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우리말 사랑

미스김 라일락(수수꽃다리)

구슬뫼 2010. 7. 15. 17:08

미스김 라일락(수수꽃다리)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관상수가 있다. 처음 봉오리가 맺힐 때에는 진 보라색이었다가 조금씩 봉오리가 피어나면서 엷은 연 보라색으로 변하며 완전히 피면 백옥같이 하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강렬한 향기를 내품는 그야말로 라일락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미스김 라일락은 추위에도 강하여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고 크기도 작아 좁은 정원에도 가꿀 수 있는 등 관상수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이 나무이름이 라일락이면 라일락이지 왜 미스김(金)이라고 한국여자의 성(姓)을 앞에 붙였을까? 이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옛날 미군정시절에 우리나라에 근무하던 미더라는 한 미국인이 휴일을 맞아 해발 892m의 백운대에 등산을 하던 중, 작은 라일락 한그루를 발견하였다. 분명히 라일락은 라일락인데 키가 매우 작은 종류의 꼬마 라일락이었다. 그는 그것을 캐어다가 자신의 사무실 정원에 심고는 그때 그 사무실에 근무하던 미스김이라는 한국인과 같이 키가 작다고 하여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가 한국근무를 마치고 돌아갈 때 그 나무의 씨를 가져가서 가꾸었고 그 후 미국의 화훼전문업체에서 그 나무를 개량하여 관상수로 보급하면서 그 이름을 미더가 붙인 대로 미스김 라일락으로 하였다.

 그 후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과 영국의 화훼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이것이 역수입되어 보급됨으로서 미스김 라일락으로 불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라일락의 원산지가 유럽이라고 하니까 미스김 라일락도 원산지가 서양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다. 그러나 라일락은 물푸레나무과(科)의 30여 가지나 되는 수수꽃다리속(屬)의 몇 종(種)을 말하는 것으로  유럽이 원산지인 것이 있으나 미스김 라일락의 경우 분명히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5가지의 수수꽃다리속 식물이 자라는데 북한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수수꽃다리(S.dilatata), 강원도 이북에서 자라는 꽃개회나무(S. wolfi), 울릉도에 자라는 섬개회나무(S. venosa), 기타 산속에 흔히 자라는 개회나무(S. reticulata var. mandshurica)와 털개회나무(S. velutina) 등이 있다. 그 중 털개회나무가 바로 미국인이 발견하여 자기네 식으로 이름붙인 것으로서 오늘날 전 세계 화훼시장을 휩쓸고 있는 미스김 라일락의 원조 인 것이다.

 한편 라일락은 나라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는데, 영어권에서는 라일락, 중국에서는 정향나무, 불란서에서는 라라꽃나무, 우리나라에서는 수수꽃다리이며 이 이름은 개회나무가 처음 꽃봉오리를 맺을 때, 그 뭉쳐진 모양이 마치 붉은 수수의 모습과 흡사해서 수수꽃다리라고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 토종식물인 털개회나무가 미국에서 종자 개량되어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도 억울한데 이름마저도 미국식으로 변해버리고 또 그것이 우리의 것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라일락의 우리나라 이름은 수수꽃다리 또는 개회나무이다. 특히 미스김 라일락은 엄연히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털개회나무이다. 이미 미국의 식물이 되어 버렸다 해도 우리만이라도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대신 우리말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으면 하는 생각이다. 털개회나무라고 해도 되겠지만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러우니 이를테면 ‘꼬마수수꽃다리’라든지 ‘난장이수수꽃다리’라든지 . . . 우리말 전문가들이 정겹고 예쁜 이름을 지어서 불렀으면 좋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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