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진단

코로나와 미풍양속

구슬뫼 2021. 5. 7. 14:43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어버렸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출입국을 통제하는 바람에 해외여행이 사라졌고, 국내에서도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다중집합 영업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사회적 거리 두기, 단체 모임 자제 등을 강도 높게 권고함에 따라 사람들이 애경사 참석 자제, 관광 및 여행 중지, 각종 친목 모임 중지, 심지어 명절 가족 모임까지 자제함으로써 개인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등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도 많이 변하고 있다.

 

애경사에 대한 상부상조문화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이웃의 애사에 팥죽 한 동이, 경사에 달걀 한 꾸러미 등 간단한 물품을 전달하며 슬픔이나 기쁨을 함께하는 미풍양속이 전해왔으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애경사에 많은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부조를 하고, 특히 결혼식의 경우에는 봉투만 전달하고는 음식접대 장소로 직행하는 등 부조의 의미가 없는 형식적 행사로 변질되어 사회적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었다.

따라서 결혼이 많은 계절이 되면 부쩍 늘어나는 청첩장 때문에 축하금 내느라 갈빗대가 휜다고 엄살(?)을 떠는 사람, 청첩장을 받아들고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 심지어 자신에게 청첩장을 보냈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가 창궐하자 병의 확산을 염려하는 정부당국에서 애경사의 참석을 자제해달라 권장하고 나아가 식장의 참여 인원을 00명 이내로 제한까지 하는 등 전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계좌번호로 축하금 또는 부의금을 보내고, 조문도 전화나 문자로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에는 청첩장이나 부고에 계좌번호를 넣는 게 껄끄러워 넣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코로나 이후 자연스럽게 계좌번호를 넣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자의든 타의(코로나)든 애경사에 대한 부조문화가 크게 바뀌어 가고 있으며 이 코로나 정국이 끝나도 부조문화는 이대로 계속될 것 같다. 코로나가 사회풍습마저 바꾸어 놓은 것이다.

 

사라진 문병문화

코로나 전까지는 지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꽃을 보내 위문하기도 하고 간단한 음료수를 가지고 문병을 가기도 하였다. 그래서 입원실에는 화사한 꽃이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기도 하고 방문객들에게 접대할 음료수 박스도 준비되어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도가 지나쳐 문제가 많았다. 일가친척들, 직장동료들, 이웃들, 친구들(동창회, 각종 친목회, 동호인 단체 . . . ) 그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다 보니 조용히 안정을 취해야 할 환자에게 오히려 방해되는가 하면 이웃 병상 환자들에 폐가 되고, 나아가 입원환자들에게 비위생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었다.

 

코로나가 창궐하자 병원에서는 보호자를 1명으로 제한하여 가족들마저 병실 출입을 막는 바람에 지인들의 문병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조용하고 쾌적해진 병실 환경이 환자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예전과 같은 문병문화는 다시 재현될 것 같지 않다.

 

 

성주산휴양림폭포앞에서(2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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