.11.01 |
고쳐야 할 결혼축하문화 (0) | 2013.06.19 |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잘 지켜야 한다. (0) | 2013.05.15 |
호사다마 (0) | 2012.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