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생활민속

보령지방의 어린이놀이

구슬뫼 2007. 7. 16. 18:15
 

보령지방의 어린이 놀이

                                                                                            임       근     혁

 놀이는 밖에서 하는 것과 집 안에서 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또한 소년놀이와 소녀놀이, 소년소녀 공통놀이로 나눌 수 있다.


1 밖에서 하는 놀이

▷소년들의 놀이

 제기차기, 씨름, 굴렁쇠 돌리기, 말타기놀이, 병정놀이, 멍석말이, 깡통차기, 마주서서 힘겨루기, 땅뺏기, 고상받기놀이, 가이셍


▷소녀들의 놀이

 줄넘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꽃찾기놀이, 꽃단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두꺼비집짓기, 여우놀이, 닭잡기놀이


▷소년, 소녀 공통놀이

  ○ 놀이기구 또는 사물을 이용하는 놀이 - 연날리기, 소꿉놀이, 바람개비 돌리기, 구루마 타기, 썰매타기, 기차놀이,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풀잎배 놀이, 꽈리 불기, 호드기 불기, 방아깨비 놀이

  ○ 놀이기구가 필요 없는 놀이 - 숨바꼭질, 꼬리잡기, 독장수 놀이, 미끄럼타기, 가마타기, 글씨찾기, 미역감기, 고추 먹고 맴맴, 앉은뱅이놀이


가. 소년들의 놀이

 1) 제기차기

  제기를 발로 차며 노는 겨울철 놀이로서 오늘날에도 가끔 민속경기 때 행하여지고 있다.

 고대 중국의 축국(蹴鞠 = 동양식 축구) 놀이가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에 전해져 조선시대까지 상류층의 어린이들이 즐기던 놀이인데 이것이 민간에 퍼지면서 제기차기로 변한 것으로 짐작된다.

 제기차기 방법에는 ‘한발차기’(오른발차기, 왼발차기)와 ‘양발차기’(어지자지)가 있고 한발차기는 다시 한 번 찰 때마다 땅을 딛는 ‘땅강아지’와 땅을 딛지 않고 한 발을 들고 계속 차는 ‘헐렝이’가 있다. 이 놀이는 몇 개까지 찰 수 있나 세어가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고 두 명이상이면 편을 갈라 어느 편이 많이 차나 시합을 하는데 차는 도중에 제기를 손으로 받으면 다시 하나부터 시작을 하여야 하고 땅에 떨어뜨리면 그때까지 찬 수를 계산한다.

 종 들이기라는 방법도 있다. 진 편이 종(하인)이 되어 2~3m정도 앞에서 주인(상대방)에게 제기를 차도록 던져주는데 천천히 포물선을 그으며 차기에 좋은 발치로 가도록 던져야한다. 주인이 실격할 때까지 계속하여 종노릇을 한다. 이때 주인은 발로 차는데 헛발질을 하거나 찬 후 날아가는 제기를 종이 손으로 받으면 실격이 되어 종과 주인이 바뀌게 된다.

 실격하지 않아도 주인과 종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제기를 차는 방법도 있는데 이때에는 제기를 힘껏 차서 멀리 나간 사람이 이기게 된다. 여럿이 종들이기를 할 때에는 한 사람의 종이 차례로 여러 주인에게 제기를 던져야하며 차다가 틀리는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가 종이 된다. 제기를 만드는 방법은 엽전이나 그와 비슷한 가운데 구멍이 난 둥글납작한 쇠링을 가운데 넣고 한지나 얇은 헝겊으로 둘둘 만 다음 양끝을 가운데 구멍으로 꿰어 한 방향으로 나오게 한 후 그 끝을 여러 갈래로 찢어서 수술을 만들면 된다.


 2) 씨름

 씨름은 민속경기로 발전하여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그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기로 하고 다만 체계적인 경기로서의 씨름보다는 시골마을에서 샅바고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이 그저 놀이로서 즐기던 마구잡이식(?) 씨름에 대하여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하기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이 씨름을 즐기던 중 두각을 나타내는 소년이 자라서 난장판에 나가 애기씨름이나 상태거리, 나아가 황소를 타는 장사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놀이씨름이라 해서 마냥 얕잡아 볼 것만은 아니라고 하겠다.

 어린이들이 마을주변 산자락의 산소마당(묘주변 : 마땅한 놀이공간이 없던 시절에 마을에서 가까운 산소마당은 놀이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에 모여들면 곧잘 씨름을 하곤 하였다.

 개인전도 하지만 단체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나이와 체격이 비슷한 아이끼리 둘씩 골라서 가위바위보로 편을 짠 다음 양편에서 가장 작은 아이부터 씨름을 붙인다.

 A팀 1번과 B팀 1번이 겨루어서 B팀 1번이 지면 이번에는 B팀 2번이 나와 대결을 하는 식으로 이긴 사람은 질 때까지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출전을 하며 무제한으로 끝까지 겨루어 상대팀의 마지막 가장 큰 아이까지 넘어뜨리면 완전히 이기는 것이다.

 씨름 방법은 샅바가 없으므로 오른손은 상대방의 왼편 허리띠를 잡고 왼손은 상대방의 오른쪽 허벅지부분의 옷을 잡은 다음 심판의 “판이야.”하는 소리에 맞추어 서로 겨루게 된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아이가 작은 아이와 겨룰 때에는 ‘외팔 접어준다.’고 하여 왼손은 자기의 허리에 얹고 오른손과 다리로만 공격하기도 한다.

 아이들 씨름에는 기술이 다양하지 못했으므로 참고로 대한씨름협회에서 확정한 기술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손기술 - 앞무릎치기, 앞무릎짚기, 앞무릎뒤집기, 오금당기기, 앞무릎짚고밀기, 뒷오금짚기, 옆무릎치기, 콩꺾기, 팔잡아돌리기, 앞다리들기, 손짚이기.

 ․ 다리기술 - 밭다리걸기, 밭다리후리기, 밭다리감아돌리기, 안다리걸기, 오금걸이, 호미걸이, 낚시걸이, 뒷발목걸이, 뒤측걸어밀기, 발목걸어들기, 앞다리차기.

 ․ 허리기술 - 배지기, 오른배지기, 맞배지기, 엉덩이배지기, 돌림배지기, 들배지기, 들어놓기, 들안아놓기, 돌려뿌리치기, 공중던지기, 허리꺾기, 밀어던지기

 ․ 혼합기술 - 모둠앞무릎차기, 차돌리기, 무릎대어돌리기, 등채기, 등쳐감아돌리기, 등쳐감아젖히기, 연장걸이, 잡채기, 애목잡채기, 들어잡채기, 옆채기, 업어던지기, 어깨넘어던지기, 자반뒤집기, 샅들어치기, 앞으로누르기, 꼭뒤집기, 빗장걸이, 무릎틀기, 덫걸이


 3) 굴렁쇠 돌리기

 옛날에는 굴렁쇠가 아주 귀하였다. 살 돈도 없지만 살려고 해도 파는 곳도 없었으므로 굴렁쇠를 가진 아이는 마을에서도 서너 명에 불과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빌려서 한 번씩 돌려보곤 하였다. 굴렁쇠란 헌 자전거 바퀴의 쇠만 남은 동그란 링을 말하는데 타이어를 끼웠던 홈에 50㎝정도 되는 막대기를 대고 앞으로 밀고 나가면 굴러간다. 굴렁쇠를 계속 따라가면서 넘어지거나 옆으로 굴러가지 않도록 막대기로 조정하여야 한다.

