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는 코스모스 피는 가을에 결혼했다.
예식이 끝난 후 시골집을 향해 달리는데
택시가 국도를 벗어나 마을길로 접어들자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꽃들이
한들한들 춤을 추는 게
마치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노래가 떠올라 나지막한 소리로 부르니
아내가 내 얼굴을 보며 살포시 웃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미소 짓는 그녀가 코스모스 꽃보다 더 청순하게 느껴졌다.
그 후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을 우리는 즐겨 불렀고
여행이나 나들이 길에 코스모스 꽃길을 만나면
반가워 그 노래를 불렀다.
어언 결혼 50돌, 금혼(金婚式)을 맞아
내 머리는 민둥산이 되고,
아내 머리엔 허연 억새꽃이 폈지만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길은 가슴에 남아
가을바람이 불면 그 시절 그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일반적인 이야기 > 우리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혼(金婚)사랑 인증샷 (0) | 2024.11.15 |
---|---|
금혼여행후기 (5) | 2024.10.31 |
준우의 이쁜 짓 (1) | 2024.05.15 |
행복한 생일 / 즐거운 봄나들이 (1) | 2024.04.20 |
조상산소찾아뵙기행사 (0) | 2024.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