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의 전통 고기잡이 방법들
Ⅰ 들어가는 말
옛날에는 저수지, 시냇물, 작은 개울, 논빼미, 웅덩이 할 것 없이 물이 고여 있는 곳에는 어디나 물고기들이 있었다. 붕어, 송사리, 피리, 미꾸라지, 장어, 메기, 새우, 참게, 가물치 등 흔한 물고기를 비롯하여 수질이 깨끗한 곳에는 빠가사리, 꺽쟁이, 모래무지, 중태기 등 좀 귀한 고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수도 엄청나게 많았다.
비오는 날에는 개울을 따라 오르던 미꾸라지가 길바닥이나 심지어 앞마당까지 올라왔고 김을 매려고 논에 들어가면 참게가 발에 밟혀 잡히기가 일수였다. 가뭄에 저수지가 말라 물 고인 부분이 좁아지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수면위로 모두 주둥이를 벌리고 떠올라 숨을 쉬는 광경이 마치 콩 멍석을 깔아놓은 것같이 보일 정도로 물고기수가 많았었다.
사람들은 이런 물고기를 잡아다가 집에서 지져(양념을 하여 끓여)먹기도 하고 아예 시냇가에 나가 냄비나 솥단지를 걸고 현장에서 끓여먹는 천렵(川獵)을 즐기기도 하였다.
시냇가 버드나무 그늘아래에서 갓 잡은 물고기에 파, 호박잎 등 야채를 넣고 고추장을 넉넉하게 풀어 얼큰하게 끓인 후에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맛이야 그 무엇에 비할까?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가리라.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기에 반찬거리로 식탁에 오르기도 하고 혹은 영양보충거리로, 때로는 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천렵으로 다가와 잠시 피로를 잊게 해주던 물고기 잡이의 추억을 더듬어 그 방법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고기잡이하던 사람들의 그물질이나 낚시질이 아닌 원시적이고 즉흥적인 간단한 방법들만 골라보기로 한다.
2 고기잡이 방법들
1) 살을 매어 잡는 고기잡이
흐르는 시냇물 속에 잠길 정도 높이의 살 2벌(조)을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V자형으로 비스듬히 매어놓고는 살 끝이 맞닿는 부분에 적당히 틈을 내고 통발을 설치한다. 물고기들은 수면에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지 않고 대개 하천의 바닥부분에서 활동하는데 흐르는 물을 따라 헤엄을 치다가 살에 닿으면 살을 따라 내려가 살 끝에 설치한 통발로 들어가게 된다. 통발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도록 만들었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통발에 고기가 많이 들게 되는데 이때 잡아내는 방법이다.
살이라 함은 대나무 또는 가늘고 곧은 막대기 등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발을 엮어서 만드는데 발이 없을 때엔 하천바닥의 돌들을 주워 모아서 길게 늘여 돌살을 매기도 한다. 민물뿐이 아니라 바다에도 돌살을 매어 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아직도 무창포나 독산리 앞바다에 가면 돌살(독살이라고도 함)의 흔적들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다.
2) 그이(게)발과 그이(게)막
우리고장에서 게를 ‘그이’라고 하여 참게는 ‘참그이’, 꽃게는 ‘꽃그이’등으로 불렀다. 발은 살이나 같은 말로서 ‘그이살’이라고도 하지만 주로 ‘그이발’(‘그이빨’로 발음)이라고 하였다.
아무튼 앞에서 소개한 ‘살을 매어 잡는 방법’과 같은 원리인데 살을 매는 곳은 내가 넓고 물이 깊은 곳(대략 깊이 50㎝이상)인데 비해 이번에 소개하는 방법은 내가 좁고 물이 얕은 곳(50㎝이하)에서 잡는 방법이다.
