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놀라운 회복력으로 집중관리실에서 다시 일반실로 옮기셨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6월 8일 중환자들이나 가는 그곳에 가셔서 콧 줄로 식사를 하시다가 점점 더 악화되시어 연명치료수준에 이르자 7월 15일에 의사와 협의하여 식사와 투약일체를 중단하고 조용히 운명하시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히려 회복되시어 7월 21일에는 미음을 조금씩 잡숫고, 점점 더 나아져 8월 17일에는 죽을 드시게 되었으며, 경관식을 간식으로 드렸다.
그 후 죽이 맛이 없다며 잘 잡숫지 않으시니 9월 20일경부터는 병원 측에서 아예 경관식만을 잡숫게 하였다.
종합영양식품인 경관식을 잡수셔서 그런지 점점 나아지시어 드디어 10월 21일 일반병실로 옮기신 것이다.
이것은 기적이다. 100세 노인이 중환자실에서 회복되어 일반실로 옮기다니........
그러나 이 기적을 좋아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자식 된 도리로 당연히 어머니께서 더 사시기를 바라야겠지만, 거동은커녕 일어나고 눕기도 남의 손을 빌어야 하고, 대소변도 수발해야 하고, 기억까지 가물가물 자식도 알아보셨다 못하셨다. 하시는 어머니,
회복된들 얼마나 나아지실 것이며 집에도 못 오시고 그렇게 사신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자식으로서 천벌을 받을 불효막심한 생각이지만 이런 기적이라면 차라리 일어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이 기적도 어머니의 운명이시고, 그런 어머니를 보살펴야 하는 게 바로 자식의 운명이 아닐까?
나 자신 어머니를 보살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채찍질을 해본다.(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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