 처음엔 넓은 마당이나 운동장 같은 곳에서 하지만 숙달이 되면 좁고 구불구불한 논길, 밭길 아무데나 길만 있으면 곧잘 굴렁쇠를 돌리며 달리기를 한다. 다른 아이들이 가지지 못한 귀한(?) 놀이기구를 가졌으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굴리기가 재미도 있어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아이들이 한 번씩 돌려보자고 조르기도 하는데 크게 인심이라도 쓰는 양 못이기는 척 순번을 정해 한 번씩 돌려보라고 뻐기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헌 자전거 바퀴를 이용한 굴렁쇠는 가벼워 돌리기 쉽지만 그게 구하기가 어려우니까 동그란 쇠링만 있으면 굴렁쇠로 썼다. 그래서 이용한 것이 드럼통이 부서져 생기는 링이다. 드럼통이 부서지면 위와 아래에서 두 개의 굴렁쇠가 나온다. 드럼통 중에는 휘발유 등 기름통도 있지만 학교에서 어린이에게 배급 주던 우유통도 크기가 드럼통과 같아서 부서지면 두 개의 굴렁쇠가 나온다. 그런데 드럼통에서 나오는 굴렁쇠는 흠이 없고 무게 또한 상당히 무거워서 자전거바퀴에서 나온 굴렁쇠에 비하여 돌리기가 불편하였다. 하지만 좋고 나쁘고를 따질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그거라도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가지고 놀았다. 흠이 없기 때문에 막대기를 이용하여 돌릴 수는 없고 굵은 철사의 한쪽을 U자형으로 만들고 정면으로 길게 손잡이를 만든 후 굴렁쇠를 U부분에 넣고 손잡이로 계속 밀면서 나가면 굴렁쇠가 굴러가게 된다. 기타 요령은 앞에서와 같다.


 4) 말타기놀이

 여러 명의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로 편을 짜서 이긴 편은 사람이 되고 진 편은 말이 된다. 진 편중의 한 사람을 마부(기둥 말이라고 함)로 정하여 담벼락이나 나무에 기대서면 나머지는 마부를 향하여 앞 사람의 다리를 두 손으로 꽉 잡고 머리는 앞 사람의 다리사이에 박은 채 허리를 구부려 일렬로 정렬하여 말이 된다.

 이때 이긴 편은 차례로 말을 타는데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다가 달려와서는 펄쩍 뛰어 말에 올라탄다. 말을 다 타면 맨 앞의 아이와 마부가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말 탄 아이가 이기면 다시 말을 타게 되고 마부가 이기면 말과 사람의 역할을 바꾸게 된다. 말을 탈 때 말이 쓰러지거나 앞쪽 말과 뒤쪽 말이 손을 놓쳐 타는 사람이 빠지면 말 편이 지는 것으로 되어  다시 말이 된다. 그래서 말을 탈 때에는 되도록 멀리서 달려와 힘세게 내려앉아 말들이 쓰러지거나 허물어지도록 유도한다.

 이 놀이는 말뚝박기라고도 부르는데 펄쩍 뛰어서 말을 타는 동작이 마치 메갱이(메=나무 또는 쇠로 만든 망치모양의 연장)로 말뚝을 내려치듯이 쿵하고 인정사정없이(?) 내려박는데서 비롯한 이름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이가 말을 타거나 또는 엉덩이에 살이 적고 뼈가 뾰족한 아이가 말을 탈 때는 말의 고통이 상당히 심하여 말들이 두려워하기도 하고 힘이 약한 아이들은 말놀이를 기피하기도 하였다.

 

 5) 병정놀이

 많은 수의 아이들이 편을 갈라 즐기는 놀이이다. 전체 아이들을 똑같이 두 패로 나눈 다음 그 숫자만큼 군 계급장을 만드는데 같은 계급장을 두 개씩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이등병, 일등병....... 대장, 헌병 등의 계급장 각 2장씩을 만들어 양편이 똑같이 1인 1장씩 나누어 갖는다. 계급장은 작은 종이쪽에 글씨를 쓰면 되며 나누어 줄때에는 상대편이 보지 못하도록 양편이 서로 떨어져서 나눈다. 다음에는 양편이 서로 섞여 1:1로 계급장을 꺼내 겨루는데 계급이 낮은 아이는 포로로 잡히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은 상대편의 누가 자기보다 낮은 계급장을 가졌고 또 누가 자기보다 높은 계급장을 가졌나? 눈치를 살피면서 포로를 많이 잡기 위해 노력한다. 재미있는 것은 계급이 가장 높은 대장은 헌병이 잡을 수 있고 헌병은 계급이 가장 낮은 이등병이 잡을 수 있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어 헌병은 상대방 대장이 누구인가를 살피고 이등병은 헌병이 누구인가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자기가 헌병이나 또는 이등병임이 알려지면 금방 잡으러 상대편에서 쫓아올 터이니 자신의 계급이 탄로 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혹은 도망을 다니기도 하면서 놀이에 임한다. 그러다가 대장이 포로로 잡히면 지게 된다. 이는 군대놀이라고도 불렸는데 계급놀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흔히 병정놀이라 해서 양편으로 갈라 전쟁을 흉내 내던 놀이는 생략하기로 한다.


 6) 멍석말이

 어린이라기보다 나이가 좀 많은 청소년들이 하던 놀이이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우선 대장 한 사람을 정하고는 나머지는 일렬종대로 서는데 이때 앞사람과 뒷사람이 서로 한 손씩 잡아 줄을 잇는다. 대장이 “멍석 펴라.”라고 외치면 뒷사람부터 뒤로 드러눕는다. 이때 앞사람은 누운 사람을 가랑이 아래로 가도록 양발을 크게 벌려 타넘으며 뒷걸음질을 쳐서 그 다음에 눕고 또 그 앞의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두 사람을 타넘으며 뒷걸음질 쳐 세 번째로 눕고, 나머지 사람들도 계속 그와 같이 하여 결국은 아이들 모두가 한 줄로 눕는데 앞사람과 잡은 손은 놓지 않고 누워서도 잡고 있어야 하며 앞사람의 머리는 다음 사람의 가랑이 사이에 끼워 있어야 한다. 이렇게 다 드러누우면 대장이 “비 들어온다. 멍석 걷어라.”라고 외친다. 그러면 맨 뒤에 누웠던 아이가 일어나 앞의 사람을 가랑이 사이에 가도록 양발을 벌리고 타넘으며 앞으로 나아가서고 다음 사람은 그 뒤를 따라 그대로 하여 다음에 서기를 차례로 계속하여 처음 섰던 대형으로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멍석을 폈다 거두었다. 를 반복하는 놀이다. 모든 행동을 할 때 손은 놓지 않은 상태로 행동한다.

 말하자면 손은 항상 잡고 행위를 함으로써 전체 아이들이 한 줄로 이어져 멍석을 폈다(차례로 누웠다) 걷었다(차례로 일어섰다)하는 것이다. 여기서 멍석이라 하면 시골에서 볏짚을 이용하여 네모 또는 원형으로 넓게 만든 물건으로 마당에 펴놓고 곡식 따위를 말리는데 쓰는 것이다. 비가 올 때에는 재빨리 멍석을 걷어 들이고 햇볕이 나면 다시 펴는 모습을 흉내 내는 놀이이다.


 7) 깡통차기

 이 놀이는 숨바꼭질의 변형된 놀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아이들 중 술래가 정해지면 한 사람이 깡통을 발로 차 멀리 보내고는 모두들 달아나 숨는다. 술래는 깡통을 주어다가 제자리에 놓고는 스물까지 센 후 숨은 아이들을 찾으러 다닌다. 한 아이를 찾으면 빨리 돌아와 깡통을 밟으면서 ‘깡’하고 외치면 그 아이는 실격이 되어 한쪽에서 쉬어야 한다. 숨은 곳을 들킨 아이가 술래보다 빨리 뛰어와 깡통을 차면 술래는 다시 깡통을 주어다 놓고 스물까지 세어야 하며 그 아이는 실격되지 않고 다시 숨으면 된다.

 술래가 숨은 아이들을 차례로 찾아 실격시키면 그 판은 끝나게 되어 실격자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여 새로운 술래를 정한다. 만약에 술래가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는 사이에 숨었던 아이가 몰래 다가와 깡통을 차면 지금까지 실격되었던 아이들이 모두 살아나게 되어 술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8) 마주서서 힘겨루기

 이 놀이들은 정해진 이름이 특별히 없으나 아이들이 흔히 즐기던 놀이이다. 반드시 힘만 세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힘주어 밀려면 살짝 피하기도 하고 얼른 잡아당기기도 하는 재치가 필요한 놀이이다.


 ○ 마주서서 밀어내기: 두 아이가 마주보고 상대방의 몸에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선 다음 두 손을 뻗혀 서로의 손바닥이 마주 닿게 한다. 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선 자세에서 상대방의 손바닥을  자기 손바닥으로 밀거나 상대의 손을 잡아당겨 발을 떼도록 만들면 이기는 것이다.


