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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기

구슬뫼 2008. 5. 18. 08:00
 

금강산 관광기


 

  2008.5.13출발, 설악산에서 하루 묵고 5.14-5.15까지 금강산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아내와 함께 했고 일행은 초등학교 동창생 4명 포함 26명, 금강산부분만 기록한다.

 


□1박 2일의 여정

<2008. 5. 14 맑음>

 간밤에 내린 비가 말끔히 개고 쾌적한 날씨는 금강산을 향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숙소를 출발, 민통선을 지나 1차집결지인 화진포 아산휴게소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 현대아산소속 관광안내원 한사람이 버스에 올라 미리 만든 관광증과 안내서를 나누어주고 교육을 한다. 신분증은 꼭 가지고 갈 것. 금지물품, 사진촬영금지대상, 주의할 행동 . . .자질구레한 주의사항을 듣다보니 버스가 남측출입사무소에 닿았다.

 출국수속을 마친 후 대기한 전용차량을 타고 비무장지대를 거쳐 북측사무소에 닿아 입국수속을 받고  금강산에 도착하니 8시가 넘는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1일차 관광에 나섰다. 계획에 의하면 구룡연을 가는 날이지만 산길 중 다리 공사를 진행 중이라서 내일 계획인 만물상코스와 삼일포코스를 오늘가기로 한단다.


○만물상 코스 등산

 기암절벽과 괴석으로 이루어진 만물상코스는 사진으로 눈에 익은 곳이다.

창조주가 세상을 만들 때 이곳 만물상을 먼저 만든 후 이를 본떠 만물을 창조했다든가? 어쨌든 기기묘묘한 바위절벽과 기암괴석이 여러 가지 형상을 연출하고는 있지만 평소 상상했던 만큼의 신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일까? 아무튼 만상정-삼선암-칠층암-절부암-안심대-하늘문-천선대까지 갔다 오는 3시간여의 산행을 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마지막 망양대를 못간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왕복 50-60분정도의 시간부족으로 . . . 

 

○삼일포 구경

 점심을 먹은 다음 삼일포관광에 나섰다. 36개의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싼 작은 호수인데 관동8경 중 하나로서 옛날 어느 신선이 이 호수를 둘러보다가 절경에 흠뻑 빠져 3일간이나 묵었다 해서 삼일포라고 했다던가? 호수도 잔잔하고 주변경관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신선이 3일씩이나 정신없이 구경할 정도의 빼어난 경치라고 하긴 좀 그렇고 표현이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된다. 구경 값이 1인당 만원씩이라니 너무 한다싶다.

 

○금강산온천

  삼일포구경을 마치고 돌아와 금강산온천에 들어갔다. 안내원의 말에 의하면 금강산온천은 물이 좋아 한번 목욕하면 피부가 윤이 난다는 둥, 주름살이 펴져 젊어진다는 둥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지만 막상 물이 좋은지 나쁜지 가늠할 수가 없다. 미끈거리는 감촉도 없고 특유의 냄새도 없고 특별이 비눗물이 안 빠지거나 잘 빠지거나 하는 것도 없고 그저 평범한 물일 뿐 부득이 좋은 점을 들추어내라면 좀 더 맑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


○교예단(較藝團) 공연구경

 저녁을 먹은 후 교예단의 공연을 구경하였는데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남녀 40명의 배우들이 교대로 공연을 펼치는데 4명이 줄을 잡고 공중재주부리기, 여럿이 널뛰면서 재주부리기, 4명이 각 3개씩의 곤봉을 던지며 주고받기, 장대재주, 외줄타기, 외줄타고 공중 날기, 4명이 철봉타고 재주부리기, 여럿이 그네 뛰며 재주부리기 등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묘기에 모두들 넋을 잃을 정도이다. 세계제일이라는 사회자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여 아쉽다.


<2008. 5. 15 맑음>

 오늘은 어제 못 본 구룡연을 구경하고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버스를 타고 온정각에 가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구룡연 출발지인 목란관까지 갔다.


○구룡연

 목란관-수림대-앙지대-삼록수-금강문-옥류담-구룡폭포-상팔담까지 갔다 돌아오는 4.3km의 코스는 구룡폭포까지는 그다지 가파르지 않다. 푸른 숲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줄기, 경쾌하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와 곳곳에 맑다 못해 푸른색을 띈 담(潭)과 소(沼) 등 그야말로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의 참맛은 바로 이곳 구룡폭포가 아닐까? 마지막 상팔담은 곳곳에 있는 철계단 등 어려운 등산길이었다. 여덟 개의 못(潭)이 있어 상팔담(上八潭)이라고 했다는데 여덟 개의 못이 내려다보이는 산봉우리였다.

 

 구룡연관광을 마치고 목란관에서 평양냉면으로 점심을 먹고 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금강산관광이 바닷길로 처음 열려 배로 다닐 때 드나들던 항구가 해금강에 있다기에 가보았으나 정말로 실망했다. 적막한 바닷가에 유람선을 이용한 호텔이 하나 덜렁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가족단위로 묵을 수 있는 호텔, 그리고 문을 닫은 것 같은 고성항횟집이라는  허름한 횟집이 있을 뿐 주변경관도 볼게 없고 관광객도 우리 팀 외에 1개 팀이 한 바퀴 휘 돌아 가니  조용한 바닷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시 온정각이 있는 구룡마을로 돌아와 생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16시가 되자 전용버스를 타고 남북출입사무소로 나왔다. 북측과 남측사무실을 거치며 소정의 수속을 밟은 후 당초에 타고 갔던 버스에 올라 귀향을 하니 시계가 밤 열두시를 넘어 한시가 다 되었다. 이렇게 2박 3일의 금강산 관광을 끝마쳤다.