발(살)을 엮는 대나무 등의 길이를 길게 하여 발(살)이 수면위로 30㎝이상 올라오도록 하고 시냇물에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쳐놓은 다음 아래 끝 부분에 통발을 설치하기도 하고 통발이 없으면 발(살)끝과 냇둑 사이를 30㎝정도 떼어놓는다. 냇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던 참게가 발(살)에 닿으면 비스듬한 발(살)을 따라 자꾸 아래로 내려오게 되고 발(살)끝까지 와서 냇둑과 사이 떼어놓은 곳을 통과 할 때 잡아내면 된다. 이때 검은색의 참게가 잘 보이도록 하얀 차돌을 많이 주어다가 넓게 깔고는 조그마한 막(幕)을 지어놓고 그 속에 들어앉아서 참게가 내리기를 기다린다.
이 막을 ‘그이막’이라고 한다. 그이막 속에는 등불을 켜서 불빛이 참게가 통과하는 부분을 비추도록 해놓는다. 참고로 물고기들은 처서(處署=24절기중 하나)를 기준으로 하여 처서 전에는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고 처서이후에는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간다고 한다.
참게는 민물과 갯물이 만나는 곳에서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하는데 작은 새끼 게들은 상류로 올라가서 다 자라면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회귀(回歸)하여 번식하기를 거듭한다. 자세한 생태현상이야 전문가들이 잘 알겠지만 참게들이 초가을 벼이삭이 패기시작 할 때쯤이면 모두들 바다쪽을 향하여 내려가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여 잡는 것이 그이발(살)이다. 특히 비가 오면 물고기들이 새로운 물을 반겨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참게들도 비가 오면 일제히 하류로 내려가므로 비오는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게잡이에 나선다. 그이발을 설치하지 않은 사람들도 참게가 많은 논의 물꼬나 좁은 또랑물(도랑물=작은 개울)등에서 참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앉았다가 잡아내곤 한다.
게와 관련한 속담이 있어 소개하면
‘남의 불에 게 잡는다.’(남의 노력한 대가로 이익을 취한다.)
‘어미게는 옆으로 걸으면서 새끼보고는 바로 걸어라 한다.’(부모는 모범을 보이지 않고 자식에게만 올바로 하라 한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치다.’(하고자 하는 일이 몽땅 틀려버린다.)
‘게 등에 소금치기’(아무리 해도 쓸데없는 일)
‘게를 똑바로 걷게 할 수 없다.’(본 성질을 뜯어고칠 수 없다.)
‘게걸음 치다.’(하는 일이 진척이 늦다) 등이 있다.
3) 섶을 이용하여 잡는 방법
수수깡이나 가늘고 부드러운 나무 등을 이용하여 발을 엮어 네모진 상자(섶)을 만들고 속에는 갈대 등의 썩은 풀잎을 엉성하게 넣어서 물고기들이 돌아다니는 길목에 놓으면 장어, 메기 등과 같이 숨어들기를 잘하는 물고기들이 속에 들어가게 되는데 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 섶을 끌어다가 속에 든 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짱아집(제11집에서 소개)과 같은 원리이다. 좀 엉뚱한 우스갯소리지만 엉글엉글한(엉성한) 소금가마니에 쇠똥을 잔뜩 넣어 가지고 밧줄로 길게 묶은 다음 저수지 한가운데 넣어두었다가 몇 일후에 밧줄을 잡아당겨 가마니를 꺼내보면 쇠똥을 먹으려고 수많은 장어들이 들어가 있어 횡재할 수 있다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제 실험해 본 사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 그저 웃자고 지어낸 말인 듯 하지만 원리만은 그럴 듯한 말이 아닌가 싶다.
4) 어레미(얼맹이라고 불렀음)로 새우뜨기
주로 아낙네들이나 아이들이 고기 잡는 방법인데 어레미로 시냇가 언덕 밑 부분에 물에 잠긴 풀숲이나 물풀 등에 서식하는 새우를 물과 함께 떠올리면 물은 어레미 밑으로 빠지고 새우와 작은 물고기들이 남는데 이를 ‘새우뜬다’고 한다. 새우는 물 가운데로 헤엄쳐 다니는 것보다 수초나 엉게미(죽은 풀 따위들이 뭉쳐져 있는 것)등에 붙어살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레미로 이런 곳을 뜨면 곧잘 잡혔다. 새우와 함께 사람이 가까이 가면 그런 곳(새우가 사는 곳)으로 숨어드는 송사리, 피리, 붕어새끼, 미꾸라지 등 작은 물고기들이 함께 잡힌다.