 ○ 악수한 상태에서 넘어뜨리기: 두 아이가 마주서서 한 손씩을 내밀어 악수하는 상태로 잡는다. 한손은 자기의 허리에 대고 앞발을 내밀어 상대방의 발과 나란히 놓되 서로의 발 바깥부분을 마주대고 놓으며 뒷발은 적당한 간격으로 편하게 떼어놓는다. ‘시작’ 신호와 함께 상대방의 손을 앞으로 밀기도하고 잡아당기기도 하며 손을 잡은 상태로 허리를 굽혀 어깨로 상대의 몸을 밀기도하여 상대가 넘어지거나 발을 떼게 하면 이기는 것이다. 일본씨름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 끈을 이용한 힘겨루기: 손가락 굵기의 2m정도 되는 끈이 필요하며 새끼줄을 많이 이용하였다. 두 아이가 마주보고 적당한 간격으로 선 다음 끈 한 쪽씩을 잡아 자신의 왼쪽 허리에서 뒤로 둘러 오른쪽으로 오게 한 다음 오른손으로 그 끝을 잡는다. 두 아이가 이렇게 허리에 끈을 감고 오른손으로 잡아 팽팽하게 되도록 서 있으면 준비가 완료되는 것이다.

 ‘시작’ 신호와 함께 두 아이는 끈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늦춰주기도 하면서 상대가 발을 떼도록 한다. 왼손을 허리에 대고 하거나, 허리에 대지 않고 경기를 하는 방식 둘 다 가능하나 아무튼 왼손은 쓸 수 없고 오른손만으로 끈을 잡아야하며 허리힘과 팔힘을 이용하면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발을 떼게 하면, 이기는 것이다.


 9) 땅뺏기

 둘이서 하는 놀이이다. 땅바닥에 네모를 그려놓은 다음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앉아 엄지손가락을 모서리에 대고 자기 손뼘을 이용하여 한 뼘씩 금을 그려 놓은 후 가위바위보를 하여 이긴 아이가 한 뼘씩 자기 땅을 넓힌다. 계속하여 가위바위보를 하여 이길 때마다 땅을 넓혀감으로서 땅을 많이 가지는 아이가 이기는 것이다.

 땅을 넓혀나가다 보면 상대방의 땅까지도 빼앗을 수 있다. 이 놀이는 일종의 전쟁놀이와 성격이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땅을 뺏고 뺏기는 살벌(?)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10) 고상받기 놀이

 어린이들이 즐기는 일종의 힘겨루기 놀이로서 오늘날의 레스링 경기와 비슷하다. 두 명이 서로 겨루기도 하고 여럿일 경우에는 나이와 체력이 비슷한 아이끼리 두 명씩 골라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두 편으로 나눈다. 놀이가 시작되면 1:1로 맞붙어서 상대방을 쓰러뜨리기도 하고 팔을 비틀거나, 짓누르는 등, 힘으로 고통을 가한다. 상대가 고통에 못 이겨 ‘고상’하고 외치면 이기게 되는 것인데 단체전에서 이긴 사람이 많은 편이 이기는 것이다.

 이 놀이에서 이기려면 힘도 세어야 하지만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여 제압할 수 있는 꾀와 여간해서 굴복하지 않는 인내심, 그리고 끝까지 겨룰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

 놀이 도중에 손이나 팔꿈치, 발, 무릎 등으로 가격하는 것을 금하고 순수하게 힘으로 누르고, 조르고, 비트는 놀이이며 또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고상’이라고  하면 즉시 풀어주기 때문에 부상이 없는 안전한 놀이였다. 여기서 ‘고상’이라는 말은 일본말로서 항복(降伏)이라는 뜻이므로 이 놀이는 일제 때에 생겨나지 않았나싶다.


 11) 가이셍

 가이셍은 일본말로서 개전(開戰)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일제시대에 생겨난 놀이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가이셍은 어린이들 사이에 많이 즐기던 놀이로서 그 형식이 여러 가지가 있다.

 

 ○ 가이셍(1): 지금 나이가 30~40대까지 사람들이 어릴 때 즐기던 놀이로서 대천시지(大川市誌, 1994년 발행)에 오징어 놀이라고 소개되었고 보통 오징어 가이셍이라 고 불렀다.

 

10여명의 아이들이 공격편과 수비편으로 나뉜 후 그림과 같은 모양을 땅바닥에 그리고는 공격편은 ‘안방’에, 그리고 수비편은 ‘건넌방’에 들어간다. 공격자는 ‘안방’에서 나와 ‘가’ ‘나’ 선 안으로 양발로 다니다가 ‘허리’를 지나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공격자 모두가 ‘허리’를 넘으면 ‘가’ ‘나’ 중 한 선이 없어진다. 그리고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된다. ‘입구’로 들어간 공격자는 ‘건넌방’에 쳐들어가서 수비자를 젖히고 ‘찜하는 곳’을 밟으면 이긴다. 이때 ‘허리’를 넘지 않은 공격자는 ‘건넌방’에 들어갈 수 있으나 ‘찜’을 찍지 못한다. 수비편은 ‘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와 ‘목’을 건넌 후 공격자와 싸울 수 있다. ‘목’을 넘지 못한 수비자는 ‘가’ ‘나’ 선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상대를 만나더라도 싸울 수 없다. 오히려 공격자에게 채이면 실격이 된다. 따라서 공격자를 만나면 재빨리 ‘건넌방’으로 도망가야 한다. ‘허리’나 ‘목’을 넘고 있는 상대편을 공격해서 쓰러뜨리거나 선을 밟게 해서 실격시킬 수 있다. ‘안방’안에 있는 공격편이 ‘찜하는 곳’을 밟으면 실격이 된다. 공격편이 상대를 모두 실격시키거나 공격편중 한 사람이라도 ‘찜하는 곳’을 밟으면 이긴다. 수비편이 공격편을 모두 실격시키면 이긴다. 공격편이 이기면 처음부터 다시 하고 수비편이 이기면 공격과 수비를 바꾼다.


 ○ 가이셍(2): 여러 명의 아이들이 공격과 수비, 양 편으로 나뉜다. 마당에 그림과 같이 그려놓고는 공격편은 ‘1칸’에 모두 들어가고 수비편은 ‘가’와 ‘나’ 즉, 길에 나누어 들어간다. 놀이가 시작되면 공격편은 ‘1칸’에서 ‘2칸’을 거쳐 ‘3칸’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2칸’을 거쳐 ‘1칸’으로 돌아온다. 이때 수비편은 자기가 들어간 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공격자를 잡아 쓰러뜨리거나 길을 밟게 하여 실격시킨다.

 

       3        

 

 

 가

(수비)

      2         

 나

(수비)

  

       1

  ←  (공격)

 

 공격자는 ‘가’와 ‘나’길을 뛰어넘을 때 밟지 말아야하며 수비자를 잡아 길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실격시킬 수 있다. 공격자가 한 사람이라도 되돌아오기까지 성공하면 공격편이 이기는 것이고, 길을 건너다 모두 잡혀 쓰러지면 수비편이 이긴다. 공격편이 이기면 처음부터 다시하고 수비편이 이기면 공격과 수비를 바꾸어서 한다.


 ○ 가이셍(3): 그림과 같이 4개의 방과 통로를 만들어놓고 1번방에 공격편이 모두 들어가고 수비편은 가운데 네모 속으로 들어간다. 공격편은 통로를 따라 2번방, 3번방, 4번방을 거쳐 1번방까지 한 사람이라도 들어오면 공격편이 이기게 된다. 한편 수비편은 가운데 네모와 밖을 들락거리면서 공격편을 잡아 쓰러뜨리거나 네모 속 또는 밖으로 끌어냄으로서 실격을 시킨다.

공격편이 모두 실격되면 수비편이 이겨 공격과 수비를 바꾸어 논다. 공격편은 네모속이나 밖에 내딛을 수 없고 방을 거꾸로 돌 수 없다. 수비편은 방이나 통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양편 모두 선을 밟으면 실격이 된다.

 ○ 가이셍(4): 대천시지(大川市誌, 1994년 발행)에는 십자가 놀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놀이이다. 그림과 같이 십자가를 그려놓고 공격편은 1번방에 모두 들어가고 수비편은 가운데 네모 속에 모두 들어간다. 놀이가 시작되면 공격편은 2번방으로 뛰어 건너 3번방, 4번방을 거쳐 1번방으로 한 사람이라도 돌아오면 공격편이 이긴다. 수비편은 가운데 네모와 밖을 들락거리며 공격편을 끌어당기거나 쓰러뜨린다. 놀이방법은 가이셍(3)과 동일하다.

