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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정기

구슬뫼 2007. 9. 4. 10:34
 

2박 3일의 여행(한라산 등정기)


○기간: 2005. 8. 11 -8. 13

○참여자: 이찬형‧ 임순자/ 임근혁‧ 오길순/ 조창식‧ 신무순/ 최종철‧ 서인숙/ 황치영‧ 이순희

○여행코스: 서해안고속도로→목포→제주도 삼양동민박→한라산 등산→ 한림읍 일성콘도숙박→제주관광→목포→서해안고속도로→귀향


▢8월 11일

 새벽 5시 30분, 일행들은 명천동의 해태마트에서 만나 두 대의 자가용으로 목포까지 가서 배편으로 제주도로 건너가기로 되어있다. 모두들 시간을 잘 지킨 덕에 각자 챙겨온 짐들을 두 대의 차에 싣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진입하니 새벽 5시 58분이다. 그러나 밤부터 줄기차게 내리는 비가 멎을 줄 모르고 계속되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이렇게 비가 계속 내리다가는 수해(水害)가 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제주도에 가서도 비가 내린다면 모처럼 계획한 한라산 등산은 할 수나 있을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내일은 남쪽지방부터 비가 개일 것이라고 하는 일기예보에 희망을 걸어 본다.

 차는 레져용 � 1대(이찬형)와 승용차 1대(황치영)를 이용한다. (등산시마다 두 회원의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늘 미안하다) 목포행 배의 출항이 9시, 배타기 전 승용차를 주차장을 찾아 주차해야 하고, 배타기전 수속 절차라든지 하는 것들 때문에 8시까지는 목포에 도착해야 하기에 바쁜 마음은 운전페달에 가속을 더한다. 하지만 함부로 과속은 할 수 없다. 새벽시간이라서 차량의 운행이 한적한 고속도로지만 과속방지 카메라가 자주 서 있어 마음 놓고 속력을 놓을 수 없고 또한 억수같이 차창에 쏟아 붓는 빗줄기가 앞을 가려 운전에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었다.

 서천지역을 들어서니 다행히 비가 오락가락 한다. 아주 그쳤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내가 탄 2호차의 윈도우 부러쉬가 바람에 확 꺾기면서 고장이 나고 말았다. 앗! 큰일이다. 운전하는 황치영씨는 말 할 것도 없고 함께 탄 나와 세 명의 일행은 몹시 당황한다. 갓길에 세우고 손을 보고서 가자고 하였으나 운전하는 황치영씨는 휴게소가 나오거든 하자며 운전을 계속한다. 다행이 빗줄기는 약해졌으나 도로면에 빗물이 젖어 있으므로 앞의 차가 지나갈 때 날리는 물안개가 그대로 차창에 날라 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휴게소가 나왔으나 황치영씨는 시간이 없다면서 그런 상태로 운전을 계속한다.  군산을 지나 김제지역에 들어서니 비가 완전히 그치고 햇빛도 나서 차창이 맑아져 제대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하는 황치영씨의 불안은 어떠했을까?

 함평휴게소에서 용변도 볼 겸, 차도 한잔 할 겸, 쉬었다가 차를 타려고 하니 아니 이게 또 웬일인가? 이번에는 1호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설상가상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한참의 시간낭비 끝에 결국 렉카차에 실려 목포항으로 갔다. (차는 전화로 정비계약을 한 후 정비공장에 보내 우리가 제주도에 다녀 나올 때까지 고쳐놓게 된다)

 다행이 이찬형씨가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한 9시 여객선(뉴씨월드 고속훼리호)을 바쁘지 않게 탈 수 있었고 날씨는 쾌청, 물결은 잔잔하여 기분 좋은 항해 4시간 30분만인 13시 30분에 제주도에 도착하였다. 미리 연락하여 대기 하고 있던 개인택시 2대를 이용하여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민박(바다향기)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민박집은 깨끗하고 시설도 좋다.  택시기사는 이틀간 우리의 편의를 도모하기로 하고 3일째 되는 날에도 렌트카를 대 주기로 계약하였다. 그들의 안내로 강박사라는 음식집에 가서 저녁식사로 갈치와 고등어의 회와 조림으로 맛있게 식사를 한 후 내일아침 4시 기상하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8월 12일

 휴대전화에 맞춰 놓은 4시 알람소리에 일어난 일행들은 밥을 짓고 음식을 꾸려가지고 아침밥을 간단히 한 후 5시 30분에 택시를 타고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지소에 다다르니 6시가 다 되었다. 백록담에 오르는 코스는 성판악코스, 관음사코스, 어리목코스, 영실코스, 어승생악 자연학습탐방로 등이 있다는데 우리는 가장 쉽다는 성판악코스로 올라가서 관음사코스로 하산키로 하였다.