5) 피리등으로 잡는 방법
유리로 만든 피리등이 있는데 그 속에 된장을 넣어 피리, 송사리, 돌고기 등 작은 물고기가 많이 다니는 시냇물에 담가놓고 잠시 기다리면 된장을 먹으려고 피리들이 들어갔다가 갇혀서 나오지 못한다. 어항을 사용하기도 하고 농사용 비닐이 많이 보급된 1980년대 이후에는 비닐과 철사를 이용하여 피리등을 크게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6) 벼락고기 잡기
물의 흐름이 빠른 냇바닥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돌들이 깔려있고 얕은 부분에서는 수면 위로 돌들이 나와 있음을 볼 수 있다. 한사람은 큰 쇠망치(함마 또는 오함마라고 불렀음=hammer)를 들고 한사람은 고기그릇을 들고 냇가로 가면 물고기들이 돌 속으로 모두 숨어버린다. 이때 함마로 힘껏 돌을 내려치면 속에 숨어있던 고기들이 충격으로 죽거나 기절을 하는데 돌을 떠들고 고기를 주워 담으면 된다. 고기 잡는 방법이 벼락을 치듯이 고기가 숨은 돌은 내려친다는 뜻에서 ‘벼락고기잡기’라고 한 듯하다. 하긴 물고기의 입장에서 본다면 벼락도 날벼락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 고기잡이 방법을 ‘메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7) 물 품어서 고기 잡기
지금은 경지정리로 시냇물들이 거의 없어지고 그 자리에 용수로와 배수로가 설치되었지만 옛날엔 농촌에 꾸불꾸불하고 작은 시냇물이 많이 있어 농업용 수로로 사용하였다. 농사철에는 이곳에 보를 막아 농업용수를 쓰지만 농사용 물이 필요 없는 가을이 되면 보를 허물어 시냇물을 하류로 흘려보낸다. 상류에 있는 저수지에서도 더 이상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다음해를 위해 물 가두기를 하기 때문에 시냇물은 실제 흐르는 물이 아주 적고 군데군데 움푹 패인 곳에는 물이 고여 있어 물고기들이 몰려있게 된다. 그런 곳 중에 특히 크고 물이 많이 고여 있는 웅덩이(봇통이라고 하였음)에는 물고기들이 많이 있으므로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막고 웅덩이의 물을 품어낸 후 속에 있는 물고기들을 잡아내는 것이다. 평소에 쪽대그물로는 잘 잡히지 않는 뱀장어, 메기, 가물치 등 귀한 고기를 비롯하여 큰 고기, 작은 고기 할 것 없이 몽땅 잡아낸다.
물을 품는 방법도 물의 양이 적은 웅덩이에서는 각자 물통이나 함지박 등을 이용하여 품지만 물의 양이 많은 큰 웅덩이에서는 큰 두레박에 양쪽으로 밧줄을 두 줄씩 네 줄을 맨 다음 두 사람이 양손으로 두 줄씩을 잡고는 양쪽으로 나누어 서서 호흡을 맞추어 물을 품어내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은 가뭄 때 논에 물을 품어대는 방법인데 규모가 큰 봇통이나 들샘의 고기를 잡기 위해 물을 품을 때 이용하였던 것이다. 물을 품을 때는 “어이 샤, 어이 샤.”하면서 박자를 맞추어가며 한다. 물고기를 잡다보면 흙탕물이 튀어 온통 옷이 더럽혀지고 혹은 미끄러운 메기나 장어를 잡다 잘못하여 흙탕물에 넘어져 옷을 몽땅 버리기도 하는데 그래서 평소에도 흙탕물에 많이 옷을 버린 사람을 일컬어 “메기 잡았나.” 또는 “메기 잡았구먼.”하면서 놀려대기도 한다.
