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불효자의 넋두리

아들의 병을 몰아가신 어머니

구슬뫼 2020. 11. 18. 12:10

어깨도 결리고, 허리도 조금씩 아프고 . . .

나이 탓인지 여기저기 몸이 나쁜 곳이 많았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점점 나아져 일주일 정도 지나니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머니께서 아들의 아픈 병을 모두 가지고 가셨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생전에 제대로 효도 한 번 못해 드린 불효막심한 자식을 어디가 예쁘다고 병까지 몰아가셨나?

그럴까? 그럴 수 있을까? 돌아가시는 마당에 자손들의 병을 몰아가실 수 있을까?

물론 하실 수 있다면 어떤 부모도 그렇게 하시고 싶겠지만, 저승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이승과 저승이 엄연히 구분되는데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병이 나을까?

그런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별도로 연구한 적도 없지만 그것은 정신적인 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어머니가 돌아기시기 전 요양병원에 계셨다. 눕고 일어나기도 혼자서 못하시고, 대소변도 받아내어야 하며 의사나 간호사가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자 요양병원에 모신 것이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직접 집에서 모시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못내 죄스러워 자책하는 마음이 늘 가슴속을 짓눌렀다.

밥 먹을 때, 잠잘 때, 운동할 때, 심지어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늘 마음의 짐은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힘든 세월이 4년여 . . . 그 짐이 여기저기 병으로 나타났던 게 아니었을까?

 

그랬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슬픔 속에서도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면서 스스로 놀랐다. 101살이나 되셨으니까 돌아가실 때가 되기도 했지만 아들 된 도리로 홀가분한 기분이 들다니 . . .

마지막 가시는 마당까지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장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인가?

! 끝내 나는 불효자가 맞구나. 끝까지 불효막심한 자식임이 입증되는구나.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삼우제까지 지내고 나니 마음의 짐이 사라진 기분이 들고 그래서 병이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닐까?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부디 영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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