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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다녀와서

구슬뫼 2008. 6. 7. 20:01
 

개성을 다녀 와서


보령문화연구회 회원들과 그 가족 등 36명이 5월 25일 하루 개성관광을 다녀왔다.


□관광과 중식

<개성 남대문>

 개성의 남문,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에 건축되었으나 6.25 때 파괴 된 것을 1954년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고려 건축술을 이어받은 소박하면서 짜임새 있는 양식이라고 하며 문안에 무게 14톤의 연복사 종을 옮겨 걸어놓았다고 하나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관광이라서 그야말로 주마간산(走馬看山)격이다. 내려서 자세히 보는 것이 관광인데 . . .


<박연폭포>

 송도삼절(松都三絶=황진이, 박연폭포, 서경덕)중 하나인 박연폭포(朴淵瀑布)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북한의 3대 폭포 중 하나라고 하는데 높이 37m, 폭 1.5m의 아름다운 폭포이다.

 천아산과 성거산사이의 험준한 계곡에 깎아지른 듯 한 바위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풍광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지만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았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폭포위에는 바가지 모양의 박연이라는 연못이 있어 폭포 이름의 근원이 되었다고 하며 폭포아래에는 둘레 120m의 고모담이 형성되어있다.

 

 

<관음사>

 폭포에서 850m를 오르면 관음사라는 절이 있다. 고려시대 양식의 석탑과 대웅전, 불상 등 흔히 볼 수 있는 절이지만 스님인지 아닌지 머리를 깍지 않은 승복차림의 남자 하나가 있었다.

 폭포와 관음사사이의 산길은 우거진 숲과 멋있는 바위들이 많아 아름답고 그리고 대흥산성이라는 산성의 성문도 있다. 하지만 바위마다 옛날부터 새겨놓은 이름들이 빼곡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금 공간이 있다싶으면 어김없이 새겨놓은 저 이름들. . . 더러는 한글로 된 이름도 있다. 산길뿐 아니라 박연폭포의 암벽에도 여기저기 덕지덕지 이름들을 새겨 놓았으니 유난히도 제 이름 새기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버릇이 여기서도 수없이 확인된다.

 


<중식>

 박연폭포와 관음사구경을 마치고 중식시간으로 이어졌다. 훌륭한 옛 기와집들로 이루어진 거리인데  모두 조선시대 말기의 건물들이라고 한다. 사대부들이 살던 곳인가? 아마도 이곳 마을 전체를 식당으로 개조해 관광객들에게 특별히 중식을 제공하는가 보다. 13첩 반상기라고 13개의 갖가지 반찬을 각각 뚜껑이 있는 작은 놋쇠그릇에 담고 국과 밥도 역시 놋쇠그릇에 담은 한정식을 1인당 한 벌씩 내어 놓는데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안내원들에게 얼마짜리냐고 물었으나 모른단다. 자기들은 식권으로 먹기 때문에 값은 모른다는 것, 무척이나 고급스런 밥상이었다.


<선죽교>

 너무도 유명하고 책에서 보아왔던 선죽교(善竹橋)는 폭 2.45m, 길이 6.67m의 돌다리이다.

 고려충신 정몽주(鄭夢周)가 이방원(李芳遠)의 철퇴에 맞아 숨지면서 흘린 피의 흔적이 아직도 남았다는 다리, 핏자국인지 아닌지 알길 없으나 약간 붉으스름 한 빛이 돌에 흐릿하게 남아있다.   1780년(정조4년) 개성유수(開城留守)로 있던 정몽주의 후손 정호인(鄭好仁)이 선죽교로 사람들이 통행치 못하도록 돌난간을 만들어 막고 옆으로 건너다니는 돌다리를 놓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숭양서원(菘陽書院)>

 정몽주의 생가 터에 1573년(선조 6) 문충당(文忠堂)을 짖고 정몽주(鄭夢周)를 모셨다고 하는데 인터넷을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으나 정몽주의 영정과 위패만 있을 뿐이고 안내원도 정몽주를 제외한 부분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인터넷 내용: 정몽주와 함께·서경덕(徐敬德)의 위패도 함께 모셨으며 1575년에 '숭양'이란 사액을 받아 서원으로 승격했고 1668년(현종 9)에 김상헌(金尙憲)을, 1681년(숙종 7)에 김육(金堉)·조익(趙翼)을, 1784년(정조 8)에 우현보(禹玄寶)를 추가 배향했는데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에도 그대로 남아 있던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고려박물관>

