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고쳐야 할 결혼축하문화

구슬뫼 2013. 6. 19. 12:21

 

  예로부터 이웃 간에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이웃이 슬픈 일을 당하면 슬픔을 나누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면서 부조(扶助)라 하여 적은 돈이나 상가(喪家)에는 팥죽, 혼인집에는 달걀 한 두 꾸러미 등 간단한 먹거리를 건네는 풍습이 전해 왔던 것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 부담가지 않는 순수하고 소박한 풍습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조문화가 변질되어 서로가 부담이 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고쳐야 할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결혼 성수기인 45월이나 1011월에는 축의금 때문에 가계가 흔들릴 정도이고 나머지 시기에도 수월찮게 들어가는 축의금 때문에 모두들 아우성이다.

 

축하도 그렇다. 예식장에 갔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예식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행복을 빌어주고 박수도 쳐 주어야 할 터인데 요즈음 하객들은 혼주와 악수를 하고 축의금 봉투를 주고는 하니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먹고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물론 바쁜 일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그리 할 수도 있겠지만 바쁘고 아니고 가릴 것 없이 으레 그렇게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청첩대상도 그렇다. 예식장 좌석이 기껏 해야 150200석 정도인데 청첩장은 수백 장 씩 보내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12천장을 보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없이 남발한다. 그러니 그 많은 사람들이 예식장에 들어갈 수도 없고 따라서 축의금 만 건네고 식당으로 줄달음을 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런 일일 수도 있다.

 

왜 청첩장을 수없이 남발할까? 사람들은 축의금도 품앗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수많은 친지들의 자녀 결혼식에 축의금을 전달하였으니 자기도 자녀혼사가 있을 때 그 사람들에게서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심한 경우에는 하객의 수를 자기과시의 일환으로 생각하거나 심지어 축의금 봉투를 많이 받기위해 청첩장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오랫동안 자녀혼사에 축의금을 보냈던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이미 죽었거나 너무 늙어 결혼식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라서 막상 내 자녀 혼사에 축의금을 갚지 않는다. 따라서 내 자녀 혼사에 축의금을 전달한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새롭게 축의금 거래를 트는 사람들인 셈이다. 말하자면 내가 두고두고 축의금을 갚아야 할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축의금을 많이 받으려고 청첩장을 남발한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생각만큼 돈이 많이 들어오진 않는다. 보통 축의금을 5만원씩 하는데 밥값은 25천 원 정도 한다.(우리지방 기준이므로 큰 도시 축의금 액수나 호텔예식 등의 밥값과는 거리가 있음) 결국 식당으로 절반이 들어가고 남는 것은 5백 명이 왔다 해도 1,250만원뿐 크게 재산형성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결혼 성수기만 되면 축의금 때문에 갈빗대가 휘느니, 통장이 마이너스 되었느니, 가계 지출 중에 축·부의금(애경사에 들어가는 돈)이 가장 비중이 크다느니 아우성치는 사람들, 이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예식장 좌석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인원만 청첩장을 보내고, 하객들은 꼭 예식에 참석하여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쳐 준 다음, 혼주와 함께 음식을 즐기는 결혼축하문화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옛날처럼 진정한 상부상조, 서로 부담가지 않는 미풍양속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