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부부학교를 다녀와서
‘고도원의 아침편지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금빛부부학교’라는 과정에 다녀왔다. 장소는 충북 충주시 노은면에 있는 ‘깊은 산속 옹달샘(이하 옹달샘)’ 이번이 제6기이며 13부부 26명이 입교하여 6월5일부터 6월8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이었다.
‘고도원’이란 분은 TV를 통해 ‘꿈 너머 꿈’이라는 특강을 들은바 있어 이미 알고 있었으며 특히 아들 녀석이 그 옹달샘에서 시행하는 ‘싱싱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인데 그 아들이 ‘금빛부부학교’과정에 신청해주어 참여하게 되었다.
2012.6.5.(화) 맑음
단체출발장소인 서울에 있는 지하철 종합운동장역으로 갔다.
12:00에 도착 하니 출발시간까지 30분이 남았다. 잠깐 점심요기라도 할까 주위를 둘러보니 식당 간판은 한 개도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아내가 쑥 송편을 가져왔기에 지하철역에 붙어있는 공원에 앉아 맛있게 먹었다. 공원은 깨끗하고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주어 시원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을 뿐 쉬는 사람도 적고 한가로운 게 도심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우리와 함께 입교할 사람들이 여기에서 함께 탄다면 여러 쌍의 부부가 기다려야 할 터인데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더구나 12:30분이 되어도 ‘금빛부부학교’라든가 ‘깊은 산속옹달샘’이라고 임시표시라도 한 버스는 오지 않았다. 이상히 생각하고 전화를 하려는 순간 내 전화가 울렸다. 20여m 떨어진 곳에서 노란 티-셔츠를 입은 젊은 여성이 전화를 하면서 두리번두리번 우리를 찾고 있었다. 이곳에서 단체로 갈 사람은 3부부 6명밖에 안 되어 승합차(스타렉스)를 몰고 왔던 것, 창원과 부산에서 왔다는 2쌍의 부부는 이미 타고 있었다. “우린 괜히 큰 버스만 찾았네.”라고 하면서 웃으며 차에 탔다. 마중 나온 젊은 두 여직원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고 그중 한사람이 능숙한 운전솜씨로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지나고 일반도로와 산길을 거쳐 옹달샘에 도착하니 2시가 되었다.
등록처에서 명찰을 찾아 걸고 귀중품을 맡기는 것이 등록이다. 현금과 신용카드도 몽땅 맡기고 영내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향료 등을 살 수 있지만 모두가 명찰에 새겨진 바코드로 입력하였다가 끝날 때 일괄 계산하게 하였다. 등록마감시간인 2시 50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아내와 나는 옹달샘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하나의 산골짜기에 터를 잡고 꽤 많은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그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호화롭게 꾸미거나 특별한 장식도 없고 주변의 조경도 고급수종이나 모형이 좋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평범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호화롭거나 멋보다는 수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바퀴를 돌고 우리부부는 카페에 들러 커피(3,000원)와 유자차(4,000원)를 시켜놓고 시간을 보내면서 담소했다.
14:50분이 되자 아침지기(여기서는 직원들을 그렇게 부른다)가 나와 간단한 설명을 하고 옹달샘박수와 옹달샘포옹 방법을 알려주고는 명상복으로 갈아입도록 한 후 숙소 겸 명상실로 사용할 숫채방으로 안내하였다. 숯채방은 일반학교 교실보다 더 큰 한 개의 직사각형 방이었다. 커다란 방의 가장자리를 창문 쪽만 빼 놓고 ㄷ자로 돌아가면서 다다미와 침구를 준비한 것이 고작이었다. 부부의 다다미를 붙여 놓고 조금 떼어 다른 부부의 다다미를 붙여 놓는 식이었다. 방의 가운데에는 일본식 다다미를 여러 개 깔아놓아 모든 인원이 한꺼번에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옹달샘박수: 1단계 박수만 치는 것. 2단계 환호소리와 함께 박수치는 것, 3단계 환호하며 발까지 구르며 박수치는 것. 이 박수는 강사가 소개 될 때, 또는 누구를 소개할 때 쓰인다.
