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도 결리고, 허리도 조금씩 아프고 . . .
나이 탓인지 여기저기 몸이 나쁜 곳이 많았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점점 나아져 일주일 정도 지나니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머니께서 아들의 아픈 병을 모두 가지고 가셨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생전에 제대로 효도 한 번 못해 드린 불효막심한 자식을 어디가 예쁘다고 병까지 몰아가셨나?
그럴까? 그럴 수 있을까? 돌아가시는 마당에 자손들의 병을 몰아가실 수 있을까?
물론 하실 수 있다면 어떤 부모도 그렇게 하시고 싶겠지만, 저승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이승과 저승이 엄연히 구분되는데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병이 나을까?
그런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별도로 연구한 적도 없지만 그것은 정신적인 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어머니가 돌아기시기 전 요양병원에 계셨다. 눕고 일어나기도 혼자서 못하시고, 대소변도 받아내어야 하며 의사나 간호사가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자 요양병원에 모신 것이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직접 집에서 모시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못내 죄스러워 자책하는 마음이 늘 가슴속을 짓눌렀다.
밥 먹을 때, 잠잘 때, 운동할 때, 심지어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늘 마음의 짐은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힘든 세월이 4년여 . . . 그 짐이 여기저기 병으로 나타났던 게 아니었을까?
그랬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슬픔 속에서도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면서 스스로 놀랐다. 101살이나 되셨으니까 돌아가실 때가 되기도 했지만 아들 된 도리로 홀가분한 기분이 들다니 . . .
마지막 가시는 마당까지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장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인가?
아! 끝내 나는 불효자가 맞구나. 끝까지 불효막심한 자식임이 입증되는구나.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삼우제까지 지내고 나니 마음의 짐이 사라진 기분이 들고 그래서 병이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닐까?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부디 영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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