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생활민속

명절음식과 계절음식

구슬뫼 2009. 12. 13. 18:52

명절음식과 계절음식

 

1. 들어가는 말

 예로부터 명절에는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었고, 농작물의 파종기나 성장기엔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추수기엔 수확의 기쁨을 감축하는 행사를 벌이면서 철따라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먹었는데 명절 때 해먹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라 하고 계절마다 신선한 재료로 새로운 맛을 내서 만들어 먹는 음식을 시식(時食)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이 음식을 조상님께 천신(薦新)하고 그것을 자손들 그리고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가사(歌辭)로 전하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도 철따라 변하는 농사일, 명절시기와 함께 절식과 시식내용이 나온다. 이 음식들에 대하여 월별로 알아보고자 한다.


2. 월별로 천신(薦新)하는 품목들

※작설차: 차나무 어린 싹으로 만든 차(참새의 혓바닥 같은 잎으로 만든 차라는 뜻), 생합: 익지 않은 대합(큰 조개), 청귤: 익지 않은 푸른 귤, 황석어: 참조기, 눌치: 볼락, 웅어: 바닷고기 일종, 피쌀: 현미, 동아: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의 열매, 신도주: 햅쌀로 빚은 술, 백어: 뱅어, 천어:  냇물에 사는 물고기, 동정귤: 품종 좋은 귤

월별

천       신       품      목

1

 조곽(미역), 해태(김)

2

 송어, 생복, 작설차, 반건치, 생합, 소근(미나리), 낙지

3

 고사리, 당귀, 청귤, 황석어, 눌치, 웅어

4

 죽순, 준치, 오징어,

5

 살구, 앵두, 오이, 보리, 밀

6

 피쌀, 수수, 좁쌀, 멥쌀, 능금, 가지, 수박, 참외, 동아, 오얏, 오이

7

 연어, 배, 연밥, 잣, 호도, 머루

8

 홍시, 신도주, 대추, 생률, 송이, 붕어, 게

9

 기러기, 석류, 산포도, 산복숭아

10

 감자, 금귤, 유자, 마, 대구어, 은어, 은행, 건시

11

 백어, 서대, 청어, 천어, 당유자

12

 동정귤, 숭어, 토끼


3.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음식들

 농가월령가는 농촌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월령체(月令體)로 읊은 가사로 농사일에 인정과 시식을 담은 우리의 귀중한 풍속을 잘 말해주고 있다. 지은이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지만 조선말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운보 정학유(丁學遊)라는 설이 유력하다.

 내용 중에 명절시기, 절식, 시식이 나타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정월: 정월은 맹춘(孟春)이라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사당(祠堂)에 세알(歲謁)은 병탕(餠湯)에 주과(酒菓)로다.

    엄파(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 드리면

    보기에 신신하여 오행채(五行菜)를 부러 하랴.

    보름날 약밥제도 신라적 풍습이라

    묵은 산채 삶아내어 육미(肉味)를 바꿀 소냐.

    귀 밝히는 약술이요 부름 삭는 생율(生栗)이라

2월: 2월은 중춘(仲春)이라 춘분 절기로다.

    산채(山菜)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소로쟁이 물쑥이라.

    달래 김치 냉잇국은 비위(脾胃=입맛)을 돋우나니.

    본초(本草)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 오리라.

 ○3월: 삼월은 모춘(暮春)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香菜) 캐오리라

    삽주 두룹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 먹세.

    낙화를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아내의 준비함이 가효가 이뿐이라

4월: 사월이라 맹하(孟夏)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느티떡 콩찐이는 제 때의 별미로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 보세

    가는 그물 둘러치고 은빛 큰 고기 후려내어

    너럭바위에 노구솥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이 맛과 바꿀소냐.