 나. 소녀들이 하는 놀이

 1) 줄넘기

 줄넘기는 민속경기로서 아직 그 맥이 보존되고 있다. 길이 5m정도의 긴 줄을 이용하여 양쪽 끝을 두 사람이 잡고 크게 돌리면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두 명이상 10여 명까지)이 그 가운데 들어가서 줄을 넘는 놀이이다. 도중에 줄에 걸리면 중단하고 다음 사람(편을 갈라서 할 경우에는 다른 편)이 들어가 줄넘기를 한다.

 밖에 서 있는 아이들이 하나, 둘, 셋.......하고 숫자를 세어보아 많이 넘은 사람(편)이 이기게 된다. 이 경우 세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가 옆으로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를 하고 넘기도 한다.

단순히 줄 넘는 숫자를 세는 놀이보다는 일정한 노래에 맞추어 놀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씩 줄을 넘을 경우 “꼬마야 꼬마야 줄을 넘어라/ 꼬마야 꼬마야 뒤로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뒤로 돌아라.”라고 밖에 서 있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 줄을 넘는 아이는 그 노래에 따라 줄을 넘고, 뒤로 돌고, 만세도 부르고, 땅도 짚고, 다시 뒤로 돌기를 한다. 뒤로 돌기까지 끝나면 “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또는 꼬마야 꼬마야 나가거라)라고 노래를 끝내며 아이는 줄 밖으로 나오고 다음 차례가 들어간다. 도중에 줄에 걸리면 실격이 되어 제외되었다가 줄을 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편적으로 혼자씩 하지만 두명이 들어가기도 한다.

 두 명씩 할 때는 우선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이긴 아이가 들어가서 줄을 넘고 있노라면 서 있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진 서방 들어오세요./ 들어와서 인사합시다./ 장껴이 셨스(가위 바위 보를 그렇게 불렀음)/ 진 사람은 빨리빨리 나가주세요.” 하면 가위 바위 보에서 졌던 아이가 노래에 맞추어 들어가서, 먼저 들어가 줄넘기를 하던 아이와 노래에 맞추어 인사를 한 후,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여기서 진 아이는 밖으로 나오고 또 다른 아이가 노래에 맞추어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놀이이다.

 이 밖에 둘이 들어가서 공을 주고받으면서 즐기는 방법도 있다.


 2) 고무줄놀이

 2m이상 되는 고무줄을 양쪽 끝에서 잡고 있으면 한 사람이 가운데 들어가서 ① 다리에 감기, ② 줄 밟기, ③ 뛰어넘기, ④ 발 엇갈려 넘기, ⑤ 발 엇갈려 밟기, ⑥ 두 발로 줄 밟기 등의 동작을 한다. 맨 먼저 1학년이라 하여 발목에 줄을 걸고 ①~⑥까지의 동작을 마치면 다음에는 2학년이라 하여 장단지에 고무줄을 걸치고 하고, 다음에는 3학년이라 하여 무릎에, 4학년은 엉덩이에, 5학년은 허리, 6학년은 가슴, 7학년은 입, 8학년은 머리 위, 9학년은 만세자세에서 손끝에 잡고 한다.

 고무줄은 한 줄로 하는 방법과 두 줄로 하는 방법이 있는데 한 줄로 하는 경우에는 양쪽에서 잡고 하지만 두  줄로 하는 경우에는 고무줄 사이에 다리를 넣고 양쪽으로 잡아당겨 두 가닥으로 만들어서 한다. 보통 3명이면 교대로 두 명이 잡고 한 명이 고무줄을 하기에 좋지만 두 명이 할 경우에는 한쪽을 나무 등에 매어놓고 하며 수가 많으면 편을 갈라 단체전으로 한다.

 한 학년마다 노래 한곡씩 합창하며 노래에 발을 맞추어 끝날 때까지 틀리지 않고 모든 동작을 끝내고는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면 9학년(6학년까지 하는 경우도 있음)까지 다 마치면 다음 차례의 아이가 하게 된다. 노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불렀는데 예를 들면 “아가야 나오너라/ 달마중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꼬여/ 목에다 걸고/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를 비롯하여 ‘금강산 찾아가자’, ‘고향의 봄’, ‘무찌르자 오랑캐’, ‘고추 먹고 맴맴 담배 먹고 맴맴’, ‘신비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산 높고 물 맑은 우리 마을에’ 등 많이 있었다.

 고무줄이 가슴이상으로 높이 올라가면 행위자는 손으로 잡아내려 자기의 발에 걸치면서 하며 도중에 틀리면 실격이 되어 다음 차례가 한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고무줄을 하는 여학생들을 여기저기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짓궂은 개구쟁이 남학생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는 장난을 치기도 하며 여학생들 중 일부가 망을 보기도 하였다.


 3) 공기놀이

 공기놀이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고 두 명이상이  편을 갈라서 시합하기도 한다. 공깃돌이라고 하는 큰 대추만한 둥그스름한 돌멩이 5개를 가지고 노는 놀이이다. ‘한알’, ‘두알’, ‘세알’, ‘막’, ‘채’라는 여섯 단계의 놀이 과정이 있다.


 ① 한알집기: 다섯 개의 공깃돌을 바닥에 쫙 펴 놓는다. 이 때 공깃돌과 공깃돌 사이가 서로 떨어지도록 놓아야 좋다. 그 중에서 1개를 집어 공중으로 던진 후 얼른 한 개를 집고는 내려오는 돌을 받으면 손안의 돌이 두 개가 된다. 그 중 한 개를 집고는 공중으로 던진 후 한 개를 손 안에 가진 채로 또 한 개를 공중으로 던진 후 한 개를 집고는 내려오는 돌을 받으면 손안의 돌이 세 개가 된다. 이런 요령으로 바닥에 있는 4개의 돌을 다 집으면 손 안의 돌이 다섯 개가 되며 이를 ‘한알’이라고 한다. 공깃돌을 집다가 옆에 있는 돌을 건드려 움직이거나 손안의 돌을 흘리거나 던진 돌을 받지 못하면 실격이 되어 놀이권은 상대방으로 넘어간다.


 ② 두알집기: 한알집기와 같은 요령이지만 한번에 두알씩 집어야 한다. 그러므로 바닥에 공깃돌을 펴놓을 때 두 개씩 짝지어 있으면 유리하다.


 ③ 세알집기: 한알집기와 같은 요령으로 바닥에 놓인 돌을 한 번에 세알을 집고 다음에 남은 한 개를 집는다. 바닥에 놓을 때 세 개가 한 곳에 모아져있고 한 개는 떨어져 있으면 유리하다.


 ④ 막: 먼저 4개의 공깃돌을 손안에 넣고 엄지와 검지로 한 개를 집어 공중으로 던진 후 바닥에 4개의 돌을 내려놓고는 내려오는 돌을 받는다. 그런 다음 받은 돌을 다시 공중으로 던지고는 얼른 바닥에 놓았던 4개의 돌을 집고 다시 내려오는 돌을 받는다.


 ⑤ 고추장: 먼저 4개의 돌을 손안에 넣고 한 개는 공중으로 던진 다음 재빨리 검지손가락을 이용, 고추장을 찍는 시늉으로 바닥을 얼른 찍고는 내려오는 돌을 받는다. 동작이 빠른 아이들은 가위표나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한다.


 ⑥ 채:  손을 오목하게 하여 그 속에 5개의 공깃돌을 넣은 후 공중으로 던지고는 손을 뒤집어 손등으로 내려오는 돌을 받는다. 받은 돌을 그대로 공중에 던지고는 재빨리 그 손으로 낚아채며(손바닥을 위로 가게 하여 받는 것이 아님) 낚아 챈 돌의 수를 세어 승부를 가린다. 손등으로 받았던 돌을 하나라도 놓치고 낚아채면 실격이 되며 손등에 받는 돌도 최소한 몇 개 이상 받지 못하면 실격이라고 미리 정한다. 단판승부를 가리기도 하지만 50년 내기, 100년 내기 등을 정하고는1년씩 계산하여 정한 년 수에 빨리 도달하기를 시합하기도 한다. 공기놀이는 밖에서 많이 하지만 방안이나 마루 등 집안에서도 할 수 있는 놀이이다.


