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진단

선거전에 뛰어 든 친구에게

구슬뫼 2010. 5. 23. 15:58

X형!

 

 요즈음 얼마나 수고 많으십니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는 X형의 모습이 실로 열정적이십니다.

 이번에는 지방관을 바꾸자고! 정치인 지방관을 행정인 지방관으로 바꾸어 보자고! 돈 안 쓰는 깨끗한 선거로 선거혁명을 이루자고, 거리를 누비며, 사람들을 붙잡고 외치고, 또 외치고 . . . 그런 X형의 노력에 힘입어 지지도가 점점 상승하리라 믿습니다.

 

 X형이 오랜 공직생활을 과감히 명예퇴직으로 마감하고 도의원에 출마하여 당당히 의원뱃지를 달았을 때 우리는 모두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냈었지요. 그러나 목표를 더 크게 바꾸고 열심히 뛰는 것을 보고 일을 낼 것 같은 예감에 무언의 응원을 보내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치판은 아직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신인이 마음 놓고 활보할 수 있는 온실이아니라 너무나 냉혹한 난장판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역구 국회의원인 모(模)정당의 의원과 행보를 같이하며 열심히 활동하였고 심지어 당의 정책에 맞춰 머리까지 삭발하며 적극적으로 활동에 동참, 열정을 다 받쳤건만 X형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공천탈락이란 쓴 고배가 아니었소? 왜라고 생각하시오? 열정이 부족해서? 당선가능성이 낮아서? 공천경합당시 항간에는 X형이 만약 공천을 받는다면 상대(相對)당의 유력후보를 누르고 당선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었지요.

 

 그런데도 X형은 공천에서 밀렸고 평소 주장했던 대로 무소속으로 바꾸어 선거전에 뛰어 들었지요. 그리고는 돈 안 쓰는 선거, 깨끗한 선거를 부르짖으며 선거혁명을 이루겠다는 각오와 오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세우며 많은 주민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선거전까지 피 말리는 심정으로 뛰고 또 뛰겠지요. 결과는 어떨까요? 무소속의 한계를 뛰어넘어 조직적인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과연 당선할 수 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X형의 주장이 하나도 그른 게 없지만 전체 유권자에게 그를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시골지역의 많은 유권자들은 무소속 후보인 X형을 알지 못하고, 또 적극적으로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또한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전에 속했던 정당에서의 짧은 당직생활은 그곳 조직원들의 표도 많이 얻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회갑을 넘겼고, 수 십 년의 공직생활, 그리고 의정생활 등 산전수전 다 겪은 X형이니 나보다 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곧 돈이란 것을 우리는 익히 보고, 듣고, 느껴왔지 않았습니까? 그런 풍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공천에도 헌금이 필요하고, 조직 관리에도 돈이 필수이고, 여론형성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되고, 심지어 유권자의 득표에도 음으로 양으로 돈이 수월찮게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20당 10락이니 . . .” 하는 말도 떠돌고, 크고 작은 선거법위반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게 아니겠소? 아닌가요? 그러니까 그런 한심한 풍토를 깨기 위해서라도 꼭 X형과 같이 깨끗이 뛰는 사람이 나서야 하고, 그런 사람이 당선되어야 한다고요? 지극히 당연한 말이고 꼭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10년 후 어쩌면 20년 후에 이루어 질 일이지 아직 우리나라는 시기상조라 생각합니다. 

 

 X형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들었습니다. “무언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저러다 사람 잘못 되면 어떻게 하냐.”고, “X형의 부르짖음이 백 번, 천 번 옳고 지당한 말씀이지만 당선은 어렵다”는 것, 나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그것은 요즈음 어떤 신문사인가 어딘가에서 하였다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6명의 후보 중 X형이 4번째이며 지지도가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그 조사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정확도가 어떤지 모르겠으나 아주 엉터리가 아니라면? 불과 10일도 못 남았는데 판세가 뒤집어 질까요?

 

 나는 X형을 지지하며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음도 압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과부적,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나겠지요. 나는 X형을 아낍니다. 이번 선거로 인하여 많은 것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록 나쁜 결과가 나온다 해도 잠시 악몽을 꾼 셈 치고 훌훌 털고 일어나 평소의 X형처럼 의연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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