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불효자의 넋두리

기적과 운명

구슬뫼 2019. 10. 24. 20:44

어머니께서 놀라운 회복력으로 집중관리실에서 다시 일반실로 옮기셨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68일 중환자들이나 가는 그곳에 가셔서 콧 줄로 식사를 하시다가 점점 더 악화되시어 연명치료수준에 이르자 715일에 의사와 협의하여 식사와 투약일체를 중단하고 조용히 운명하시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히려 회복되시어 721일에는 미음을 조금씩 잡숫고, 점점 더 나아져 817일에는 죽을 드시게 되었으며, 경관식을 간식으로 드렸다.

그 후 죽이 맛이 없다며 잘 잡숫지 않으시니 920일경부터는 병원 측에서 아예 경관식만을 잡숫게 하였다.

종합영양식품인 경관식을 잡수셔서 그런지 점점 나아지시어 드디어 1021일 일반병실로 옮기신 것이다.

이것은 기적이다. 100세 노인이 중환자실에서 회복되어 일반실로 옮기다니........


러나 이 기적을 좋아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자식 된 도리로 당연히 어머니께서 더 사시기를 바라야겠지만, 거동은커녕 일어나고 눕기도 남의 손을 빌어야 하고, 대소변도 수발해야 하고, 기억까지 가물가물 자식도 알아보셨다 못하셨다. 하시는 어머니,

회복된들 얼마나 나아지실 것이며 집에도 못 오시고 그렇게 사신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자식으로서 천벌을 받을 불효막심한 생각이지만 이런 기적이라면 차라리 일어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이 기적도 어머니의 운명이시고, 그런 어머니를 보살펴야 하는 게 바로 자식의 운명이 아닐까

나 자신 어머니를 보살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채찍질을 해본다.(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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