 4) 꽃찾기놀이

 이 놀이는 편을 가르는 방법이 독특하다. 여러 아이들 중 우선 대표 두 명을 뽑으면 둘이가 아이들 몰래 너는 ‘개나리’, 나는 ‘진달래’라고 정하고는 아이들 앞에 와서 마주보고 선 다음 두 손을 높이 들어 마주대고 아치형을 만든다. 그리고는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라고 합창을 한다. 이때 아이들은 두 사람사이 즉, 아치 밑을 줄지어 지나면서 두 사람을 빙빙 돈다. 그러다가 ‘문을 닫는다.’ 부분에서 둘이가 팔을 내려 한 아이를 가두어 잡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진달래와 개나리 중 한 개를 택하라고 하여 그 아이가 꽃이름을 대는데 따라서 편을 가르는 것이다.

 따라서 양편이 숫자가 똑같지 않고 같을 필요도 없다. 이렇게 편을 가르면 양편이 각각 팔장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하여 옆으로 한 줄로 만든 다음 마주보고 선다. 가운데는 직선을 그어 놓는다.

 양편 대장이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이긴 편이 우선 발을 맞추어 선 가까이로 걸어가면서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어.”라고 합창을 한다. 그러면 진편은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가 이긴 편이 노래와 걸어오기를 마치면, 이번에는 진편이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하고 합창을 하며 선 가까이로 발맞추어 걸어간다. 그러면 이긴 편은 뒷걸음으로 물러섰다가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가고 진편은 뒤로 물러난다. 진편이 다시 상대편 중 한 사람의 이름을 대면서 “영자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간다. 그러면 상대편의 영자라는 아이가 선 가까이로 나오고 이쪽 편에서도 한 사람이 나서서 선을 가운데 두고 두 아이가 서로 손을 잡고 힘껏 끌어당긴다. 끌려오면 자기편에 서게 하고는 또 처음처럼 “우리 집에 왜 왔니.......”부터 시작하고 끌려가면 끌어간 편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하고 시작하여 한 편에 한사람도 남지 않을 때까지 한다. 그러니까 상대편의 아이는 되도록 힘이 약한 아이를 지정하고 자기편에서 힘센 아이가 나가 끌어오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5) 꽃단지

 여러 명의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여 같은 수로 두 편으로 나뉜다. 땅바닥에 큰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원을 그려놓고는 공격편은 작은 원 안에 들어가고 수비편은 작은 원과 큰 원 사이에 들어간다. 놀이가 시작되면 공격편은 수비편의 땅을 한번 밟고 원 밖으로 나와야 하며 수비편은 공격편이 나가지 못하도록 손으로 쳐 실격시킨다. 수비가 너무 완벽하여 놀이진행이 잘 안될 때는 수비편에서 “그냥 찍고 나가.”라고 말하고는 나가도록 놓아둔다. 원 밖으로 나간 공격편은 돌아다니다가 한 발은 원 밖에 그리고 또 한 발은 수비편의 땅인 큰 원 안에 가도록 한 다음 수비편 땅을 발로 찍으면서 하나, 둘하고 찍은 수를 크게 말한다. 수비편은 이를 찍지 못하도록 돌아다니면서 손으로 쳐 실격시키기도 한다. 이때 수비자는 반드시 앙감질로 다녀야지 두 발이 땅에 닿으면 실격이 된다. 공격자는 수비자가 쫓아오면 도망 다니면서 몰래 원쪽에 가서 또 찍기를 거듭하여 열 번을 찍으면 원 밖으로 나갔다가 수비편의 땅인 큰 원을 밟지 않고 뛰어서 원래 자기 진영인 작은 원으로 들어오면 이긴다. 이때 작은 원 안에 공격편은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는데 밖에 나갔던 아이가 들어가면 ‘옴싸’라고 하여 공격편 모두가 실격되어 지게 된다. 공격편 중 실격된 자가 수비편이 땅을 장난으로 찍어도 이를 발견한 수비편이 ‘옴싸’라고 하면 공격편 모두가 실격이 되어 지게 된다. 돌아다니는 도중에 선을 밟은 사람은 실격이 된다. 수비편이 모두 실격이 되거나 공격편이 지게 되어 다시 수비를 하게 되고 공격편이 모두 실격이 되면 공격과 수비를 바꾸어 논다. 이 놀이를 점찍기, 열점찍기, 돌림바퀴, 오강놀이, 찍고 나가기, 하나 둘 셋, 빵 두 개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6)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이다. 우선 술래 한 명이 정해지면 술래는 두 눈을 양손으로 가리고 전신주나 나무 등에 얼굴을 대고 서며 나머지 아이들은 10m정도 떨어져 흩어져 서 있는다.

 이때 술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외치면 아이들은 술래쪽으로 한두 발짝씩 걸어가며 술래는 말이 끝나며 동시에 얼른 뒤를 돌아보아 움직이는 사람을 찾는다. 말하자면 술래가 안볼 때에만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이 발견되면 즉시 술래가 이름을 부르고 그리되면 그 아이는 술래의 손을 잡고 서 있어야 하며,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움직임을 들켜 호명되는 아이는 순서대로 먼저 호명된 아이와 손을 잡고 서있으므로 한 줄을 이루게 된다.

 그러다가 아이들과 술래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술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순간에 한 아이가 달려와서 술래와 잡은 손을 ‘탁’끊고 달아나는데 그러면 이제까지 손을 잡고 있던 아이들은 재빨리 도망가 숨어야 한다. 한편 술래는 잡은 손이 끊기면 외치던 것을 중단하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쫓아가 아무나 한 명을 손으로 친다. 그러면 그 아이가 술래가 되며 한 사람도 따라잡지 못하면 다시 술래역할을 하여야 한다.


 7) 두꺼비집 짓기

 모래가 축축한 냇가에서 아이들이 모래를 두둑이 쌓아놓고 한 손을 모래 속에 집어넣은 다음에 한 손으로 모래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는 동요를 반복해서 부른다. 웬만큼 두드린 후 모래 속에 있는 손을 살그머니 빼내면 근사한 두꺼비집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누가 빨리 집을 짓나, 또는 누가 더 튼튼하고 큰 집을 지었나 등을 시합하기도 하고 지은 집을 허물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면서 노는 놀이이다.


 8) 여우놀이

 여러 명의 아이들이 술래 한 명을 정하고는 여우집이라는 작은 원을 그리고는 4~5m 떨어진 곳에 직선을 긋는다. 술래는 여우가 되어 여우집에 쭈그리고 앉아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선 밖에 있다가 여우집 근처로 몰려가서 여우와 대화를 한다.

 아이들 :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여우 : 잠잔다.(두 손을 모아 한 쪽 볼에 대고 잠자는 시늉을 함)

 아이들 : 잠꾸러기 여우야 뭐 하니?

 여우 : 세수한다.(세수하는 시늉을 함)

 아이들 : 멋쟁이 여우야 뭐 하니?

 여우 : 밥 먹는다.(밥 먹는 시늉을 함)

 아이들 : 무슨 반찬하고 밥 먹니?

 여우 : 개구리 반찬

 아이들 : 죽었니? 살았니?

 여우 : 살았다.  여기에서 여우가 뛰쳐나와 아이 하나를 붙잡으면 그 아이가 술래(여우)가 된다. 그러므로 여우가 ‘살았다.’라고 하면 아이들은 ‘와’하고 외치면서 선 밖으로 달아난다. 여우는 선 밖까지는 나갈 수가 없으므로 선까지 달려서 아이를 하나도 잡지 못하면 다시 여우가 된다. 또 여우가 ‘죽었다’라고 대답을 할 경우는 아이들이 움직이면 안 된다. 만약에 여우가 ‘죽었다’라고 하였는데 어느 아이가 살았다고 한 걸로 착각하고 도망가려고 발을 움직이면 그 아이가 술래(여우)가 된다


 9) 닭잡기놀이

 여러 명의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맨 꼴찌가 닭이 되고 다음 꼴찌가 너구리가 된다. 나머지 아이들은 손을 잡고 둥그렇게 둘러서 닭장을 만든 다음 닭으로 정한 아이를 그 가운데에 들어가게 한다. 아이들이 손을 잡고 원을 만든 채 빙글빙글 돈다. 이때 너구리가 다가와 닭에게 말을 건넨다. “암탉아, 암탉아 달걀 한 개만 주면 안 잡아먹지.” 이때 닭이 쌀쌀맞게 “안돼.”라고 소리치면 너구리는 닭장 속(아이들 손잡은 원)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아이들은 너구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잡은 손을 내리기도 하고 올리기도 한다. 너구리는 계속해서 닭장 속으로 들어가려고 이쪽저쪽을 돌아다니며 머리를 들이밀고 아이들은 이를 저지하면서 즐긴다. 그러다가 그중에 힘없는 아이가 손잡은 것을 놓쳐 너구리가 닭장에 들어오게 되면 아이들은 “야아~”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닭은 재빨리 닭장 밖으로 도망간다. 너구리가 다시 닭장 밖으로 쫓아가면 얼른 닭장 안으로 피하면서 즐기는 놀이이다. 그러다가 닭이 잡히면 너구리는 다른 닭(아이)을 지명한 후 아이들과 합치며, 닭을 했던 아이는 너구리가 되어 다시 시작한다.

