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열흘 남짓 앞두고 득표전이 치열하다.
처음부터 눈에 확 띄는 정책들은 별로 없고 생활밀착형 공약, 소소공약, 어쩌구하며 시골 지역 시장•군수의 공약에나 어울릴 법한 시시콜콜, 자질구레한 공약들을 앞다투어 내어놓다가, 복지 운운하면서 노인, 청년, 무주택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군인 . . 등등 여기저기 얼마씩 지원하겠다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더니, 그나마도 이젠 공약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여와 야를 따질 것 없이 치고받고 물고 뜯고 그야말로 진흙탕 속의 개싸움을 방불케 한다.
취모멱자(吹毛覓疵/흠을 찾으려고 털을 불어 헤친다)라는 말처럼 서로의 티끌만 한 잘못이라도 샅샅이 찾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공격하고, 나아가 제 잘못을 상대방 잘못으로 바꿔 덮어씌우는가 하면, 심지어 없는 잘못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 그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이렇게 싸우다가 누가 이기고 누가 지던 선거가 끝난 후에 서로 상처가 많이 남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걱정이 된다.
한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나라발전을 위한 비전과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훌륭한 정책을 내고 지지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얄팍하고 자질구레한 좁쌀 공약, 사탕발림 같은 선심성 퍼주기 공약 등으로 표를 구걸하고 그것도 모자라 서로 물고 뜯는 이전투구(泥田鬪狗)나 해서야 되겠는가?
후보들의 tv 토론도 그렇다. 서로 국리민복을 추구할 큰 그림을 내어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실무 책임자나 거론해야 할 잡다한 경제 관련 수치나 특정 부문 기술 용어를 아느니 모르느니 하는 게 과연 대통령후보다운 토론이란 말인가?
이참에 생각나는 옛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임금님이 영상에게 나라에서 1년에 거두어드리는 세곡미(稅穀米)가 얼마나 되는지, 또 나라의 병기창(兵器廠)이 몇 군데나 되는지, 물으니 영상이 모른다고 했다.
임금님이 그것도 모르며 어떻게 정사를 보는가?라고 하자
영상은 “전하, 그런 것들은 실무를 관장하는 부서의 책임자가 알 사항들입니다. 소신은 육조판서(六曹判書)와 팔도의 관찰사(觀察使)를 지휘, 감독하며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라고 대답하니 임금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명신이라고 칭찬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옛날과 지금이 같을 수는 없지만 위 이야기를 대통령 후보들이 한번 쯤 생각해 보기 바라며 다음 토론에서는 ‘나라의 앞날을 위한 획기적인 비젼’과 ‘온 국민이 함께 행복한 나라를 건설할 정책’을 내어놓고 선의의 경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