 성판악코스는 총 9.6km로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길은 거친 돌을 포장하듯 깔아놓았고 숲 터널이 이루어져 시원하다. 또한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게 끝없이 이어져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라고 해야 할까? 일행들은 담소를 나누며 급하지 않게 걸으니 평소 등산을 많이 하지 않은 회원들도 뒤떨어지지 않고 잘들 오른다.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다른 등산객들이 별로 많지 않다. 간간히 만나는 등산객들과 앞거서니 뒤서거니 2시간정도 걸으니 이제는 차츰 기운이 떨어져 가는지 일행들의 자세도 조금씩 흐트러지는 기분이다. 사라악 약수터에서 각자 빈병에 물을 채우고 한참을 쉬고 나니 다시 새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등산로에는 100m마다 이정표에 현 위치, 지금까지 걸어 온 거리, 앞으로 남은 거리를 표기해놓아 편리하게 볼 수 있어 좋다. 행정당국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사라악에서부터 한시간정도 총 3시간을 오르니 진달래 밭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제법 경사도 가파러 진다.  이제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버린 것 같아 더 이상 오르기 싫다. 더구나 숲 터널도 없이 여기부터는 햇빛이 쨍쨍 내려쬐이는 등산로가 아닌가. 반바지 차림으로 가던 나는 재빨리 목이 긴 등산용 스타킹을 꺼내 신었다. 햇빛으로 인해 갑자기 타는 걸 방지하기위해서다. 일행들 중 한 사람은 기진맥진하여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가 올라가서는 관음사코스로 내려가기로 되었으니 여기서 되돌아 갈 수는 없지 않는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서로서로 힘을 북돋아주며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다. 시각은 10시 38분, 총소요시간 4시간 40분이 걸렸다. 해발 1950m, 말로만 들었던 백록담, TV에서나 보았던 백록담이 바로 발아래 펼쳐져 있다.

 아! 정상을 밟은 이 성취감, 날아갈 것 같은 이 기분,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우리일행 말고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 서 있다.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 아이들,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제주도 사람, 충청도 사람. . . 

 20분정도 쉬고는 점심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에서 싸 가지고 간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그늘막이 없는 땡볕이라서 10분정도 내려와서 숲속 적당한 자리, 음식을 꺼내 놓고 맛있게 먹었다. 소주까지 한잔 곁 드린 식사, 그야말로 꿀맛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어디서 날아드는지 파리 떼들이 극성을 부려 기분을 잡치게 한다. 20-30분간 식사를 한 후 일행은 하산을 시작 하였다.

 내려오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몸도 피곤하고 빨리 내려가야 할 이유도 없고 해서 천천히 내려가기로 하였다. 거리는 8.7km 부지런히 내려가면 좀 빨리 하산을 끝낼 수 있기는 하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쉬엄쉬엄 내려 오다보니 4시간 10분이 소요되어 관음사 휴게소에 도착하자 15시 20분이다. 휴게소에서 캔맥주 1개를 먹으니 갈증과 피로가 조금 가시는 듯하다.

 택시를 타고 숙소인 한림읍 금릉리 일성콘도에 도착하니 17시가 넘었다. 콘도는 지은 지 오래된 때문인지 시설이 낙후하고 15평이라는 게 방 한 칸, 거실 한 칸, 주방 겸 현관으로 좁고, 종업원들이 친절하지도 못해 불쾌감을 자아낸다. 그래도 어쩌랴? 하룻밤 묵는 수  밖에. . . 샤워는 작은 욕실에서 많은 인원이 할 수 없어 콘도지하에 있는 사우나를 이용하는데 이곳 역시 동네목욕탕 수준이다. 그나마 콘도 숙박 손님에게는 전액 또는 요금의 일부를 할인해주는 육지의 콘도와 달리 100% 요금을 내란다. 허허 이거 참 그러나 어쩔 수 있나?

 저녁은 맛있는 걸로 사먹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숙소근처의 대영가든이라는 곳에서 제주도 흑돼지고기를 사 먹었는데 값이 싸고 맛도 있어서 10명이 술까지 먹었어도 87,000원 밖에 들지 않았다. 2차로 단란주점에 가느니, 캬바레를 가느니 의견들이 있었으나 몸이 피곤하고 그냥 자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8월 13일

 새벽 5시 휴대전화의 알람 ‘기상나팔’소리에 맞추어 남자들은 일어나 바닷가 산책에 나섰다. 여자들에게 아침식사준비 및 세수, 화장 등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밖에 나오니 작은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라는데 규모가 작고 피서객이 별로 없어 한적한 시골 바닷가모습이다. 공중화장실, 급수시설 보안등 등 피서객을 위한 편익시설은 그런대로 잘 되어 있다.

