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나이와 순리

구슬뫼 2012. 10. 26. 17:19

 

 

 학생시절에 국군장병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쓰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군인들을 보면 모두가 어른스러운 아저씨들이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내가 군인이 되어 위문편지를 받게 되었다. 어느새 아저씨가 되어버렸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제대하였는가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군인들이 왜 그렇게 어리게 보이는지, 더구나 머리까지 짧게 깎고 다니니 휴가 나온 군인들이 사복을 입고 다닐라 치면 도대체 군인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여자들을 보면 또 어떤가? 시집가지 않은 누나들이 아줌마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여고생 같은 앳된 엄마가 애기를 업고 다녀 애기가 애기를 업고 다닌다고 웃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도저히 할머니로 보이지 않는 젊은 여자가 손자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본다. 어느새 할머니를 젊은 여자로 보게 된 것이다.

 

 군대 가는 나이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내 눈엔 왜 점점 군인이 아이들처럼 보이고 시집가는 나이는 오히려 옛날보다 늦어지는데 왜 내 눈엔 점점 애기엄마가 애기처럼 보이는가?

 

 TV에 인터뷰나 노래자랑, 특별출연 등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은 나보다 대여섯 살 더 먹어 보이는데심한 경우는 열 살 정도는 더 먹었을 걸하고 생각하는데 자막에 나오는 그 사람의 나이를 보고 나와 같거나 한두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는 일이 종종 있다. 나도 TV화면에 나오면 저렇게 늙어보이겠거니 하며 한숨을 쉬곤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나이 들어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늘 아직은 젊다는 착각 속에 산다. 그러나 나이는 예외 없이 누구나 찾아든다. 너도 없고 나도 없고 그도 없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여자도 남자도, 부자도 가난뱅이도 모두 다 똑같이 나이를 먹고 똑같이 늙어간다. 먹고 싶어 먹는 것도 아니고 먹기 싫다고 먹지 않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는 날부터 한 살 한 살 먹어가야만 한다.

 

 어느 환갑을 맞은 사람이 우스갯소리로 이제까지는 1년에 한 살 씩 먹어서 60이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1년에 한 살 씩 까먹으면 점점 젊어질 게 아니냐?”라고 했다는데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머리카락이 하나 둘 희어 가면 새치머리라고 뽑다가 도저히 뽑지 못할 정도가 되면 염색을 하게 되고, 눈도, 귀도, 이도 . . . 온 몸의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그렇게 속절없이 늙어 가는 것이다. 늙지 않으려 안간 힘을 써본들, 억울하다고 한탄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야지.

사는 날까지 건강 지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사는 수밖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