 이와 비슷한 감추기 놀이도 있다. 놀이방법은 닭 대신 병아리, 너구리 대신 소리개(솔개)가 있다. 놀이가 시작되면 “소리개 떴다. 병아리 감춰라.”라고 여럿이서 외치면서 병아리(안에 들어있는 아이)를 감싸고 소리개가 다가오면 또 외치면서 감싸기를 반복하는 놀이이다. 그러다가 소리개가 병아리를 잡으려고 감싼 아이들을 밀치려 하면 아이들은 더욱 힘을 주어 감싸 안는다. 소리개가 힘이 세어 아이들을 밀치고 병아리를 잡으면 소리개와 병아리를 새로 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다. 소년 소녀 공통놀이

 1) 놀이기구 또는 사물을 이용하는 놀이

  <1> 연날리기

 설 때 하는 놀이로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하는 민속놀이다. 지금도 설 때면 연을 날리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전국 연날리기 대회도 가끔씩 열리는 등 전통놀이로 보존되고 있다. 전문적으로 연을 날리는 사람들은 용, 새, 지네 등 다양한 모양의 연을 만들지만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날리며 노는 연은 방패연과 가오리연으로 나뉜다.

 방패연(우리 마을에서는 문짝연이라고 불렀다)은 직사각형의 창호지 가운데 구멍을 동그랗게 뚫고 대나무로 깎은 5개의 살을 대어 만드는데 크기는 각자 취향이나 종이크기에 따라 적당히 만들어서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까지 아주 다양하였다. 또한 머리 부분에 동그랗게 색종이를 오려 붙여 빨강색이면 홍꼭지연, 파랑색이면 청꼭지연, 반달모양이면 반달꼭지연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가오리연은 창호지나 신문지 등으로 만드는데 종이를 정사각형지게 오린 다음 대나무로 깎은 2개의 살을 대어 만들고 꼬리를 길게 오려붙이면 되므로 비교적 만들기가 쉬워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이 만들어 노는 연이지만 이것 역시 크기가 다양하다. 지방에 따라서는 꼬박연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연줄은 노끈을 꼬아서 만드는데 노끈은 아낙들이 모시를 삼고 남은 찌꺼기(꾸묵이라고 함)로 꼬았지만 60년대 중반이후에는 삼겹실이라고 하는 질긴 실(화학섬유)을 사서 사용하였다. 연줄을 감는 얼레는 나무를 깎아 만들었고 우리 마을에서는 연 자세라 불렀다.

 연 띄우기는 바람이 적당히 부는 날씨가 좋으며 하늘 높이 올라가는 연은 곧장배기, 옆으로 비스듬히 멀리 나는 연은 옆장배기, 재주를 잘 넘는 연은 재주곰뱅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여럿이 연날리기를 할 때는 서로 연줄끼리 얽히게 하여 상대방의 연줄을 끊어지게 하는 연싸움도 하고 일부러 연이 재주를 넘도록 조종도 하며 연에 풍지를 달아 윙윙 소리를 내며 울게도 만드는 등 연 띄우기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 방법들이 있었다. 아무튼 그 중에도 잘 만들어진 연은 오르기도 잘하고 울기도 잘해 다른 어린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겨울 날씨지만 하늘 높이 오르는 연을 보는 재미에 추운 줄도 모르고 연을 띄우다가 갑자기 바람이 세어져 연을 내릴(거두어들일)틈도 없이 재주를 뱅뱅 돌면서 땅으로 추락할 때면 어찌할 바를 몰라 연줄을 잡고 허둥대던 추억이며, 떨어지던 연이 높은 나뭇가지에 걸렸을 때, 아니면 마을 앞 물논에 추락하여 연이 못쓰게 되었을 때, 그리고 연줄이 뚝 끊어져 바람따라 멀리멀리 연이 날아갈 때 그 안타까워 울고 싶던 심정들을 기억할 수 있으리라. 이렇게 가지고 놀던 연들은 정월보름이 되면 액맥이(액을 막는다는 뜻인 액막이의 변한 말)라는 것을 보내게 되는데 연줄을 있는 대로 다 풀어 최대한 연을 높이 그리고 멀리 띄운 다음 솜에 불을 붙여 연줄에 걸면 그 솜이 바람에 밀려 연 쪽으로 자꾸 밀려가게 된다. 밀려가는 동안 불이 점점 솜을 타들어가 마침내 연줄까지 닿으면 줄이 끊어지게 되고 연은 바람따라 멀리멀리 날아가게 되는데 이 연에 모든 액운이 실려 보내지고 따라서 그 해에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을 바로 액맥이라 하며 너도나도 액맥이를 보냄으로서 대보름이 지나면 온 마을의 연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끝으로 연의 역사를 살펴보면 연은 세계적으로 퍼져있고 그 중 동양 3국이 성행하였다고 하는데 BC200년경 한신이 군사목적으로 만들었다는 기록, 우리나라에서는 서기 600년경 김유신이 밤에 연에다가 불을 붙여 띄워서 민심을 수습하였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고려시대 최영장군이 제주도를 점령할 때 연을 이용하였다는 기록들이 전하고 있다.


 <2> 소꿉놀이

 따뜻한 양지 땅바닥에 부엌과 방, 헛간 등을 그려놓고 장난감으로 한 살림 차린 다음 풀잎, 꽃잎으로 반찬을 만들고, 물을 떠다 국과 간장을 만들고 모래 또는 고운 흙으로 밥을 지어먹는 시늉을 하며 아버지와 어머니같이 여보, 당신하면서 일도 하고 땔나무도 하는 등 살림살이를 흉내 내며 즐기는 놀이이다. 소꿉질, 소꿉사리, 소꿉장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꿉놀이에 사용하는 장난감은 사금파리(깨진 사기그릇), 바가지 쪽, 조갑지(조개껍질), 나뭇조각, 돌멩이 등 주위에서 주울 수 있는 것들과 도토리, 상수리 등 나무열매도 있고 떨어진 애호박새끼를 이용하여 돼지를 만들면 일품이었으며 수수깡으로 만든 안경이나 마른 고춧대로 만든 지게는 훌륭한 소꿉(소꿉놀이에 필요한 일체의 장난감을 통틀어 소꿉이라고 함)중의 한 가지였다.

 지금 아이들도 소꿉놀이를 하지만 장난감가게나 문방구 등에서 잘 만들어진 소꿉장난감세트를 사고 예쁜 인형도 사서 노는 것을 보면 세상 많이 변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소꿉장난을 우리 동네에서는 바꿈살이라고 불렀다. 대개는 여자아이들이 많이 하였지만 남자아이들도 같이 하는 경우가 있었고 특히 남자아이는 아버지, 여자아이는 엄니(어머니)등으로 역을 정하여 놀았고 그래서 어른이 되어 어렸을 때 같이 커난 여자(여자의 경우에는 남자)를 일컬어 소꿉친구 또는 소꿉동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집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부부싸움이 잦은 집의 아이들은 역시 싸우는 흉내를 내고 금슬이 좋은 집의 아이들은 서로 사랑스런 대화를 나누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클 때 어른들이 조심을 많이 하여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3> 바람개비 돌리기

 바람개비는 원래 장대 끝에 매달아 바람의 방향을 알아내는 풍향계(風向計)를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아이들이 만들어서 가지고 놀던 장남감으로서의 바람개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표준말로는 팔랑개비가 맞으나 우리 지방에서는 바람개비라고 하였다. 약간 두터운 정사각형의 종이를 네 모서리에서 각각 중앙 점을 향해 직선으로 찢은 다음(이때 중앙 점까지 완전히 찢지 않고 1~2㎝씩 남겨놓음) 네 개의 모서리에 생긴 삼각형의 갈래를 한쪽 끝씩 잡아 중앙 점에 모아 철사 또는 성냥개비로 구멍을 뚫어 끼우고는 뒷면에 나온 철사 또는 성냥개비를 대롱에다 끼우면 된다.