고려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成均館)건물을 박물관으로 바꾸어 고려시대 유물 1,000여점을 전시한 곳이다. 4개의 전시장으로 되었으며 고려청자, 금속활자 등이 전시되어있다. 야외전시장에는 현화사 7층 석탑, 흥국사 석탑 등이 세워져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안내양이설명을 한다. 박물관 한편에 매점이 있어 특산품 등을 판다. 일행 중 한분이 맥주를 사서 마셨는데 맥주 1병에 1달러, 안주 1봉지에 1달러, 금강산에 비하여 물가는 싼 편이었다.


□관광소감

<심각한 식량위기>

 도로 옆에는 보리밭, 감자밭, 옥수수밭 등이 많았으나 작황이 형편없어 수확이나 할 수 있을지, 씨앗이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아직 농작물을 심지 않은 논밭들은 모두가 황무지처럼 보였다. 퇴비를 칠래야 퇴비 칠 풀밭도 없다. 산들은 모두 개간을 해서 꼭대기까지 빨갛게 황폐화 된 밭이니 풀이 날 곳도 없는 것이다. 딱 한 곳 어떤 논에 갈잎을 베어다 뿌린 곳이 보였는데 퇴비를 뿌린 것이라고 보긴 어렵게 듬성듬성 뿌려놓은 것이 정말 웃어도 한참 웃을 일이다. 저걸 거름이라고 넣었나?

 비료도 없다. 퇴비도 안친다. 내 논밭이 아니니 농사를 잘 지으려는 의욕도 없다. 그러니 무슨 식량을 증산할 수 있나? 그래가지고 어찌 식량이 부족하지 않겠나? 농경지를 보면서, 농작물의 작황을 보면서 북한주민들이 굶어죽겠다 싶은 위기를 느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일행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심각한 문화재 관리>

○성균관을 개조해 박물관을 만들다니? 성균관 자체가 문화재이거늘 성균관으로 보존해야 되는데 . . .


○고려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수준이 개인 소장품 진열수준이 아닌가?

진열품에 대한 특수처리도 하지 않고 진열관의 온도 습도도 조절치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진열한 문화재들이 얼마나 갈까? 빠르게 부식하여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다.


○문화재마다 써놓은 개인우상화 문구들도 문화재를 훼손하는 원인이 된다. 문화재는 문화재이지 왜 특정인을 우상화하는 선전문구들은 문화재마다 써 놓는가?


○박연폭포 용바위에 초서로 새긴 14글자의 한시(漢詩)가 있는데 이를 황진이(黃眞伊)의 시라고 하는 것은 개인우상화의 극치를 넘어 국제적인 망신을 하고 있다. 안내양의 설명에 의하면 그 한시가 어떤 시인지 알지 못했는데 김일성이 황진이의 시라고 일러주어 알게 되었으며 황진이가 머리를 잘라 그것으로 붓을 삼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일행 중 한분이 읽어보니 그것은 이백(李白=太白)의 4구절로 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라는 시(漢詩) 중 제3구절과 4구절이라는 것이니 이는 국제적 망신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백의 시를 황진이의 시로 둔갑시켜 설명하는 것을 중국인들이 안다면 뭐라고 할까?

아니 이런 사실을 북한 동포들이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인터넷에서 보니 박연폭포관광을 갔다 온 사람들 중 안내양의 엉터리 설명을 그대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참고로 이태백의 시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望廬山瀑布(망여산폭포)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李白(이백)

日照香爐生紫煙(일조향로생자연)        향로봉에 햇빛 비치니 보랏빛 안개가 일고,

遙看瀑布掛長川(요간폭포괘장천)        저 멀리 보이는 폭포는 긴 시내처럼 걸려있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나는 듯 곧바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삼천 척,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은하수가 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듯 하도다.

 

 

 

 

 <약간은 활기 있는 개성거리>

 개성거리에는 퇴근하는 개성공단직원들이 보인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활기 있는 걸음걸이, 깔끔한 옷차림! 거리는 우중충하지만 그들은 활기가 있어보였다. 자본주의의 기운이 들어간 것이다. 이렇게 조금 씩 조금 씩 바꾸어 가면 북한 전역에 자본주의의 물결이 흐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몹시 복잡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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