 ○5월: 오월이라 중하(仲夏)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아기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6월: 유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座次)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인 후에

    청풍에 취포(醉飽)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삼복(三伏)촌은 속절이요 유두(流頭)는 가일(佳日)이라

    원두막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가묘(家廟)에 천신하고 한때 음식 즐겨보세,

    부녀자는 해피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디디어라

    유두면(流頭麵)을 혀느니라,

    호박나물 가지 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이 먹어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 내오라

    비 오면 덮 것인즉 주둥이를 정히 하소

7월: 칠월이라 맹추(孟秋)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소채 고실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 호박 고지켜고 외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 보소 귀물(貴物)이 아니 될까

 ○8월: 팔월이라 중추(仲秋)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명일 쇠어 보세

    신도주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조상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 받아 본집에 근친 갈 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옷 반물 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9월: 구월이라 계추(季秋)되니 한로 절기로다.

    타작 점심하오리라 황계 백주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게 상찬으로 차려놓고

    배추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 가마에 안친 밥이 태반이나 부족하다.

 ○10월: 시월은 맹동(孟冬)이라 소설 절기로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 알암 한말도 얼잖게 간수하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講信)날 가까웠다.

    술 꺾어 단자하고 메밀 앗아 국수 하고

    소 잡고 돌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 하소.

 ○11월: 십일월은 중동(仲冬)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콩기름 우거지로 조반석죽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삼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 쑤어 인리(이웃)와 즐기리라

 ○12월: 십이월은 계동(季冬)이라 소한 대한절기로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장만 하오리라

    떡살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세육(歲肉)은 계(契)를 믿고 북어는 장에 사서

    납평일(臘日) 창애(틀)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률이라

    주준(酒樽)에 술들이니 돌 틈에 새암소리

    앞뒷집 타병성(打餠聲)은 예도 나고 제도 나네.

    새 등잔 새발심지 장등하여 새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 하는구나.


4.월별 절식과 시식

1월(正月): 설날과 대보름의 명절음식, 입춘의 시식

 ○설날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하고 설날 쓰려고 만든 술은 세주(歲酒)라고 한다. 설날 음식으로는 떡으로 만들 수 있는 떡국, 떡만두국, 떡볶음, 떡찜, 떡산적, 떡잡채, 고기음식으로 갈비찜, 사태찜, 생선찜, 편육, 족편, 지짐으로 녹두빈대떡, 각색전(고기전, 생선전, 채소전), 채소음식으로 삼색나물, 겨자채, 잡채, 우리나라 대표음식이랄 수 있는 신선로(神仙爐=悅口子湯이라고도 함)와 김치, 즉 떡과 함께 먹는 장(醬)김치 등이 있으며 후식류로 약과, 다식(깨다식, 송화다식), 정과, 엿강정, 강정, 식혜, 절편, 꽃절편, 인절미, 수정과 등이 있다.

 차례는 메 대신 반드시 떡국으로 지내며 아침식사도 떡국으로 하기 때문에 설날은 꼭 떡국을 먹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어 나이를 물을 때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떡국물이나 떡만두국물은 소고기나 꿩고기를 우려낸 물로 하였지만 꿩이 귀해지자 대신 닭고기를 쓰며 특히 만두속은 꿩고기를 썼으나 꿩이 귀하지자 닭고기로 대체하여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생겼다고도 한다. 또한 세주(歲酒)는 차례를 지낼 때나 먹을 때 찬술을 사용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봄을 맞이하는 뜻이라고 한다.  새벽에 온가족이 귀밝이술(耳明酒)를 마시기도 하였다.


 ○대보름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부럼(腫果)으로 날밤, 호두, 잣, 땅콩, 은행 등 껍질이 단단한 견과류를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원을 한다. 이를 “부럼 깨문다.”라고 표현하며 깨물 때 ‘딱’소리에 잡귀가 물러간다고 하고 이(齒)를 단단히 하는 방법이라고도 하는데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단백질 등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또한 대보름날 이른 아침에 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하여 술을 데우지 않고 차게 해서 마신다. 이렇게 하면 귀가 밝아질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듣는다고 믿었다. 이를 귀밝이술(耳明酒)이라고 한다.

