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잘 지켜야 한다.

구슬뫼 2013. 5. 15. 18:49

 

며칠 전 상가(喪家)에 다녀왔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다 퇴직한 친구가 모친상을 당하였기에 가까운 친구 2명과 함께 조문(弔問)을 갔던 것이었다.

조문 후 상가에서 마련한 식사를 하는데 우리보다 앞서 조문을 한 지인(知人) 5명이 이미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들 역시 같은 직장에 다녔던 친구들이기에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아 함께하는 식사자리가 되었고 서로 소주 한잔씩 권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들 복장이 정장이 아닌 잠바차림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정장을 하였다.

왜 그들은 상가에 조문을 오면서 정장을 하지 않았을까? 식사를 마치고 우리끼리 돌아오면서 이를 이상하다고 하자 친구 씨가 그들은 격식을 벗어버린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서 웃어넘겼고 나도 허허 그 친구들이 우리보다 2-3년 적은 나이인데 세대차이 나는 것인가?”하며 같이 웃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격식을 차리고 예의를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실천하는 문화가 전해왔다.

그래서 혼인집에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가서 축하를 해주고 상가에 갈 때에는 호화로운 색깔이 있는 옷을 피하고 검정색이나 흰 옷, 아니면 가급적 어두운 색깔의 옷을 차려입고 가서 정중하게 예를 표하는 것이 상례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나 상가에 빨강색 넥타이를 매고 가는 사람 없고, 울긋불긋한 여성정장이나 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입고 가는 사람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아니 예외는 있다고 들었다.

어떤 산악회 회원들이 단체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멀리 등산을 갔다 돌아오는데 그날 불참했던 여성회원 한사람이 친정어머니상을 당하였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출상이 바로 내일이라니 오늘 저녁 도착하는 대로 조문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없는 것이었다. 일행들은 협의한 결과 버스를 직접 장례예식장으로 대고 조문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복장이 모두 울긋불긋한 등산복차림인지라 조문을 하기엔 곤란했다.

그래서 산악회장이 상을 당한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주들(그 회원의 남매들)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도록 하였다.

상주들은 기꺼이 양해를 하였고 회원들은 울긋불긋한 등산복차림으로 조문을 하였던 것이다.

 

앞서 말한 5명은 상주와 동갑이거나 한 살 많은 사람 등 같은 또래로 평소에 자주 어울리는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사회에서 무식하다거나 행동이 나쁘다는 평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도 가져봤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60대 중반의 나름대로 엘리트(?)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구세대의 케케묵은 격식을 타파하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런 그들이 왜 그렇게 처신하였을까? 상주와 흉허물 없이 지내는 가까운 사이이기에 편하게 생각한 것일까?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잘 지켜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하나같이 정장을 차려입지 않은 것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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