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송이버섯체험기
여행기간: 2005. 10. 1 - 10. 3 여행코스: 1일 서해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주왕산등산→청송1박 2일 청송→석굴암관람→경주1박 3일 경주→해인사관람→김천→대전→예산→귀향 참여자: 이찬형,임순자/임근혁,오길순/임종근,남재숙/ 황치영,이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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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박 3일의 여행 중 주왕산 등산시 송이버섯 따기만 기록함 ===
민박집에서 점심밥을 지어 먹고 등산에 나서니 13시가 조금 넘어선다.
등산코스는 주왕산 코스, 장군봉코스, 가메봉코스, 월외코스, 절골코스 등이 있는데 우리는 ‘상의 매표소’에서 ‘장군봉’을 거쳐 ‘금은광이’를 돌아 내려오는 코스로 의견을 모은 후 담소하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10분 정도 걸으니 좌측으로 작은 샛길이 있고 자그마한 팻말에 ‘장군봉’이라고 표기한 게 나온다. 황치영씨와 이찬형씨가 그 길로 가자고 제안했고 일행들이 모두 찬성하여 넓은 길을 제쳐두고 작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조금 오르니 가파른 산길에 잘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과 스덴파이프로 만든 손잡이가 한없이 계속된다. 일행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잡이에 매달리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니 땀이 비 오듯 하여 온몸을 흠뻑 적신다.
게다가 잔뜩 찌푸린 날씨는 비까지 조금씩 날리니 일행들은 모두 일회용 비옷을 꺼내 입었다. 그러지 않아도 후덥지근한데 비옷까지 걸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려니 몹시 힘이 든다. 이윽고 계단이 끝나고 산길이 계속된다. 산의 7-8부 능선 쯤 오른 것이다. 날씨 탓인지 우리 일행 외에는 등산객이 없다. 올라오는 도중 겨우 하산하는 남녀 한 쌍을 보았을 뿐이다.
아까 민박집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송이 몇 개를 따왔다고 하여 구경하던 일이 기억나서 우리 일행들은 “이 산에서 송이가 난다는데” “하지만 등산로 가까이에 있진 않을거야, 아마 저 안쪽으로 몇 십 미터 들어가야 있을 거야.” “그렇겠지” 저마다 한마디씩 송이를 따 봤으면 하는 바램들을 이야기 하면서 올라갔다. 아내는 “송이버섯 한 개만이라도 따서 우리 일행 8명이 똑같이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 라고 희망을 말하기도 한다.
한참 올랐을 때 임순자씨가 송이버섯 한 개를 따서 일행들에게 보이니 모두들 깜짝 놀라면서 “야 있구나, 우리도 딸 수 있겠다”라는 희망에 들떠서 각자 버섯을 찾기 시작 하였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버섯을 발견한 일행들의 기쁨에 찬 환호가 터져 나온다. 난생처음 접해보는 송이채취에 모두들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아니 나도 이런 횡재를 해보다니” 황치영씨의 기쁨에 찬 말이다. 그렇게 30분 정도 되었을까? 30여 개의 버섯이 모아졌다. 민박집 주인의 말에 의하면 함부로 버섯채취를 못하게 한다는데, 그리고 궂은비는 자꾸만 질척대지, 하산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지, 그래서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해도 송이버섯 따는 재미에 빠진 푹 빠진 일행들은 좀처럼 가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하랴? 송이를 그만 따고 가야 하는 아쉬움이야 오죽 하랴만 그래도 시간을 계속 지체할 수 없어 일행들은 미련을 남긴 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금은광이를 향하는 능선길은 꽤나 길찼다. 봉우리들을 오르내림도 여러 번 있고 특히 일행 중 한사람은 다리에 쥐가 나는 어려움이 있어 모두들 걱정하기도 하였다. 가까스로 금은광이를 지나니 제3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폭포로 가는 내리막길은 아주 험했다. 대부분의 길이 계곡의 물길로 되어 있어 바위를 넘고 돌길을 걸어야 한다. 시간상 저녁때는 아니지만 숲속이라서 약간 침침한 게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빗 낱은 계속해서 조금씩 흩 뿌리고 그래서 돌들은 면이 젖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질 염려가 있으므로 일행들은 조심 또 조심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특히 시력조절에 문제가 있는 일행도 있는데 그는 험하고 어두침침한 길에서 그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으랴?
