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군화발자국

친우에게 보내는 편지(軍 일기)

구슬뫼 2017. 9. 17. 17:17

장마철! 우중충한 날씨

불쾌지수가 극도로 달해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계절이군,

그동안 고향에서 부모님 모시고 별고 없이 지내는지?

이곳 근혁, 지속되는 군무에 충실을 기할 수 있음은 친우의 염려덕분이련가?

친우와 이렇게 서신 연락이라도 취한다는 것, 참으로 오랫먼이군

그동안 고향에서 군복무로 향군 조교노릇을 하고 있는 줄은 까맣게 몰랐는 걸

며칠전 ㅇㅇ의 편지를 받음으로서 그 속에 친우의 소식을 들었기에 이렇게 필을 든 거라오.

아, 그래 고향에 있으면서 이 놈에게 서신한장 띄워주지 못하다니  . . . 나원 참(실례)

여하튼 참 군생활의 맛을 못봐서 서운감도 없진 않겠지만

복무연한이 짧다는 면에서 오히려 잘됬지 뭐유.

그런데 혹시 집에서 출퇴긑근한답시고

춘사업의 날개를 활짝펴고 재미란 재미는 혼자서 다 보고 다니는 건 아닌지?

하하하 모두가 다 실없는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누가 아나 농담이 진담되는 수가 허다하니까.

만일 그렇다면 건강도 좀 돌봐가며 놀고 또한 혼자서만 엉큼하게시리 그러지 말고

이곳 중부전선의 외로운 근혁에게도 재미있는 사연 많이 나눠주구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군대는 엄연히 계급인 만큼

다음 휴가시 이 고참님께서 내리는 체력단련에 임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허허

쓸다리 없는 말씀 많이 늘어 놓았구먼. 

오랫만에 필을 잡고보니 쓸말도 적지는 않지만

또 다음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난필을 줄이는바이오

1969.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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