8) 도구에서 고기잡기
가을철 벼가 거의 익으면 농민들은 논의 물을 빼기 위해 논바닥에 일직선으로 도구(물골=물똘=물도랑)을 친다. 도구는 벼포기를 일직선으로 뽑아서 옆으로 옮겨 심고 흙을 파내어 물똘을 만든 것으로 이를 도구창이라고도 하였다. 이 도구를 통해 논바닥의 물이 모두 물꼬를 향해 내려오게 되고 논바닥엔 물이 마르므로 논에 있던 고기들도 모두 이 도구를 따라 물꼬로 몰려들고 결국은 개울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를 이용하여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는다. 우선 물꼬부분에 작은 쪽대나 어레미를 가로질러 대 놓고는 도구 끝에서부터 고기를 몰고 와서 쪽대나 어레미에 들어가면 잡아내는 방법이다. 이때 고기를 몰면서 “도~도도 도.”하면서 소리를 내고 발로는 도구의 가장자리까지 핥으면서 몰아나간다.
9) 논우렁이 잡기
봄철 물을 가득 대놓은 논에는 우렁이들이 기어 다니는 것이 보인다. 황새(우리지역에서는 황새라 불렀지만 사실은 왜가리가 많았음)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서 우렁이를 잡아먹고는 버린 빈껍데기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사람들도 곧잘 우렁이를 건져다(잡아다) 된장국에 넣어 먹었다.
가을철에 벼를 다 베어내고 나면 논바닥 여기저기엔 우렁구멍이 나 있다. 우렁구멍은 1㎝정도 깊이로 우렁이 크기만 하게 움푹 패인 둥근 자국이다. 우렁이들이 겨울잠을 자기위해 흙속으로 숨은 것인데 이 우렁구멍속을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나란히 세워 푹 찔러 파내면 우렁이가 한 마리씩 들어있다. 우렁이가 묻히고 그 위에 0.5㎝정도로 살짝 흙이 덮인 것이 논바닥에서 1㎝정도 들어가 있고 모양도 우렁이처럼 둥그스름하여 발견도 쉽지만 꺼내기도(잡기도) 아주 쉬웠다.
속담에 ‘찍으려는 황새, 안 찍히려는 우렁이’라는 게 있는데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 즉 해코지(해꼬지)하려는 자와 피하려는 자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밖에도 ‘우렁이도 두렁 넘는 재주는 있다.’(아무리 미련한 사람도 제 요량은 있어 한 가지 재주는 있다), ‘우렁이도 집이 있다.’(집 없는 사람을 비꼬는 말), ‘우렁이 속 같다.’(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의뭉스런 사람의 속)등이 있다.
10) 논미꾸라지 잡기
일반적으로는 앞에서 알아본 여러 가지방법들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을 때 미꾸라지도 함께 잡지만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미꾸라지잡기는 좀 색다른 방법이다. 늦가을이 되면 논에서 사는 미꾸라지들은 모두 겨울잠에 들어가는데 그 장소가 대개는 논바닥의 20㎝정도 깊이의 땅속이다. 부드러운 논바닥의 흙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가을걷이가 끝나고 할 일이 없는 초겨울부터 이듬해(다음해) 이른 봄까지는 삽으로 논바닥을 파헤쳐 미꾸라지 잡이에 나선다. 잡은 미꾸라지는 집에서 먹기도 하지만 미꾸라지 장사에게 돈을 받고 넘긴다.(넘기다=팔다) 생활하수가 많이 흘러드는 논에는 영양분이 많아 미꾸라지도 많이 서식하므로 이런 논들은 매년 미꾸라지 잡이 하는 사람들의 표적이 된다. 실제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쇳개 부근에서 갈머리 마을사이의 간사지 논들은 미꾸라지 잡는 사람들이 삽으로 얼마나 파헤쳤든지 그 넓은 논들이 미꾸라지 잡이가 끝나는 봄의 중간쯤 되면 쟁기로 논갈이를 한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이렇게 잡은 미꾸라지들을 팔아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계에 크게 보태어 썼던 것이다. 지금이야 농약을 마구 사용하여 미꾸라지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논에서는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생활하수도 옛날처럼 유기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이타이 등 합성세제들이 많이 섞여 물고기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고 있지만 옛날에는 생활하수도 친 환경적(?)이어서 맑은 물보다 오히려 물고기들이 더 잘 살 수 있었으니 그 시절이 그리운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미꾸라지와 관련한 속담을 알아보면 ‘미꾸라지가 모래 쑤신다.’(아무리해도 흔적 없는 일), ‘미꾸라지 같은 놈.’(약삭빠르고 이기적인 사람), ‘미꾸라지 속에도 부레풀은 있다.’(보잘 것 없고 가난해도 오기와 속셈은 있다.), ‘미꾸라지 용 되었다.’(보잘 것 없는 사람이 크게 출세하였다.), ‘미꾸라지 천년에 용 된다.’(무슨 일이나 오랫동안 힘써 노력하면 훌륭하게 이룰 수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다 흐린다.’(한사람이 모든 사람을 욕 먹인다.) 등이 있다.
