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우리가족이야기

형님의 영전에서

구슬뫼 2023. 2. 19. 11:37

형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가난한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설상가상(雪上加霜), 아버지까지 일찍 여의고

조물조물한 6명 아우와 홀어머니를 책임져야 했던 20세 가장,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를 난감한 상황에서

형님의 절망감은 어떠하셨을까? 또 남몰래 흘린 눈물은 얼마나 되었을까?

 

당장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줄줄이 커나는 아우들의 앞길을 열어 줘야 한다는 중압 감까지. . .

군 생활하는 동안의 안절부절, 제대후엔 객지에서 박봉의 공직생활하는 어려움속서도

고향집에 대한 생활비지원과 아우들 앞날 걱정을 한시도 놓을 수가 없어

신혼의 달콤함마저도 느낄 겨를조차 없이 삶에 허덕여야 했던 형님,

 

그렇게 노심초사(勞心焦思) 노력하신 형님의 뒷받침 덕분에 아우 중 1명은 공무원이 되었고,

1명은 양복기술자가 되었으며 나머지 아우들의 앞길 개척에도 늘 신경쓰셔서

아우들이 바르게 자라났고 하나하나 독립하여 어엿한 사회인으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으니

형님의 큰 사랑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우리 칠성가족의 기둥인 형님께서 몸고생, 마음고생으로 얼룩진 83세의 생을 마치셨어요.

기쁜 일, 슬픈 일, 행복했던 일, 힘들었던 일, 평소 지병으로 괴롭혔던 췌장염까지

모두가 지난 옛일이 되어 버렸군요.

 

형님!

형님이 남기신 큰 사랑과 유훈을 받들어 저희들은 더욱 돈독한 형제애를 나누며 바르게 그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일평생 놓지 못한 맏이의 책임감을 비롯해 온갖 시름 다 내려놓으시고 부디 영면하세요.

형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3.2.10 영면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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