 철사나 성냥개비 대신 대나무 조각을 이용해 길게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대롱을 잡은 다음 바람 부는 방향으로 바라보고서면 바람개비가 돌게 되는데 바람개비에 예쁜 색을 칠하면 돌아갈 때 더욱 아름답게 보이며 애초에 색종이를 이용하여 만들기도 한다.

 바람이 없을 때는 앞으로 바르게 잡고 뛰면 잘 돌아가는데 실제로 바람개비를 돌리며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었고 이런 놀이는 자연스레 운동효과로 이어져 튼튼한 아이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한편 사립문이나 대문 밖 등 바람이 잘 닿는 곳에 묶어두고는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바라보는 모습도 있었다.


 <4> 구루마타기

 구루마는 일본말이고 우리말로는 수레라고 해야 맞다. 그러나 수레라고 하면 크고 잘 만들어진 달구지 같은 것이 연상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수레를 흉내 내어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서 타고 놀던 작은 수레 즉 일본말의 잔재가 남아 구루마라고 부르던 놀이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구루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지름이 15㎝정도 되는 통나무를 6~9㎝정도 길이로 잘라 가운데를 지름 6㎝정도로 뚫어 바퀴를 네 개 만든다. 둘째 굵기가 5~6㎝, 길이가 60㎝정도 되는 막대기를 두 개 만들되 양쪽 끝 10㎝씩 약간 가늘게 깎아 바퀴를 끼울 수 있게 한 후 40㎝정도 간격을 떼어 나란히 놓은 다음, 셋째 길이 45㎝정도 되는 판자(곧은 막대기도 된다) 여러 개를 양쪽 막대기에 나란히 걸쳐 놓고 못질을 한다. 이때 막대기의 양쪽 끝 바퀴를 끼울 수 있도록 10㎝정도씩 가늘게 한 부분은 길게 남겨 놓는다.

 넷째 못질 후에는 네 개의 바퀴를 끼우고 바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바깥 부분에 긴 못을 한 개씩 박는다. 다섯째 구루마의 앞부분에 새끼줄을 묶어 앞에서 끌 수 있도록 하며 이때 탄 사람이 붙잡을 수 있도록 손잡이를 추가하여 만들기도 하고 솜씨 좋은 아이들은 앞바퀴를 한 개만 만들어서 요즈음 세발자전거처럼 방향을 틀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도 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루마에 아이가 타면 다른 아이가 끌어주며 타기와 끌기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즐기는 놀이이다. 혼자서 경사진 언덕길을 타고 내려오며 즐기기도 한다.


<5> 썰매타기

 우리 고장에서는 쓰케트(스케이트)타기라고 하였던 썰매타기는 겨울철에 아이들이 얼음위에서 즐기는 놀이이다. 썰매를 만들려면 우선 지름 3~4㎝정도, 길이 20~30㎝정도 되는 막대기에 각각 철사를 길게 대어 부착시킨 다음 25㎝정도 간격으로 나란히 놓고 그 위에 막대기 간격과 길이가 같은 널판자를 여러 개 올려놓아 못질을 하면 썰매가 완성되며 다음으로는 지팡이를 두 개 만들어야 하는데 지름이 3㎝정도, 길이 30㎝정도 되는 곧은 막대기의 끝에 길이 6㎝정도 되는 짧은 막대기 토막을 가로로 대고 못질을 하여 손잡이를 만들고 반대편에는 뾰족한 대못이나 강철을 박아 얼음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든다. 이렇게 하여 썰매와 지팡이 두 개가 만들어지면 얼어붙은 물논이나 냇가, 저수지 등에 나가 썰매를 타는데 누가 빨리 가나 시합을 하거나 혼자 즐기기도 한다.

 썰매를 타다가 서로 부딪혀 나뒹굴기도 하며 얼음이 깨져 물 논에 신발과 바지가랑이를 흠뻑 적시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저수지에 빠져 죽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발쓰케트(발썰매)라는 것도 있었다. 폭과 길이가 자신의 발과 비슷한 판자를 두 개 구해서 한쪽 판자에 두 줄씩 세로로 철사를 부착시킨 다음 앞부분에 못을 두 개, 양쪽 옆 부분에는 작은 못을 3개씩 여섯 개를 박는데 완전히 박지 않고 0.5㎝씩 남아있도록 박으면 발쓰케트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두 개의 발쓰케트를 한쪽 발에 한 개씩 신발을 신은 채 부착시키는데 부착시키는 방법은 양옆에 박아놓은 작은 못을 이용하여 고무줄로 발에 동여매면 된다. 쓰케트를 부착시켰으면 얼음판에 올라가 썰매타기를 즐긴다. 썰매 앞부분에 막아놓은 작은 못은 쓰케트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른발이 나갈 동안 왼발의 앞부분 못으로 얼음판을 뒤로 밀어내고 또 교대로 왼발이 나가면 오른발의 앞 못으로 얼음판을 뒤로 밀어내면서 속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스케이팅을 즐기는 아이들도 별로 많지 않지만 타고 싶으면 훌륭한 제품들이 얼마든지 있어 사서 타기도 하고 썰매장에 가서 빌려서 타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살 곳도 마땅치 않고 살 돈도 없던 때였기에 썰매고 발썰매고 모두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였던 것이다. 요즈음 50대이상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어렸을 때에는 “겨울철이 오기 전에 썰매, 팽이, 연 등을 잘 만들어 놓아야 월동준비를 한 것”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썰매는 설마(雪馬) 또는 설매(雪매)라고 한자로 표기한다.


 <6> 기차놀이

 기차놀이는 봄, 여름, 가을에 즐기는 놀이이다. 긴 새끼줄의 양쪽 끝을 묶어 타원형을 만든 다음 그 속에 아이들이 모두 들어가서 양손으로 새끼줄을 잡는다. 마치 기차가 움직이듯 일렬로 걸어가면서 “칙칙, 폭폭, 뛰뛰”하고 기차소리를 흉내 내며 즐기는 놀이다. 가다가 “여기는 서울역입니다. 내릴 손님은 빨리빨리 내려주세요.”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면 한 아이가 내렸다 타기도 하고 이렇게 줄지어 마당을 돌거나 가까운 거리를 오가며 논다.

 좀 큰 아이들은 부산역, 대전역, 천안역.......이라고 미리 정해 둔 정거장마다 쉬어서는 한 사람씩 내려놓으면서 가다가 종착역(서울)까지 간 다음에는 다시 돌아오면서 내렸던 아이들을 차례로 태우며 오기도 한다. 중간 역에서 내릴 아이를 정하는데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진 사람을 정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많을 때에는 걸어가면서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치익폭 치익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라고 노래를 부르다가 발이나 노랫말이 틀린 아이를 정하기도 한다.


 <7> 눈싸움

 눈이 내리면 제일 좋아하는 게 아이들과 강아지가 아닌가 싶다. 추운 겨울, 눈이 많이 오면 생활이나 활동하기 등 어려운 점이 많아서 어른들은 걱정이 앞서지만 아이들은 이유 없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밖으로 뛰쳐나온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눈을 이용한 놀이를 하게 된다. 눈싸움도 눈을 이용한 놀이중의 하나로 아이들의 건강은 물론 담력과 인내심, 협동심, 호연지기(?)까지 길러주는 좋은 놀이중의 하나이다. 아이들의 숫자가 많으면 양편으로 나누어 눈싸움을 벌이는데 눈을 주먹만큼씩 뭉쳐서 상대방을 때리기도 하고 한 움큼 집어서 상대방의 셔츠 속에 넣기도 하며 항복할 때까지 공격한다. 상대편 아이들이 모두 항복하면 이긴다. 눈싸움은 아이들의 숫자가 적어도 할 수 있고 둘이서도 한다. 눈싸움을 열심히 하다보면 땀이 나고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지만 눈을 만지는 손은 시려워 괴로워도 이겨야한다는 승부욕 때문에 악착같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아이들이 대개는 승리하게 된다. 금방 내린 눈이나 약간 얼어붙은 눈은 부슬부슬하여 뭉치기도 까다롭지만 약간 녹기 시작하는 눈은 뭉치기도 쉽고 또 단단하게 뭉쳐져 얼음덩이같이 딱딱하므로 눈싸움에 적합지 않다. 아무튼 싸우다가 상대방이 다치거나 다칠 염려가 있거나 항복하면 즉시 공격을 멈추기 때문에 크게 다치는 일은 없었다.