11) 화래질
밤에 불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화리질이라고도 하는데 횃불을 만들어 가지고 얕은 시냇물을 비추며 돌아다니다가 물고기가 있으면 작살 또는 쪽대 등으로 잡아내는 방법이다.
횃불은 우선 솜을 어른 주먹크기만큼 뭉친 다음 가는 철사로 얽어서 길이 1m정도 되는 막대기에 묶어 매고는 기름(방앗간에서 나오는 폐유를 사용)을 적신 다음 불을 붙이면 된다. 혼자서는 힘들고 대개 2~3명이 1조가 되어 고기를 잡는 데 한 명은 횃불을 들고 다니며 비추고 한 명은 작살과 그릇을 들고 다니며 고기를 잡으면 된다. 또 꼬마들이 기름통을 들고 따라다니다가 횃불(솜방망이)의 기름이 마를 때쯤 되면 기름 공급을 하기도 한다. 횃불이 없는 사람은 달밤에 어슴푸레 보이는 참게를 잡기 위해 다니다가 지나가는 횃불에 얼른 참게를 잡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남의 불에 게 잡는다.’라고 한다. 농사지을 때나 또는 무슨 일을 할 때에도 남이 해놓은 도움에 함께 덕을 보는 경우가 있으면 “허허, 그 놈 남의 불에 그이(게) 잡네.”라고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유래된 말인 것 같다.
횃불을 만드는 방법도 기름이 없는 경우 나무 조각을 잘게 쪼갠 다음 여러 개를 합해 직경 10㎝이내 길이 1m이상의 다발을 만드는데 이때 관솔(광솔)을 섞어야 횃불이 탈 수 있다.
세월이 흘러 플래시가 나오자 횃불고기잡이는 서서히 사라지고 플래시를 이용하게 되었다. 지금도 청정지역에선 플래시를 가지고 참게 등 고기를 잡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특히 사리 때 물 빠진 바다에 가보면 그런 광경을 무수히 볼 수 있다.
12) 가재잡기
가재는 1급수에만 산다고 하는데 산골에서 흐르는 깨끗한 물에는 거의 가재가 산다. 아직 얼음이 완전히 녹지 않은 이른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아무 때고 산골짜기 개울물에 가면 가재를 잡을 수 있었다. 작은 돌을 살며시 떠들면 가재가 헤엄쳐 달아난다. 한 마리 한 마리 잡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가재를 잡던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가재는 별로 특별한 맛이 없어 잡아다 먹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아이들이 몇 마리씩 잡아다가 싸움도 시키고 끈을 매어 무거운 짐을 끌게 하고는 “이랴, 이랴”하면서 소를 모는 시늉을 하며 장난감 대용으로 쓰는 일이 많았다.
군(軍)에 있을 때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 어느 일요일, 산골짜기에 군인들이 몰려나와 목욕도 하고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경상도 어디 출신인가 하는 군인들이 가재를 잡아 끓여 먹었는데 그 방법이 기발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 껍질을 벗긴 다음, 끈에 묶어 담가놓으니 그 냄새를 맡고 부근의 가재가 모두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잡아내기만 하니 참으로 쉬운 방법이라서 제대 후에 직접 실험도 해보고 남들에게 이야기도 하였지만 가재라는 것이 별로 맛이 없어 잡아먹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사용한 예는 별로 없을 것 같다.