 대보름날은 오곡밥을 먹는다. 다섯 가지의 곡식을 섞어 밥을 하며 성(姓)씨가 다른 세집의 음식을 먹어야 그해 운수가 좋다하여 서로서로 밥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또한 하루 아홉 번의 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여 틈틈이 여러 번 먹으며 “보름날은 아홉 번 밥을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해야 한다”라는 말도 있었다.

 복쌈이라는 것도 있다. 대보름에는 김 또는 취나물로 복(밥)을 싸서 먹으며 풍년들기를 소원했던 풍습인데 다른 명절이나 생일에도 이를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한다. 김을 많이 사용하므로 김쌈(海衣裏)이라고도 한다.

 약밥이란 것도 있는데 신라 소지왕 10년 정월 대보름날 까마귀덕분에 역모를 꾀하던 무리를 처치할 수 있었다하여 이날을 까마귀제사날(烏忌日)로 정하고 검은색을 띤 약밥을 지어 제(祭)도 지내고 까마귀에게 먹이로도 주었다는 유래가 ‘열량세시기(列陽細時記)’에 전한다.

 대보름에는 묵나물 밥이라 하여 고사리, 고비, 취, 버섯, 외꼬지, 고구마줄기, 도라지, 애호박꼬지, 가지고지, 박고지, 시래기 등 갖가지 묵나물(햇볕에 말린 나물)을 무쳐먹는다. 이날에는 고기냄새와 생선비린내를 풍기지 않도록 하며 이날 진채식을 먹으면 여름에도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대보름에 해먹는 것 중 연소병(元宵餠)이라는 보름떡도 있었다.


 ○입춘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등 좋은 글귀, 즉 입춘축(立春祝)을 써서 대문에 붙이며 오신반(五辛盤)이라 하여 움파, 산갓, 당귀싹(승검초), 미나리싹, 무 등 다섯 가지의 햇나물로 시고 매운 생채를 해먹는다.

 이 외에 입춘음식으로 탕평채(녹두묵(가을엔 도토리묵, 겨울엔 메밀묵)을 젓가락 굵기로 썰고 참기름, 소금, 숙주, 미나리, 물쑥, 고기, 김, 달걀, 초장 등을 섞어 만드는 음식) 산적, 죽순나물, 죽순찜, 달래, 냉이나물, 산갓김치 등이 있고 입춘전에 장을 담가야 소금이 덜 들고 삼삼하여 맛이 좋다고 하며 한편 탕평채는 조선 영조 때 탕평책을 논하던 날 처음 선을 보여 그런 이름이 부쳐졌다고 한다.


 2월: 중화절의 절식과 경칩시식

 ○2월 초하루는 중화절(中和節)이라 하여 농사일을 시작하는 날이다. 정월보름날 세웠던 벼가릿대의 벼를 내려 훑어서 가루를 만들어 송편을 빚어 노비들에게 나누어 주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노비의 나이 숫자대로 송편(노비송편이라 함)을 주고 노비의 날(또는 머슴의 날)로 정하여 하루를 쉬게 하였다고 한다. 또한 어촌에서는 흰떡을 쳐서 굵게 비벼 용떡을 만들어 용신께 바치고 바다를 평온하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한편 이날을 노래기 날이라고도 하여 콩을 볶아 먹으면 노래기가 없어진다고 콩을 볶아가지고 다니며 먹었으며 한편 콩을 볶으면서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하면 새와 쥐가 없어져 곡식을 축내는 일이 없다고 믿기도 하였다.