 

 

□금강산 관광을 마친 소감

○휴대금지 물품에 대하여

 무기류나 마약류 등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이라지만 “10배 이상 렌즈가 달린 카메라, 줌렌즈가 달린 비디오 촬영기, 휴대폰, 무전기, 충전기, 밧데리”는 너무한다고 생각 된다. 이 세상 어느 나라가 사진기, 휴대폰을 못가지고 다니게 한단 말인가? 더 웃기는 것은 신문, 잡지, 일기 등 기록물이나 인쇄물도 금지 한다는 것. 체제가 무너지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서 그러하리라. 그런 통제를 받아가며 까지 금강산관광을 다녀야 하는 걸까?

 

○관광객마다  일정의 입국료를 받다니

 관광은 기별(期別)로 수 백 명씩 한꺼번에 들어가고 한꺼번에 나온다. 이번 우리기(期)는 750명이었다. 우리가 나오는데 들어가는 관광객들은 버스를 보아 우리보다 더 많아 보인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1인당 10만원씩을 입국료로 북한당국에 내어야 한단다. 북한당국은 세계에 유례없는 입국료를 받으면서도 관광객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를 많이 한다. 얻어먹으면서도 뱃장을 내어 미는 것이다.

 그래도 북한관광을 가야되는 걸까? 북한동포를 돕는 일이라지만, 민간경협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못내 찜찜한 심정은 내가 속 좁은 탓일까?


○남한보다도 더 높은 물가

 금강산에는 물가가 너무 높다. 1달러 미만의 물건은 없다. 물 2병에 1달러(1병씩은 팔지 않고 꼭 1병을 살려면 1달러를 내라는 것), 음료수 1병 1달러, 동동주 1컵에 2달러, 생맥주 500cc에 5달러, 웬만한 것은 10달러-20달러 그것뿐인가 온천이용료 12달러, 교예단공연 관람료 30달러(특석35달러), 예술소조 가무공연관람료 10달러, 금강산호텔 정식 10달러-25달러, 생선회 80달러-110달러, 온정각 등 일반 음식집 10달러-15달러, 기타 음식집 6-70달러 이밖에도 금강산관광열차, 해수욕장, 골프장, 맛사지, 스키장&썰매장(겨울) 등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모두가 요금이 비싸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벌어드리는 돈이 북한당국에 몇%나 들어갈까? 아니 연간 얼마나 들어갈까? 

 

○금강산을 훼손하는 개인우상화 글씨들

 우리나라사람들이 제 이름 새기기를 좋아해 호주의 어느 산꼭대기에도 한글로 된 이름을 새겨 놓아 국제적 망신이더라는 말을 들은바 있는데 금강산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숙을 찬양하는 문구를 곳곳에 새겨놓았다. 크고 작은 글씨들을 여기저기 새겨놓은 바위들 . . . 그 개수가  무려 4천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저것을 어찌 한단 말인가?

 

○접근할 수 없는 북한동포들

 도로변에는 들판이 펼쳐져 있다. 논은 별로 보이지 않고 평평한 곳도 대개는 밭이다. 아직 소와 쟁기로 논밭을 갈고 손으로 곡식을 심는 수준이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묵어있는 땅들이 너무 많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멀리서 오가는 게 보이는데 관광객이 다니는 도로 가까이에는 접근치 않는다. 그들이 사는 주택도 도로에서 멀리로 이전해버렸단다. 그래서 주민들을 만날 수조차 없지만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도 사진도 못 찍게, 말도 못 붙이게, 심지어 손가락질도 하지 못하게 한단다. 관광이란 그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막아놓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신기한 관광이다.

○침울한 분위기

 도로 곳곳에는 인민군 1-3명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마치 마네킹처럼 . . . 버스가 지나는 시간만 나와서 그렇게 서 있는 것이란다.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교통정리 할 것도 없고), 위용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서있는 목적이 무얼까? 관광객의 금지하는 돌출행동에 대비하는 것일까? 무표정한 얼굴, 칙칙한 복장  . . . 저렇게 서 있지 말고 그 시간에 논밭에 나가 일을 하면 생산적일 텐데 . . .멀리 떨어진 주택들은 시멘트 건물에 검은색 기와 또는 거무스름한 스레이트 지붕인 것 같다. 색깔이 거의 없고 검은색과 흰색만이 있어 칙칙하고 어둡게 보인다. 강산은 우리강산이되 분위기는 활력을 잃고 침울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나라는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된 후 남과 북으로 갈라져 60여년이 흐르는 동안 전쟁도 거치고 이념싸움으로 서로 으르렁대면서 서로가 좋은 체제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떤가? 똑같은 환경에, 똑같은 인종이, 똑같이 출발하여 똑같은 기간을 달려왔는데 어쩌면 이렇게 남과 북이 차이가 날까? 경제, 정치, 사회 . . .전반에 걸쳐 남한이 월등하게 앞서있으니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정치인들은 보수다 진보다 코피 터지게 싸우고, 일부 위정자들이 부정을 저지르고, 이러저러한 사건사고도 많아 불안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역시 좋은 나라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돈을 뿌려가며 관광을 다닐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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