○옹달샘포옹: 부부가 마주 보고 서서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아래로 하여 둘이가 가슴, 몸통, 무릎까지 완전히 닿도록 포옹하고 서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를 말한 다음 등을 토닥여 주는 것. 명상시간이 끝날 때마다 하루에도 10여 차례씩 한다.
○명상복: 명상시간도, 식사시간도, 휴식시간도, 산책 때도, 잠잘 때도 . . . 하루 24시간 입고 지내는 옷이다. 광목으로 된 흰 옷으로 입고 벗기도 편하고 구겨져도 상관하지 않으며 참여자도, 아침지기도,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입고 지낸다.
16:00 고도원님은 TV에서 본대로 작은 몸집에 인상적인 미소를 지닌 그러나 어딘가 집념이 강해보이는 분인데 얼마 전 승용차 급발진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하다고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사고 후 통증에 대하여 설명하는 데도 “통증이 참 맛있다. 쐐기 10여 마리가 한꺼번에 쏘는 맛이더라.”는 등 찡그리지도 않고 태연히 재미있게 표현하면서 시종 온화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예사로운 사람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고도원님의 인사와 참여자들의 각자 자기소개가 있었다. 자신이 75세 최고령이라 하는 분,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 아들이나 딸, 사위 등 추천이 있어 왔다고 동기를 소개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이어서 명상요령과 복식호흡의 방법 등 설명이 있은 다음 모두 함께 옹달샘포옹을 하는 것으로 첫 시간을 마쳤다.
식사시간이 18:00이므로 남은 한 시간 동안 산책하기로 하고 아내와 나는 뒷산에 올랐다. 낙엽송이 쭉쭉 뻗어 있고 참나무류 등 잡목들이 섞였으나 소나무는 별로 없었다. 토양이 석비레로 된 때문인지 가뭄 때문인지 땅은 토박해보였으며 특히 송충이로 착각할 만큼 커다란 벌레들이 낙엽송을 갉아 먹으며 여기저기 기어 다닌다. 활엽수를 갉아먹는 작은 벌레들도 많이 눈에 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니 벌레들이 잎을 갉아먹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리고 벌레똥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같다. 이런 정도라면 벌레 잡는 약이라도 해야 할 터인데 왜 놓아두는 걸까? 아까 고도원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숲속을 다니다보면 숲의 주인(벌레)이 옷 위에 붙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주인이니까 하고 미워하지 마세요.”
처음 맞는 식사시간이다.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유일한 고기반찬이고 산나물, 고사리, 김치, 마늘고추장아찌, 상추, 된장찌개 등 순수 시골밥상으로 조미료가 안 들어간 건강식이란다. 식사시간 도중 ‘땡’ 하고 종을 울리면 약 10초간 명상, ‘땡땡’하고 울리면 다시 먹는데 세 번의 식사명상이 있었고 식사를 마치면 각자 그릇을 지정한 장소에 옮겨 놓도록 하였다.
처음해보는 식사명상을 모두들 잘도 따라 한다.
19:30에는 뇌 마사지 교육이 있었다. 부부가 교대로 마사지를 주고받도록 하고는 고도원님이 직접 가르쳤다. 효과가 대단하다고 어러쿵 저러쿵 설명하지만 그 보다는 부부간의 정이 더욱 두터워지는 것이 더 큰 효과 아닐까? 끝으로 내일 아침에 할 풍욕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역시 옹달샘포옹으로 마무리하였다.
21:00에는 3개조로 나누어 “나의 꿈, 당신의 꿈”이란 주제로 조별모임을 가졌는데 주로 자신의 소개와 고향소개 정도였으나 어느 분은 자신의 과거를 자랑스럽게 오래 동안 설명하는 바람에 조금은 식상하는 기분이었고 여자들은 발표를 기피하여 아쉬웠다.