 ○경칩(驚蟄)일을 전후해서는 개구리알 혹은 도롱용알을 건져다 먹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때쯤 되면 경칩알(개구리알)을 팔러 다니는 아낙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개구리알은 허약체질에 보약이며 특히 신경통, 낭습 등에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또한 단풍나무를 베어 그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먹으면 위장병이 낫는다고 하였으니 오늘날 고로쇠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먹는 것도 여기서부터 유래된 것 같다.(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 종류인데 단풍나무종류에서는 이시기에 수액이 많이 나온다)


 3월: 삼짇날 전후의 시식과 한식의 절식

 ○3월 3일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은 설날, 단오, 칠석, 중구와 더불어 중절(中節)의 하나이다. 이때는 두견화주, 두견화전, 두견화채, 두견꽃국수, 수면(삼짇날에 먹는 음식의 하나. 녹두로 국수를 만드는데, 붉은 물을 들이고 꿀물을 탄다,) 탕평채, 쑥떡 등을 해서 화전놀이(꽃달임이라고도 함)를 즐긴다.

 3월의 시식으로는 두릅산적, 승검초산적, 생고사릿국, 복국, 뱅어탕, 숭어찜, 쑥국, 쑥경단, 쑥굴레, 쑥떡, 쑥단자 등이 있다.


○한식(寒食)은 청명절(淸明節)이라고도 하는데 조상묘에 성묘하고 묘역을 손질하면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한식을 냉절(冷節)이라고도 하며 더운 음식을 피하고 찬 음식만을 먹는 풍습이 있어 밥을 비롯한 모든 음식을 미리 준비하였다가 식은 후에 먹는다.


 4월: 사월초파일(음력 4월8일)과 곡우절 전후의 시식

 ○석가모니의 탄신일로 욕불일(浴佛日)이라고도 하고 절을 찾는 많은 신도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산나물을 반찬으로 하는 공양을 제공한다. 이날 볶은 콩 또는 삶은 콩을 먹는데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불가와 인연을 맺게 된다고 하였다. 이때의 시식으로는 느티떡, 상추떡, 볶은 콩, 미나리강회, 녹두편, 비빔국수(공동면) 등이 있으며  또 미나리와 파의 강회를 초고추장엘 찍어 먹으면 콜레라 등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곡우(穀雨)절 전후에는 조기를 비롯한 생선과 조개가 제철이라서 이들을 이용한 음식으로 조기 맑은 탕. 도미찜, 도미면, 도미탕, 복어국, 어채, 어만두, 대합구이, 대합탕 등이 있고 떡으로는 증편(烝餠이라고도 함), 개피떡 등이 있다. 농촌에서 못자리를 설치하고 실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절기이다.


 5월: 단오(端午) 전후의 시식

 ○5월 5일 단오는 천중절(天中節) 또는 수릿날이라고도 하며 여름의 시작이다. 시식으로는 수리치떡, 앵두, 화채, 준치국, 붕어찜, 제호탕(醍醐湯=오매(烏梅), 사인(沙仁), 백단향, 초과(草果)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재어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제), 앵두편, 도행병(桃杏餠=멥쌀가루, 찹쌀가루에 복숭아 즙, 살구 즙을 넣고 버무려 시루에 찐 떡), 준치만두 등이 있고 항간에서 장을 담그기도 한다. 한편 연중 양기가 가장 많은 날이라 하여 단오날 오시(午時)에 익모초와 약쑥을 뜯어다가 말려서 1년 동안 약용으로 쓰기도 한다.


 6월: 유두절(流頭節)의 절식과 삼복(三伏)시식

  ○6월 15일 유두절은 햇과일이 나올 때이므로 참외, 오이, 수박 등이 풍성하고 절식으로는 유두면, 떡수단, 보리수단, 편수(밀가루 반죽한 것을 얇게 밀어 여기에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네 귀를 서로 붙여 끓는 물에 익혀 장국에 넣어 먹는 여름 음식. 특히 개성 지방에서 많이 해 먹는다), 밀쌈(밀전병에 나물 섞은 고기소를 넣거나 달게 만든 깨소금 소를 넣어서 말아 먹는 음식), 구절판, 미만두(규아상), 상추쌈 등이 있었다. 특히 유두국수를 먹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하였다.


