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진단

오래사는 게 복일까?

구슬뫼 2010. 12. 8. 13:20

 예로부터 수() ·()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오복이라 하여 인생에서 온갖 복을 갖추었다고 말할 때 이를 인용하였다.

 

 ①수복(壽福) - 오래 사는 것

 ②부귀(富貴) - 재물과 명예가 넉넉한 것

 ③강녕(康寧 - 건강하게 사는 것

 ④유호덕(攸好德) - 복덕 짓기를 좋아함(덕을 좋아하여 즐겨 행하는 일)

 ⑤고종명(考終命 )- 명대로 잘 살다가 편히 죽는 것

 

 오복 중에서도 오래 사는 것을 제일 큰 복으로 쳤던 것이나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평균수명이 50세 정도였던 옛날에는 오래 사는 게 복이었고 그래서 회갑을 맞으면 잔치를 베풀어 기쁨을 표하였던 것이지만 요즈음에 회갑잔치를 하는 사람도 없고 회갑을 맞은 사람에게 노인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평균수명이 70을 넘어 80세를 넘보고 있으며 회갑을 넘기면 평균 90은 산다는 말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바야흐로 장수시대가 온 것이다.

 

 오랫동안 복을 누리며 사는 것, 그것은 어쩌면 모든 사람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지면 가장 먼저 눈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몸의 모든 기능이 차츰 떨어지기 시작한다.

사람에 따라서 그 시기나 정도의 차이가 날뿐 늙으면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담배를 끊고, 좋아하는 술도 점점 줄여 아예 못 마시는 정도에 이르고, 성생활도 못하고, 좋은 음식도 옛날 같이 입맛이 당기지 않으면, 그렇게 90을 살고 100세를 산다 한들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 100세가 되어도 건강이 아주 좋다면 어떨까?

내가 아는 어떤 노인은 96세이신데 아직 사람들과 고스톱도 치고 약주도 하실 수 있을 만큼 건강하셔서 마을회관에 나가보면 그곳에 모인 노인들은 대부분 80대라는 것, 그들은 한마을에 사는 10여년이 연상이신 어르신이 나오셨으니 불편할 수밖에 . . . 그중 한사람인 조카가 작은 아버지는 들어가세요, 잡수실 것은 저희들이 집으로 보내 드릴게요하면서 등 떠밀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나이가 되면 건강해도 같이 술 마실 친구가 없고, 성생활이 가능해도 대상자가 없고, 놀래야 놀 장소도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 노인은 얼마 전에 같이 해로하시던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마지막 서로 의지할 아내마저 없는 것이다. 과연 그 노인을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분은 다른 험한 일은 당하지 않으셨지만 그만큼 오래사신 노인들은 대개 손아래 사람(아들, 딸 등)이 먼저 죽는 아픔을 겪게 되니 그 또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장자(莊子) 천지편(天地篇)에 장수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욕된 일도 많이 겪을 수 있다는 뜻의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는 구절도 바로 그런 것들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사람은 누구나 늙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남에게 천덕꾸러기가 될 정도로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후손들이 내 앞에서 죽어나가는 꼴이나 그 밖의 잘못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하게 적당히 살다가 죽는 게 복이 아닐까? ‘적당히라는 표현이 애매하긴 하지만 몇 살까지라는 기준은 각자 정할 바이고 옛날처럼 오래 사는 게 복인 세상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오복 중에 수복은 빼고 다른 것을 추가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