2012.6.6.(수) 맑음
새벽5시가 되자 모두 일어나 담요 한 장 씩을 가지고 풍욕장소로 갔다. 넓은 방을 칸막이로 가르고 양쪽으로 남녀를 나누어 옷을 완전히 벗은 상태로 앉혀 놓은 다음 녹음방송의 ‘땡’ 소리에 따라 담요를 덮었다 벗었다 반복하는 시키는 것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사지, 단전호흡, 요가동작을 해도 된다. 녹음방송은 땡소리 중간에 풍욕의 효과, 요령 그리고 냉온탕욕에 대한 설명도 한다. 그렇게 40분정도를 한 후 옷을 입고 간단한 요가동작 몇 가지를 하고 끝냈다.
아침식사는 밥이 아니었다. 보리빵, 샐러드, 두유, 미숫가루, 방울토마도로 대신하고 청소명상이라 이름붙인 청소(3개조로 나누어 담담구역청소)를 하였다. 그리곤 또 부부끼리 수고했다고 옹달샘포옹으로 마무리했다.
‘몸 풀기 마음풀기’는 주로 요가동작을 취하면서 단전호흡도 하는 것이었다. 중간에 잠이 들어 코를 고는 사람도 있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고 ‘발 반사마사지’는 발의 경락과 반사구를 찾아 마사지하는 것인데 발가락, 발바닥, 발등, 발목을 거쳐 무릎아래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하는 마사지인데 효과가 좋을 것 같이 생각되었다.
점심은 곤드레밥과 참나물, 김치, 두부 등이 메뉴였고 3번의 종소리에 맞추어 잠깐 멈춤이 있었고 식사 후에는 한 시간 이상 자유시간이라서 잠을 자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우리부부는 어제 가보지 않은 산길로 간단한 산책을 하였다.
14:00 오수명상시간이란다. 아침 풍욕 하던 장소에 모여 감미로운 음악 속에 한 시간 동안 잠을 자는 것이었다. 15:00엔 차명상이란다. 다구가 준비된 장소로 옮기니 차명상을 주도하는 여선생은 젊고 얌전하게 생겼으며 말도 조용조용하게 하였다. 부부가 마주앉도록 하고 차의 종류와 찻잔 다루는 법, 마시는 예절 등을 설명한 후 직접 몇 가지 차를 마시게 했다.
몇 잔을 마시고 나자 이젠 차 한 잔을 들어 아버지에게 드린다는 생각으로 명상에 젖으란다. 돌아가셨건 살아계시건 관계없이 아버지와의 즐거웠던 기억, 괴로웠던 기억과 기뻐하시던 모습, 화내시던 모습들을 차례로 떠올리면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정성을 다해 차를 바치면서 그동안의 불효에 대한 용서를 빌고 잘 해드릴 것을 다짐하라는 조용조용한 멘트,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 . . 모두들 체면에 걸렸고 실내는 금세 숙연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16세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어 숱한 고생을 하였지만 그분의 교훈을 이어받아 한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던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지난날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 . . 어느새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차를 마시라는 멘트가 나오자 차를 마시면서 얼른 볼에 흐른 눈물을 지워버렸다.
다음에는 어머니께 차를 드리란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구구절절 멘트가 이어진다. 93세 고령의 노모, 40세를 갓 넘어 혼자되신 후 7형제를 홀로 키우면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어머니, 51년 그 기인 세월을 견뎌내신 어머니께 내가 해드린 것은 무엇이며 지금은 무엇을 해드리고 있는가? 내 나이 70도 못되었는데 몸이 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기는데 90을 넘긴 어머니는 어떠실까? 걱정은 얼마나 해드리는가?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효도라도 하고 있는가? 아! 불효자 . . .이 천하에 몹쓸 불효자 . . . 두 줄기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이윽고 차를 마시라는 멘트가 나왔다.