가재와 관련된 속담 중에 ‘똘치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라는 것이 있다. 한 가지 일을 함으로서 두 가지 이익을 취한다는, 즉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는 말인데 이와 같은 뜻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 등이 있다. 또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다. 모양이나 형편이 비슷하고 인연이 있는 것끼리 서로 잘 어울리고 한 편이라는 뜻으로 유유상종(類類相從)과 같은 의미이고 ‘가재걸음’ 또는 ‘가재걸음 치다.’라는 말도 있다.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13) 참게낚시
참게낚시라는 것이 있다. 길이 2m정도의 대나무 끝에 1m정도의 끈을 맨 다음 죽은 개구리 한 마리를 매달아 저수지에 던져 넣고는 대나무를 낚싯대 세우듯 비스듬히 세워놓는다. 그러면 끈이 힘없이 늘어져 있는데 저수지속에 있던 참게가 개구리 냄새를 맡고 다가와서 먹으려고 물고는 깊은 곳으로 끌고 가려고 잡아당긴다. 그렇게 되면 수면 위에 나와 있는 끈이 팽팽하게 되어 참게가 물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주인은 미리 준비한 뜰채(막대기 끝에 감 따는 망처럼 그물조각을 이용하여 만든 작은 망)을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 참게가 물고 있는 대나무를 살금살금 들어 올린다.
참게는 수면위로 올라오면 즉시 물었던 먹이를 놓고 물속으로 도망가므로 수면 가까이까지 들어 올리고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뜰채를 물속으로 넣어 살며시 참게를 떠올려 잡는 방법이다. 이와 같이 낚싯대를 30개정도 만들어서 저수지 가에 쭉 세워놓고는 뜰채와 그릇만 가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줄이 팽팽해진 낚시는 건져냈다 참게만 떼고 다시 넣어놓기를 반복하면서 많은 참게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14) 불법적인 물고기잡기
배터리 등 전기를 이용하여 잡는 방법, 청산가리 등 독극물을 이용하는 방법, 폭발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은 불법이므로 생략한다.
15) 고깃배, 그물, 낚시
서론에서 밝혔듯이 전문적으로 고기를 잡던 조각배와 큰 그물 등을 이용한 고기잡이나 쪽대그물을 이용한 고기잡이, 투망(괭이그물)을 이용한 고기잡이 그리고 낚시를 이용한 고기잡이 등은 상당히 발전한 방법이고 또한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방법으로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3 맺는 말
지금도 시골에서는 시냇가에 천렵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경지정리가 다되어 개울이나 시냇물이 없어지고 쭉죽 뻗은 용수로와 배수로는 고기들의 은신처가 되지 못할뿐더러 농약의 사용으로 논이나 작은 수로 등에서는 물고기를 보기가 어렵고 강이나 규모가 큰 냇물, 저수지 등에서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으며 그나마 도시근처는 물이 오염되어 물고기를 잡아도 먹을 수 없는 등 천렵도 전 같지가 않다.
물고기의 종류도 옛날에 비하여 많이 멸종되었고 그 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인구가 늘어나고 생활패턴이 달라져 오염도가 심해지니까 생태계가 변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생활폐수를 함부로 흘려보내고 농약을 마구 사용하는 등 수질을 오염시키는 행동을 알게 모르게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샴푸, 하이타이를 비롯하여 먹다 남기는 음식물, 마시다만 소주, 음료수, 커피 모두가 수질오염원이 된다는 걸 느끼고 조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가에서 낚시를 할 때 피우던 담배꽁초를 무심코 물에 던지지는 않는가,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라는 표어가 생각난다. 우리 모두가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 솔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공장이나 대단위 축산농가 등에서 흘러나오는 폐수가 오염의 큰 원인이 되니까 행정기관에서 이를 철저히 단속하고 생활하수의 물도 깨끗이 정화시켜 흘려보내야 하겠지만 우리 시민들도 모두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때 우리의 하천도 맑아지고 고기도 몰려와 살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옛날처럼 시냇가에 나가서 천렵도 즐기지 않겠는가?
※실은 곳: 2003년 발행 보령문화 제 12집 /2006발행 향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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