가까스로 제3폭포에 도착하니 길이 아주 좋고 우중충한 날씨에도 폭포까지 오가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폭포는 그리 크지 않지만 주변 경관이 매우 빼어나다. 제3폭포에서부터 제2폭포, 제1폭포에 이르는 계곡양편에는 기기묘묘한 기암괴석들이 평풍처럼 둘러서기도 하고 석벽을 만들기도 하면서 계곡엔 맑은 물이 흘러 크고 작은 웅덩이와 기묘한 형상들을 연출하여 아름다운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위 중 대표 격인 우뚝 솟은 시루봉 위에는 마치 동양화에 나오는 그림마냥 나무와 풀들이 살고 있어 신비함을 더해준다. 이곳 계곡은 중국의 유명한 장가계의 비경을 한 부분 가져다 놓은 듯하다. 우리들은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간간히 세워놓은 안내판을 읽어보기도 하면서 내려왔다.
주왕산은 주봉이 702m밖에 안되고 장군봉, 관음봉을 비롯한 여러 개의 봉우리들도 대개 800-900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광범위하고 경치가 빼어나 여러 가지 설화가 많이 있다. 그 중 옛날 주왕이라는 전설속의 인물과 관련된 설화가 대표적이다. 천 여 년 전 신라시대에 주왕(신라의 임금인지 당나라의 임금인지 모른다고 함)이라는 자칭, 천자가 신라의 마장군과 전쟁을 계속하다가 이 산에 은거 하게 되었고 어느 날 숨어있던 동굴에서 나왔다가 마장군의 화살에 맞아 죽게 되었는데 그때 그가 흘린 피로 피어났다는 ‘수달래(진달래 비슷한 철쭉의 일종)’는 지금도 붉게 피어나는데 오직 주왕산에서만 자생한다고 하며 주왕굴, 자하성(紫霞城), 무장굴(武藏窟), 연화굴(蓮花窟)등 주왕의 전설이 어려 있는 명소들이 많이 있다.
민박집까지는 3.6km, 열심히 걸어서 도착하니 18시가 넘었다. 돌아오는 동안 내내 일행들은 송이버섯을 따던 순간의 생각에 도취하여 저마다 그 상황을 설명하면서 즐거워했고 저녁에 송이버섯으로 잔치를 벌일 생각에 모두 기대에 부풀었다.
마침내 저녁식사 시간이다. 송이버섯을 씻어 쇠고기와 함께 구워서 소줏잔을 곁들여 먹으면서 일행들은 몹시 즐거워하였다. 송이버섯의 양은 대략 2kg정도, “시가로 따진다면 현지 채취자에게서 직접 산다고 해도 40-50만원어치는 될 걸?” “만약에 백화점에 가서 산다면 100만원어치는 될 걸?” “아니! 사먹는다면 이렇게 방금 따온 싱싱한 버섯을 사 먹을 수 있나? 며칠 묵은 것이나 먹을 수 있겠지” 저마다 한마디씩 하기도 하고 또 산을 내려오면서 몇 번이고 말한 채취 당시의 상황을 또 다시 이야기하면서 재미있어하는 일행들, 또 해도 또 들어도 질리지 않은 듯 그런 얘기들을 반복하여 나누면서 그 많은 송이버섯을 다 먹어치웠다. 우리가 언제 또 다시 이와 같은 횡재를 할 수 있을까? 아마 영원히 이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첫째 오늘은 비가 와서 다른 등산객들이 없었고, 둘째 하루 종일 비가 촉촉이 내리니 버섯이 돋아나기 좋은 환경이고, 셋째 지역 주민들은 대개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버섯을 채취하기 때문에 낮에는 올라가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그렇게 많은 송이버섯을 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았다.
버섯이야기는 다음날 경주에 가서 석굴암을 오르내릴 때도, 그 다음날 합천의 해인사를 구경할 때에도, 그리고 귀향하는 길에도 그칠 줄 몰랐다. 아니 앞으로 한동안 우리 일행들의 이야기에 등장할 것이다.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이야기해도 또 해도 즐겁고, 들어도 또 들어도 신나는 송이버섯체험이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