17:00 춤명상 시간이다. 춤선생은 여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키도 크지 않고 체격도 약간 통통한 40정도의 남자였다. 그는 어르신들의 상당수가 ‘춤’하면 바람과 제비를 연상하는 등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시작을 한다.
우선 머리를 오른쪽으로 열 번 동그라미를 그리며 돌려보세요, 다음에는 왼쪽으로 해보세요. 다음에는 왼 쪽 어깨를 앞으로 열 번 돌리며 동그라미를 그려보세요, 다음에는 뒤로 돌려서 해보세요, 다음에는 오른쪽어깨를 같은 방법으로 돌려 보게 하고 엉덩이 골반, 무릎을 차례로 돌려보게 한 다음 이번에는 동그라미 대신 8자를 그려보게 한다.
다음에는 음악을 흐르게 하면서 부부가 마주보고 눈으로 이야기 시키다가, 손바닥을 마주대고 흔들며 걸으라고 하니 자연스레 춤 스텝이 되고, 다음에는 서로 등을 대고 흔들기를 시키니 그 모습들이 모두 춤추는 동작 비슷하게 되는 게 아닌가?
다음에는 모두 힘을 빼고 온몸 털기를 한동안 시키고 나서, 마치 태권도 동작을 하듯 자유자재로 기압을 넣으면서 손도 뻗고 발차기도 하고 마음대로 힘을 쓰는 동작을 시켰다. 이때는 음악도 힘 있는 음악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온몸을 자유로 흔들기를 시킨 다음 스트레스를 날리는 동작을 하라면서 막춤 판을 벌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누워서 이완하기로 마무리하였다. 춤,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던 사람들도 모두 후련하게 한바탕 춤을 추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들이 된 듯 하였다.
저녁식사는 어제와 반찬의 종류만 다를 뿐 비슷한 식단이었고 3번의 멈춤 명상도 같다.
19:30 고도원님의 ‘꿈너머 꿈’특강시간이다. 전에 TV에서 보았던 ‘꿈너머 꿈’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지만 이번에는 황혼기를 보내는 노부부들을 위한 강의이므로 당연히 그 내용도 달랐는데 골자들은 대개 다음과 같았다.
-하루 15-30분 낮잠을 꼭 자자 - 그러나 30분을 넘기면 안 된다.
-육체를 쓰는 사람(육체노동자나 운동선수)은 쉴 때 책을 보라.
-정신적 노동을 하는 사람은 쉴 때 운동을 하라.
-실외에서 일하는 사람은 쉴 때 실내에서 쉬어야 좋다.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쉴 때 실외에서 쉬는 게 좋다.
-같은 일이라 해도 돈을 받고자 하는 것은 일(골프선수의 골프)이고
돈을 들여가며 하면 놀이(일반인의 골프)이다.
-일을 놀이로 바꾸는 방법은 재능기부이다.
(운동선수가 꿈나무를 키우는 것, 학자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을 공짜로 가르치는 것 등)
-바람은 마주하고 달리면 방해가 되지만 등지고 달리면 밀어주는 협조자가 된다.
-생각의 방향을 180도 바꾸어야 한다.
-오리 같은 사람 - 오리는 시궁창을 헤매도 툴툴 털면 깨끗해진다.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꿈은 나이가 없다. 자기에 맞는 꿈을 꼭 가지고 그 꿈을 사람들에게 말하라. 그 꿈을 적어놓아라. 그 꿈은 사적인 것이 아닌 공적인 것이어야 한다.