 아침식사 후 약속대로 대기한 렌트(봉고)차를 타고 관광에 나섰다. 그러나 어제 무리한 등산으로 맥들이 없어 별 흥이 나지 않는다. 맨 먼저 간곳은 분재원이다. 갖가지 분재를 전시한곳, 다음으로 간곳은 송악산, 이곳에 옛날 육군 제1훈련소가 있었다고 한다. 말만 듣던 제주도 훈련소가 이곳에 있었구나. 제주도에서는 이를 관광자원화 하는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송악산아래에서는 바람축제를 한다고 각종 깃발을 나부끼며 행사에 분주하다. 산을 오르니 분화구가 있다. 제주도에는 이와 같은 분화구가 4백 몇 십 개가 있다나.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보인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마라도, 가이드(운전사) 말에 의하면 마라도와 가파도에는 사람이 하도 귀해 무조건 오는 사람을 환영하였고 그 수단으로 외상으로 술을 팔고는 값을 값아 도 되고 말아도 된다고 섬 이름을 마라도(말아도)와 가파도(값아도)라 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물론 섬 이름을 이용한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 하겠지만 섬지역에 사람이 귀함을 대변하는 말 같아 씁쓸하다. 우리나라 시골에도 사람이 넘쳐나는 꿈같은 세월이 올 수 있을까?

 다음으로 찾은 곳은 삼방산, 그러나 등산은 무리고 산 아래에서 가이드의 설명만 들었다. 옛날 삼신 할망이 화가 나서 한라산 봉우리를 쑥 빼서 집어 던졌는데 그게 바로 이 삼방산이라고 하며 그래서 한라산에 백록담이 생겼고 이 산을 들어다 백록담에 맞추면 딱 들어맞는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이곳 산 아래에는 광명사라는 절이 있고 또한 하멜표류기의 주인공 하멜이 처음 기착한 기념물 (선박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다음으로 간곳은 관광식물원과 여미지, 갖가지 열대성 식물을 길러 구경토록 한다.

 가이드에게 점심으로 토속음식을 먹을 집을 소개하라고 하니 한 시간 이상을 달려 민속마을 제주도 흑돼지 고기 집에 갔다댄다. 돼지고기와 옥돔튀김, 꿩탕, 좁쌀술 등 맛있기는 하나 비싸다. 식사 후 가이드의 계획대로 전통 가옥을 소개한다. 마을 부녀회원이라는 젊고 얼굴도 예쁘고 말도 잘하는 여인이 나와 집을 소개하고는 각본대로 오미자차를 팔려고 한다. 일행들은 이미 제주도에 몇 번씩 다녀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인지라 한사람도 그걸 사지 않고 나오려니 오히려 미안하다.

 다음은 재래시장을 소개시켜달라고 하였으나 가이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농산물 판매장에 갔다 댄다. 일행들은 어차피 선물들을 사긴 해야 되고 가이드의 체면도 있고 하니 너도 나도 10-20만원어치씩 물건을 샀다. 옥돔, 고등어, 귤, 향수 . . .그러나 목포항에 가서야 바가지를 쓴 것을 알고 후회들을 한다. 목포항에 있는 판매장보다도 비싸게 산 때문, 민속마을에서 바가지 안 쓰고 잘 나왔으나 이곳에서 바가지를 폭 쓴 셈이 되었다.

 원래 가이드가 점심을 먹기 위해 먼 민속마을까지 가면서 시간을 끈 거라든지, 민속촌에서 전통가옥을 소개하면서 시간을 끈 것 등 모두가 재래시장을 가지 않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이미 시간이 지나고 바가지는 써버린 후였으니  그래 속이려는 자 앞에서는 언제나 속는 게 보통사람이려니. . .(그 후 품질 면에서 목포항에 있는 상품은 떨어진다는 걸 알고서 바가지는 아니었나 하는 자위를 하긴 했지만)   

 17시 30분에 출항하는 배는 예정대로 출항하였으나 손님이 너무 많아 자리가 몹시 복잡하였다. 일행들은 선내 식당에 가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갑판에 나아가 바람을 쏘이기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달랬다. 선내 식당에서는 8시 30분부터 가수가 나와 노래를 하는 공연이 있다. 가수는 필립핀에서 온 여자 하나와 악기를 연주하는 남자와 둘이서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공연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면서 좋아 하고 우리 일행들도 몇 사람은 구경하기도 하면서 왔다.

 목포항에 다다르니 밤 10시, 정비공장에 가서 차를 찾아와 타고서 돌아오니 14일 새벽 2시가 넘었다. 모두들 다리가 알배고 기진맥진하여 피곤함이 역역하다. 운전을 한 황치영씨나 최종철씨(이찬형씨 차를 대신 운전함) 얼마나 더 어려우랴, 몸 고생에다 총무 일을 맡아 처리한 임순자씨와 그를 함께 도운 이찬형씨는 또 얼마나 고생이 심했겠는가, 그리고 등산을 평소에 하지 않던 신무순씨나 서인숙씨는 얼마나 더 어려우랴 모두들 병이나 나지 말아야 할 텐데 .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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