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우리가족이야기

코스모스와 우리 부부

구슬뫼 2024. 10. 22. 10:59

우리부부는 코스모스 피는 가을에 결혼했다.

예식이 끝난 후 시골집을 향해 달리는데

택시가 국도를 벗어나 마을길로 접어들자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꽃들이

한들한들 춤을 추는 게

마치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노래가 떠올라 나지막한 소리로 부르니

아내가 내 얼굴을 보며 살포시 웃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미소 짓는 그녀가 코스모스 꽃보다 더 청순하게 느껴졌다.

그 후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을 우리는 즐겨 불렀고

여행이나 나들이 길에 코스모스 꽃길을 만나면

반가워 그 노래를 불렀다.

어언 결혼 50, 금혼(金婚式)을 맞아

내 머리는 민둥산이 되고,

아내 머리엔 허연 억새꽃이 폈지만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길은 가슴에 남아

가을바람이 불면 그 시절 그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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