2012.6.7.(목) 맑음
어제와 마찬가지로 풍욕을 후 산책을 하였다. 이번에는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돌아오는데 웬 송아지만한 개 두 마리와 작고 누런 개, 흰 개 등 4마리의 개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아내는 기겁을 하여 “어마! 이를 어떻게 해” 하면서 꼼짝을 못하고 섰다. 주위를 살펴보니 30여m 아래에 남녀 두 사람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와 잠시 개들을 풀어준 것이었다. 개의 품종은 잘 모르지만 큰 개 한 마리는 썰매견 비슷한 사람에게 순한 개이고, 또 큰개 한 마리는 흰색 개로서 역시 사람에게 순한 개라는 것을 알기에 안심이 되었다. 작은개 두 마리는 진돗개와 풍산개였는데 역시훈련이 되었는지 적의를 품지 않고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하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은 고도원님의 가족들로 아침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며 이곳에서 개들은 풀어준다는 것이었다, 후유 한숨을 내쉬는 아내와 함께 산을 내려왔다.
아침식사(밥이 아니고 단호박, 오랜지, 사라다, 두유와 미숫가루)와 청소명상은 어제와 같다.
09:30소리명상시간이다. 강사는 직원이 아닌 초청인사로 머리가 허연 초로의 남자였다. 소리는 목으로 내지 말고 단전에 힘을 주어 배로 내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실제로 소리를 내도록 시키고, 청산별곡이라는 민요조의 노래도 실제 불러 보도록 유도를 한다. 그렇게 소리를 내다보면 단전이 강화되고, 기혈순환이 좋아지며, 높은 음과 낮은음을 마음대로 낼 수 있고, 감기, 천식, 협심증, 비염, 축농증, 소화기능에 좋고 우울증탈출과 불면장애에도 매우 좋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소리의 종류에 따라 오→머리 맑게, 옴→온 몸을 화 트이게, 음→비(위), 아→폐(대장), 어 →간(담), 이→(심(소장), 우→신(방광)을 좋아지게 한다고 한다. 글쎄 그 장기들이 좋아지려면 얼마나 많은 소리를 질러대야 하는 것일까?
11:00걷기명상시간이다. 20분이면 족할 숲 속 길을 40분정도 천천히 걸으면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아직 용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면 차례로 떠올려 하나하나 용서하란다. 내가 용서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 한두 명 떠오른다. 그들을 내가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나올까? 어머니를 부르란다. 진심으로, 조용히, 마음속으로 . . . 어제 차명상 시간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다시 무거워진다. 걷는 동안 징을 울리면 그 자리에 서서 명상을 한다. 다시 징을 울리면 걷고, 그렇게 몇 번을 멈추어 섰다. 앞장선 고도원님이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한발 한발 내딛는다. 그 모습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한다. 사고를 당한 몸이라면 좀 쉬어야 할 터인데 . . . 모두들 입을 다문 채 한마디의 말도 없이 진행되는 기인 침묵의 행렬, 고요한 가운데 아직 매미들 노래는 없고 산새들의 지저귐만이 들린다. 걷기의 마지막은 고도원님의 특강으로 마무리했다. 잠시 전 숲속을 걷다가 징소리에 맞추어 잠깐씩 멈추었듯 숨 가쁘게 달리는 인생에서 잠시 멈춤도 필요하다, 이번 교육도 우리 인생에서 잠깐 멈춤이었다고 생각하란다.
점심은 비빔밥과 몇 가지 반찬으로 어제나 그제와 비슷했다. 식사 후에는 우리 3조가 식사당번이 되어 설거지를 했다. 여기에도 설거지명상이란 이름을 붙여 놓았다. 14시는 통나무명상시간이다. 지름 6-7cm 길이 40cm 정도 되는 통나무를 이용하여 누운 상태로 목 부위부터 차례로 발목까지 지압을 하고 마지막으로 펌프운동을 한 후 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15시에는 ‘행복한 부부 대화법’이란 특강이 있었다. 중년여인이 나와서 소통과 공감이 어떻고 ‘자칼식 대화’니 ‘기린식 대화’니 설명도 하고, 부부들을 모두 마주 앉혀놓고는 둘이가 모임에 함께 참여했다가 남편이 약속을 어기고 과음한 경우를 가정하여 실제 의사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 해보라고도 하면서 열심히 강의를 하려고 하였으나 그 기법이 수준이하이고 그런 식의 강의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부부들에게 효과도 없을 것 같다.
