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군화발자국

심리의 모순(軍 일기)

구슬뫼 2017. 9. 20. 09:26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모순 된 점이 많다.

말로는 희생이니 봉사니 입버릇처럼 떠드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으나

한가지라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이번 유격훈련 중에 보고 느끼고 체험한바

이번이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다시한번 새삼 스레 느껴본 것이다.

하루종일 고된 훈련을 끝내고 돌아오면

그 누가 식사당번을 하고 싶고, 그 누가 불침번을 서고 싶으랴,

서로가 미루는 이 일들, 하지만 결국엔 그 누군가가 해야 될 일이 아닌가.

마음 종은 친구들이 두 번 세 번 할 동안

한번도 안하려고 이저저리 꽁무니를 빼는 사람의 심리,

아무리 몸이 피곤한들 식사당번 한번 못하랴? 

요는 직접함으로서 생긴는 공연한 열등의식, 그리고 꽁무니를 뺌으로 생기는 우원감, 이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열등의식이고 우월감이고 털끝 만큼도 관계치 않은 것,

오히려 묵묵히 하는 자에게 존경을 보내야 될 일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의 심리가 모순된다는 것이다.

나쁜줄 알면서도 행하는 사람의 심리, 환경이 그렇게 만든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본능인지?

그것은 분명 병이다, 병.

1969.8월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