 ○삼복은 6월과 7월에 걸쳐 초복, 중복, 말복이 10일 간격으로 이어지는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로서 삼계탕, 개장국(보신탕), 닭죽, 육개장, 임자수탕(깻국), 민어국, 팥죽, 계절과일 등이 있다.


 7월: 칠석(七夕)과 백중절(百中節)의 시식

 ○7월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 때의 음식으로는 밀국수, 밀전병, 증편, 개피떡, 잉어구이, 오이김치, 복숭아 및 수박화채 등이 있고 칠석날 고사떡으로 붉은 팥을 얹어 찐 버무리떡, 흰 쌀가루로만 찐 백설기가 있다.


 ○7월 15일 백중절은 백종일(百種日) 또는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하며 밀가루에 박잎이나 깻잎을 넣어 지지고 햇감자와 밀가루로 전을 부쳐 사당에 제를 지냈다고 한다. 또한 머슴 날이라고도 하는데 시식으로는 증편, 밀전병, 육개장, 게, 전유화(저냐=얇게 저민 고기나 생선 따위에 밀가루를 바르고 달걀을 입혀 기름에 지진 음식), 오이김치, 깻국탕, 김칫국, 냉면, 어채, 열무김치, 생실과 등이 있다. 농가월령가의 7월편에도 각종 밑반찬을 마련하는데 적당한 시기라 하여 애호박, 도라지, 더덕, 깻잎부각, 풋고추부각, 감자녹말, 등을 저장하여 두었다가 쓴다고 했다. 더위가 꺾기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게장, 게찜, 두부, 햇실과, 떡 등을 만들고 멸치젓, 어리굴젓도 담근다.


 8월: 한가위의 명절음식

 ○8월 보름, 즉 추석(秋夕),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이라고도 하는 우리민족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는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풍성하므로 음식 또한 다양하다. 우선 차례 상에도 설날의 떡국대신 햅쌀밥을, 편대신 송편을 쓰며 제물의 차림도 넉넉하다. 8월의 시식으로는 송편, 햇과일, 토란탕, 닭찜, 송이산적, 송이찜, 백숙, 화양적(고기 채소 등 영양 및 색상이 화려하게 만든 꼬치산적), 느르미적, 율란, 조란, 밤초, 대추초 등이 있다.


 9월: 중양절(重陽節)의 시식

 ○9월9일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중양절은 9가 겹쳤다고 중구(重九)라고도 하며 구구절이라 하기도 하는데 시식으로는 국화전, 국화주, 국화화채, 어란, 유자차, 유자화채, 유자정, 밤단자, 도루묵찜 등이 있었다.


 10월: 시제(時祭)와 개천절, 상달, 말날의 풍성한 시식

 ○시제는 5대조 이상의 조상묘역을 찾아 제향(祭享)을 올리는데 각 성씨별로 종중이 모두모여 올리기 때문에 제수를 넉넉히 준비하여 참여자 전원이 먹고 한 짓(몫)씩 싸서 가져가며 나이가 많아 참여치 못하는 일가 어른들에게도 한 짓(봉상이라 함)씩 보낸다.

 10월의 시식으로는 시루떡, 무떡, 만둣국, 열구자탕, 변씨만두, 연포탕, 애탕, 애단자, 밀단고, 강정, 유과, 난로회(화롯불에 여러 가지 음식을 지지거나 구워 먹던 모임. 흔히 음력 시월 초하룻날에 있었다), 신선로 등이 있고 10월 말경이면 무, 배추, 파, 마늘, 갓, 고추, 생각, 소금, 젓갈 등을 이용하여 김장도 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10월3일 개천절(開天節)에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여 단군(檀君)께 제를 올렸고 10월을 상달(上月)이라 하여 1년 중 가장 좋은 달로 생각하고 여러 신께 제사를 올렸으며 10월 중의 오일(午日)을 말날(馬日)이라 하여 말을 위해 고사를 지내는 등 많은 제사, 고사 등이 있고 갖가지 과일이 풍성하여 먹거리가 풍부한 시기였다.