저녁식사는 전날들에 비해 약간 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식사당번은 1조-3조까지 다 했으므로 1조가 한 번 더 수고해달라는 요청에 의해 1조 분들이 군말 없이 봉사를 하였다. 하지만 2조와 3조 사람들이 뒷전에서 수군댔다. 우리들은 첫날부터 설거지를 시키고서 왜 오늘 들어온 ‘삼성SDI’ 직원들은 안 시키지? 더구나 그들은 새파란 젊은이들인데 놓아두고 늙은이들에게 한 번 더시키다니 . . .
19:30분 향기명상과 부부림프마사지 시간이다. 차명상을 가르치던 여인이 갖가지 향수를 가지고 나와 향수로도 피로를 풀 수 있고, 특정 질병의 치유, 그리고 벌레의 퇴치 등을 할 수 있다고 각기 다른 향수 하나하나의 효능을 설명하면서 실제 냄새를 맡아보도록 해 주었다. 그리곤 부부가 교대로 손마사지를 하도록 가르친다. 손에 흠뻑 오일을 바르고 손가락이며 손가락 사이, 손바닥, 손등 등을 세밀하게 마사지하는 방법이었다. 설명과 같이 마사지의 효과가 클지는 몰라도 부부가 정이 좋아지는 데는 기여할 것 같다.
2012.6.8.(금)맑음
마지막 날이다. 풍욕을 마치고 침구는 커버를 벗겨 한 켠으로 쌓아 정리를 했다. 아침은 찐 감자를 비롯한 방울토마도, 두유와 미숫가루 등으로 했고 청소명상까지 마치니 이제 마지막으로 즉문즉답 시간이 되었다. 고도원님이 인사와 함께 하고 싶은 말들을 하라고 하니 몇 사람이 한마디씩 했다. 옹달샘 규모, 자금에 관한 사항, 운영상의 애로, 앞으로의 계획 등 제법 건설적인 질문도 나오고 이번 과정에 대한 감사와 직원들의 친절에 대한 감사 등을 말하였다.
모든 게 끝나자 다들 승용차로 떠나고 우리부부와 함께 4부부 8명만이 승합차로 서울의 종합운동장역까지 태워주어 3박 4일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교육소감
○금빛부부학교는 50대 이상 부부들이 한 살이라도 더 늙기 전에 아름다운 금빛부부로 다시 태어나 더 건강하고 더 잘 사랑하며 더 좋은 꿈을 가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목표라고 프로그램에 적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에 나타난 목표일 뿐 옹달샘은 참여자들에게 그보다 더 큰 멧세지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한다.
“삶의 안정을 찾고 여생을 보내는 중산층들이여 이젠 당신들도 사회 환원을 하라.”
“당신들만의 삶만 즐기지 말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힘을 보태라”
○고도원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듣다.
대학생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숱한 고생을 하고 그를 계기로 신문기자에 이어 청와대 연설문 담당 비서관에까지 이르렀다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정계로 빠졌을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는 기발한 착상으로 불특정 다수 사람들과 소통해나가고 있다. 그 회원 수가 무려 300만을 넘고 있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은 비정치적, 비종교적, 비영리적이라는 3가지 원칙을 고수하면서 링컨학교, 꿈꾸는 부부학교, 중년부부학교, 금빛부부학교를 비롯하여 10여 가지가 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청년, 중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좋은 교육으로 좋은 인상을 심고 있다. 사람들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문화재단’과 ‘깊은 산속 옹달샘’을 합한 브랜드가치를 무려 7천-8천 만 원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꿈은 무엇이며 그의 꿈너머 꿈은 무엇일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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