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진단

법과 현실

구슬뫼 2021. 9. 9. 11:47

법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누구나 꼭 지켜야 하고, 누구나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법,

그래서 모두에게 준법정신이 요구되고, 선진 시민일수록 그 정신이 투철하다.

그러나 법을 지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분명히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든 것이 법인데 사람이 그 법에 묶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

오히려 법을 안 지키는 게 잘하는 모순 경우가 있는 것이다.

 

1 : 현직에 있으면서 선거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투표장에서의 일이다.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투표하려는 사람은 꼭 신분증을 가지고 가서 그것을 투표종사원에게 보여 본인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 시골 노인이 투표장에 오시며 깜빡 잊고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 노인이 집에 가서 신분증을 가지고 다시 오려면 2-3km정도 떨어진 집에 걸어서 다녀와야 하는데 날씨는 덥고 설상가상으로 걸음걸이까지 불편한 분이었다. 다행히 투표종사원 중에 노인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 본인임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투표종사원들끼리 격론이 벌어졌다. 신분증이 없으니 투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신분증이 없어도 본인임을 확인 할 수 있으니 투표를 시키자는 의견이 맞섰다. 결국은 신분증은 투표할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라 본인임을 확인하는 수단이니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면 투표를 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

 

2 : 옛날 어느 왕이 특정한 법을 어기는 사람은 두 눈을 빼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첫 번째 그 법을 어긴 사람이 왕자 즉, 왕이 사랑하는 그의 아들이 아닌가?

사람들은 설마 왕자의 눈을 빼기야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왕은 당장 법을 시행하라 명령을 내렸고 집행관들은 왕자의 한쪽 눈을 뺐다. 이때 왕이 나서며 나머지 한쪽 눈은 자신의 것을 빼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법의 지엄함과 부모의 절절한 자식사랑을 함께 말하고 있지만, 이 경우도 법을 제대로 지킨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3 : 자정이 넘은 시각에 차도 사람도 없는 사거리에 교통신호등이 작동하고 있다.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나타나 주위를 살펴봐도 아무런 위험이 없는데 빨간 신호등에서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건너야 하나, 더구나 그가 아주 급한 일이 있다면?

 

이런 예를 들자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 해서 법은 꼭 지켜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세계적인 성인 소크라테스도 악법에 의한 사형을 받아드렸다고 하지만, 법은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다. 법으로 인해 오히려 사람이 피해를 받는다면 법을 만든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을은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보다 합리적일 것 같다.

옥마정에서 바라 본 서해낙조(2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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