 11월(동짓달): 동지(冬至)의 절식

 ○1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인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고 한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데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나이숫자대로 넣어 먹는다. 또한 집안 곳곳에 한 그릇 씩 놓기도 하고 사방에 뿌리기도 하여 잡귀를 막는 풍습이 있었다. 시식으로는 전약(동짓날에 먹는 음식의 하나. 쇠가죽을 진하게 고아서 꿀과 관계(官桂)·건강(乾薑)·정향(丁香)·후추 따위의 가루와, 대추를 쪄서 체에 거른 고(膏)를 섞어 푹 끓인 후에 사기그릇에 담아 굳힌다), 우유죽(타락죽), 청어구이, 청어젓 등이 있다.


 12월(섣달): 그믐날 한해를 마지막 보내며 먹는 음식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날이라고도 하며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놀리기도 했다. 음식으로는 여러 가지 나물을 섞어 골동반(비빔밥)을 만들고 만두전골, 정과, 주악, 식혜, 장김치, 수정과, 인절미, 족편, 돼지고기찜, 설농탕, 한과 등을 만들어 먹었다.


5. 맺는 말

 이상과 같이 우리 민족이 명절에는 절식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계절에 따라 만들어 먹은 시식은 무엇이 있었나를 살펴보았다. 명절에는 풍성한 음식을 장만하여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고 철마다 제철에 맞는 재료로 별미를 즐기면서 건강도 지키는 인정과 맛과 멋이 있는 음식문화, 그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 음식문화이다. 봄에는 새롭게 돋아나는 갖가지 나물을 이용한 반찬과 꽃을 이용한 화전, 화주, 그리고 여름에는 여름과일을 이용한 화채와 몸보신을 위한 탕류, 가을에는 풍성한 오곡백과를 이용한 넉넉한 음식들, 겨울에는 마른 나물과 오곡밥, 팥죽, 견과류, 신선로 등 다양한 음식들을 즐겼다.

 절식이나 시식과는 다르지만 제례나 집안의 경사가 있을 때에는 음식을 풍성하게 장만하여 이웃 및 친척들과 나누어 먹는 풍습, 그리고 각종 기념일이나 특별한 행사 날에는 그에 맞는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사용하는 풍습도 아름다운 우리의 음식문화 중 하나다. 백일이나 돌잔치에 반드시 나오는 백설기(백무리)와 수수망새기(수수경단), 생일상에 빠지지 않은 미역국 등은 당사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고 혼례 후 이바지에 꼭 들어가는 구절판과 닭찜(폐백닭)은 며느리를 준 사돈댁에 완전한 음식(구절판)과 하늘의 시각을 알리는 영물(닭)을 보냄으로서 감사의 예를 정중하게 갖추는 의미가 있다. 근래에 들어와서 입학시험 등에 합격을 기원하는 엿이나 떡, 부활절에 소비하는 달걀 등도 특별한 날에 소비하는 음식문화의 일종이라 하겠다.

 우리의 음식문화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서민음식으로부터 궁중음식까지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하여 손색이 없는 훌륭한 음식문화를 이루었다.

 메주를 띄워 만든 오래 묵은 재래식 된장이나 간장이 음식업계에서 큰 인기를 얻음은 물론 서양음식업계에서도 주목하며, 김치가 사쓰 등 특정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좋다고 하고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로 진출하는 등 그래서 발효식품인

우리의 된장, 간장, 김치 등이 세계인의 큰 관심을 받는 것, 그리고 요즈음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까지 막걸리가 선풍적으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많은 종류의 음식 하나하나에 우리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배어 있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수한 우리의 음식을 더욱 연구하고 발전시켜 우리국민의 건강은 물론 세계인의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음식으로 거듭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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