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천읍 수부리에 소안마을(사진참조)이 있다. 한자로는 수안(水岸)이라고 표기 하지만 이 마을이나 주변에 사는 원로들은 소안이라고 발음 하는데 이곳은 옛 남포현(藍浦縣)의 치소(治所)가 있던 곳이었다. 삼국시대부터 남포현의 소재지역할을 하다가 조선 제4대 세종조에 지금의 남포면으로 치소를 옮겨간 것이다. 최근의 기록에 의하면 웅천읍은 1914년 웅천면(熊川面=현 웅천읍의 서부지역)과 고읍면(古邑面=현 웅천읍의 동부지역)을 합해 웅천면이라 하였고 1995년 3월 2일 읍으로 승격한 곳인데 고읍면은 남포현의 치소가 있던 옛(古)읍(邑)이라는 뜻이고 그 중심지가 바로 이곳 소안마을이었던 것이다.
한 나라의 왕도(王都)를 장안(長安)이라 하였고, 서울의 4대문 안 즉, 중심지를 문안(問안)이라 불렀으며, 어떤 한 지역을 아우르는 성(城)이 둘러 있으면 그 안을 성안(城안)이라고 한 것처럼 치소가 있던 곳을 치소의 안 즉, 소안이라고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향토사가도 있다. 그게 꼭 맞는 말일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안’이라는 말이 어느 중심지를 일컫는 말로 사용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로 옛 중국의 13왕조(西周, 秦, 西漢, 新莽, 東漢, 西晉, 前趙, 前秦, 后秦, 西魏, 北周, 隋, 唐)의 도읍지가 서안(西安)이었고 서안의 중심지가 장안(長安)이며 한(韓), 수(隋), 당(唐)나라 때는 장안 만을 수도라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오랜동안 장안이 수도역할을 했기에 서울을 장안이라고도 하였던 것이다.
이곳 수부리에서 남포면으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이 새아니재고, 그 고개를 넘으면 새아니 마을이다. 여기 지명에도 ‘안’이 들어간다. 새아니는 새안이가 변한 말이다. 그러면 새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로 설치한 안이란 말이다. 소안마을에 있던 남포현의 치소를 이전하여 새로운 안, 즉 새로운 중심지를 설치한 것이며 그곳이 새안이고 그 새안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바로 새안이재다.
(아래 사진은 새아니마을과 그 뒤 새아니재의 모습)
이 새안이 설치된 것을 좀 더 그럴 것이라고 짐작케 해주는 지명이 있다. 기록에 의하면 남포면의 남부지역인 달산리, 옥서리, 신흥리, 양기리, 양항리 일대가 옛날에는 신안면(新安面)이었다. ‘신안’ 즉, ‘새로운 안’의 한자표기인 것이다. 그러나 신안면의 중심지는 어디였는지 알 수가 없다. 마을이름이나 지명에도 ‘안’이 들어간 곳은 새안이마을이나 새안이재를 제외하고는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새안이 마을을 소재지로 보기엔 무리다. 신안면 지역의 중앙도 아니고 주변여건도 소재지로서 적당하지 않다. 이곳이야말로 새안이재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이름을 그렇게 부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혹시 신안면 지역의 중심부에 속하는 신흥리(新興里)가 아닐까? 신안서원(新安書院)이라는 서원의 옛터도 있고, 새롭게 일어난 곳 신흥(新興),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확신할 수가 없다.
※신안서원은 남포면 신흥리 매내마을(456번지와 그 일대 추정)에 있던 서원으로 1797년(정조21년)에 창건하였다가 그 해에 훼철되었으나 1807년(순조2년)다시 세워 주자(朱子)를 비롯하여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이제 백이정(彛齊 白頤正),
익제 이제현(益齊 李齊賢), 수암 권상하(遂庵 權尙夏), 남당 한원진(南塘 韓元震) 등을 배향하였다가 대원군의 전국 서원철폐령에 의하여 1864년 훼철되었다.(참고문헌: 보령문화제6집 및 제16집)
아무튼 남포현의 치소가 웅천의 수부리 소안에서 지금의 남포면 읍내리로 직접 이전한 게 아니라 신안면 즉, 남포면의 남부지역 중 어딘가에 옮겨졌다가 그 후 다시 지금의 읍내리로 이전하였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 아직까지 그런 기록들은 발견되지 않았고, 옛 신안면 지역에서 치소와 관련된 유적이나 유물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새안이재라는 지명이 이를 시사해주고 신흥리, 신안서원 옛터 등이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을 말해 줄뿐이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의 깊은 연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소와 관련한 유적이나 유물도 발견되었으면 좋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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