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월 말 보령문화원에서
'보령의 사투리' 책자를 발행한바 이 책자 맨 끝에 넣은 글이다.
우리지역 말은 충청지역 사투리가 대개 그렇듯이 ‘하시오’를 ‘하시유’로 발음하고 대체적으로 말이 느린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 많은 말들은 표준말과 같거나 사투리라 해도 표준말과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처음 듣는 외지 사람들도 대개는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다. 이를테면 무섭다’를 ‘미섭다’라고 한다든지 무를 무수, 배추를 배차로 하는 따위의 말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표준말과 전혀 다른 사투리도 적지 않다. 더구나 같은 보령지역이라 해도 북부지역에서만 쓰는 사투리가 있고(예: 후꾸름 하다) 반대로 남부지역에만 쓰는 사투리가 있다(예: 소망). 왜 그럴까? 이는 옛날 보령현(保寧縣)과 남포현(藍浦縣) 지역으로 갈려 있었던 이유도 있을 터이지만 그 보다는 시장권(市場圈)이 달랐던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북부는 광천(廣川)을 중심으로 한 시장권이 형성되어 5일장을 보령의 북부와 홍성(洪城), 청양(靑陽)지역을 이용하였고 남부는 한산(漢山)모시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권을 이루어 5일장도 보령의 남부와 서천(舒川)지역을 이용하였던 것이다.
시장권이 같으니 왕래가 잦았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남녀 간의 혼인도 남부는 서천이나 부여(扶餘)지역과, 그리고 북부는 홍성이나 청양지역과 빈번하였으니 각각 당해지역과 말이 섞였을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그래서 북부와 남부가 서로 다른 사투리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주산(珠山)이나 미산(嵋山), 웅천(熊川)지역에는 전라도 사투리와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라도지역 사투리가 서천지역으로, 그것이 다시 보령남부지역으로 침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보령지역은 1980년대 전국 석탄생산량의 13%를 생산하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광산 근로자를 비롯하여 많은 외지 사람들이 유입되어 여러 지역 사투리들이 섞였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천해수욕장은 일찍부터 많은 유동인구들이 왕래함으로서 다양한 지역 사투리들이 뒤섞이게 되었다. 그래서 사투리를 조사하다보면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심지어 북한 사투리와 같은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지역에는 대학교가 없어 젊은이들이 외지에 나가 대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표준말에 익숙해지고 또한 방송, 신문 등 각종 매스컴은 우리지역 뿐 아니라 전국을 하나의 언어권으로 묵고 있어 지금세대들은 거의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이젠 나이 많은 시골 촌로들이나 만나야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정도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내가 30년 가까이 지역 향토사연구에 참여하면서 사투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고 10여 년 전인 2003년 경 부터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여 그동안 발간한 보령군지, 대천시지, 보령시지, 신천강씨 문중에서 발간한 『방솔나무』등 사투리가 수록된 자료들을 살피다가 2009년부터는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하였다. 친구, 친지, 일반 촌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분들의 기억을 되살려내도록 노력하면서 2010년에는 블로그에 올려놓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우리고장 출신 수필가 고 이문구선생의 『관촌수필』 『유자소전』 등 향토색 짙은
작품들도 두루 뒤졌다.
그동안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주신 친구, 친지 등 많은 분들과 참고문헌을 빌려주고 조언을 해주신 보령문화연구회원들에게 고마운 말씀을 드리며 또한 블로그를 방문하여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이 책자가 나오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을 기울여주신 보령문화원 송양훈원장님과 관계직원여러분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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