 <8> 눈사람 만들기

 눈을 이용한 놀이 중 눈사람 만들기도 빼놓을 수 없는 놀이의 하나다. 함박눈이 소복이 내려 온 세상을 은빛으로 덮으면 아이들이 몰려나와서 저마다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덩이를 굴린다. 누가, 누가 크게 만드나 시합을 하다가 너무 크게 만들어서 몸통위에 머리를 올려놓지 못해 낑낑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고 애써 만든 눈덩이에 헌 밀짚모자를 씌우고 검정 숯을 가져다가 눈, 코, 입을 만들고 솔가지를 꺾어다가 양팔도 만든 다음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꼬마눈사람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눈사람”하고 노래를 부르던 기억이며 언덕 위에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놓고 녹아 없어질 때까지 두고 보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9> 풀잎배 놀이

 여름철에 시냇가에 가면 갖가지 풀들이 무성하다. 소나 염소를 뜯기려고(소나 염소에게 풀을 뜯어먹게 하려고) 또는 소, 돼지의 꼴(우리 지방에서는 깔이라고 하였음)을 베려고 냇둑을 돌아다니다가 심심하면 곧잘 풀잎 배를 만들어 띄우며 놀았다. 풀잎 배를 만들기는 갈대 잎이 가장 좋고 그 밖에도 창포 잎이나 지장 풀 등 잎이 약간 넓으면서 길쭉하고 연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물에 잘 잠기지 않는 것이면 아무거나 좋다. 만드는 방법은 풀잎 하나를 따서 가운데를 향해 한쪽 끝을 적당히 안으로 접은 후 접혀진 부분의 잎 가운데 줄기를 남긴 채 양쪽을 찢는다. 그리고는 찢어진(접혀진 채) 두 쪽을 세워서 한 쪽 끝을 다른 쪽의 접혀진 사이로 꿰어낸다. 풀잎의 또 한쪽 끝도 이와 같이 하면 예쁜 풀잎배가 된다.

 배가 완성되면 흐르는 시냇물에 살며시 띄우고는 흘러가는 배를 따라가며 즐거워한다. 혼자서도 하고 둘 이상이면 누구의 배가 멀리까지 기울거나 뒤집어지지 않고 흘러가나 시합을 하기도 한다. 이때 배에 개미 등 작은 곤충을 실어 보내며 즐기기도 한다.

 또한 종이로 배를 접거나 이밖에도 나뭇잎, 버급쟁이(소나무껍질), 갑오징어껍질 등으로 배를 만들어 놀이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10> 종이비행기 놀이

 종이비행기 놀이는 집 밖이나 넓은 실내 등 아무데서나 즐길 수 있다. 만드는 종이는 두껍거나 얇아도 안되고 책이나 공책을 만드는 갱지(백노지) 또는 모조지가 알맞다.

 비행기를 공중을 향해 높이 던지면 내려오면서 양쪽날개에 공기저항을 받아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빙그르르 돌아 땅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각자 비행기를 하나씩 던지고는 서로 제 비행기가 멋지게 난다고 뽐내면서 즐기는 놀이이다. 비행기가 나는 동안 “떴다, 떴다 비행기 떴다.”를 반복하면서 노래도 부른다.

 종이로 비행기를 접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종이로 접어 즐기는 놀이 몇 가지를 들어보면 예쁜 색종이로 한복 바지와 저고리를 접어서 놀기도 하였고 종이배를 접고 종이공, 그 밖에도 간단하게 종이로 접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어 학교에서도 공작(만들기)시간에 다 함께 종이 접기를 하거나 숙제로 ‘종이접기’를 내기도 하였다.

 그 시절 시작된 종이학은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오면서 언제부터인가 종이학 천개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생겨나 사랑의 성취를 빌거나 병원에 입원중인 사람의 쾌유를 비는 마음에서 감성적인 어린소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헌 신문지나 푸대종이(비료포대를 뜯은 종이)등 넓은 종이로 고깔을 접어 시원하게 모자로 쓰고 놀기도 하였는데 고깔은 놀이로서보다는 어른들이 일할 때 모자나 수건대신 햇볕을 가리는 용도로 쓰는 것을 아이들이 흉내 내어 접어서 노는 것이라 해야 맞는 말이다.


 <11> 호드기 불기

 우리 고장에서는 호때기라고 불렀다. 봄에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면 가지를 꺾어 짧게 자른 다음 껍질만 남기고 속의 나무를 빼버리면 훌륭한 호드기가 된다. 끝부분을 약간 얇게 만든 후 입에 물고 불면 삐~하고 재미있는 소리가 난다. 두 손을 이용하여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 그 속에 호드기가 들어가도록 한 다음 불면서 손바닥으로 조절하면 삐리리 삐리리 하면서 제법 음의 고저와 장단이 나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 같다. 봄이면 학교에 갔다 오는 아이, 나물 캐러 나온 아이, 놀러 나온 아이, 논밭에 일하러 나온 아이들이 흔히 호드기를 불기 때문에 봄 들판에 호드기소리가 심심찮게 울려 퍼지곤 한다. 국악에서 연주하는 악기의 일종인 피리를 연상하여 버들피리라고 부르기도 하며 보릿대를 이용한 보리피리나 풀잎이 또는 풀대를 이용한 풀피리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다.


 <12> 꽈리불기

 꽈리는 꽈리풀의 열매다.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꽈리열매를 따서 꼭지를 떼어내고 꼭지가 달렸던 부분으로 속의 씨앗을 빼낸 다음 입에 넣고는 꽈리 속에 공기를 들어가게 한 후 이빨과 혀를 이용하여 꼭 누르면 꽈리 속의 공기가 빠져나오면서 ‘꽤애액’하는 소리가 난다. 같은 동작을 계속하면서 ‘꽤액, 꽤애액’ 소리를 즐기는 놀이이다. 60년대 중반이후에는 고무로 꽈리를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가게에서 사서 불고 다녔다.


 <13> 방아깨비놀이

 방아깨비를 우리 지역 사투리로는 땅개비라고 불렀다. 방아깨비는 그 이름 자체가 방아를 찧는다고 해서 방아깨비인데 이를 이용하여 논다는 것은 동물보호차원에서 본다면 잔인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아이들이 놀던 놀이중의 하나이니까 기술해보고자 한다.

 방아깨비를 붙잡아 뒷다리의 중간 관절이하부분을 모아 쥐고 있으면 방아깨비는 도망가기 위해서 펄쩍펄쩍 뛰는데 두 다리를 잡고 있으니까 앞으로 나가지지는 않고 마치 방아를 찧는 것처럼 몸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잡고 있는 아이는 “아침방아를 찧어라. 저녁방아를 찧어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방아깨비가 지쳐서 방아를 찧지 못하면 쉬었다가 다시 찧도록 하고 만약에 아이가 둘 이상이면 각자 한 마리씩 잡아가지고 누구 것이 오래 찧는지를 시합하기도 한다.

 동물을 이용한 놀이 몇 가지를 더 살펴본다. ‘잠자리 시집보내기’란 놀이가 있는데 이는 잠자리를 잡아 꽁무니를 반쯤 잘라 버린 다음 그 곳에 풀잎이나 풀모개(씨를 맺기 위해 나온 목)등을 끼운 다음 날려 보내는 놀이이다. 잠자리를 잡을 때에는 잠자리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나뭇가지나 풀잎 등에 앉은 잠자리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손을 가만히 뻗어 잠자리 날개를 갑자기 붙잡는데 이때 “잠자리 꽁꽁 앉은뱅이 꽁꽁 먼데가면 삼베락(생벼락=날벼락) 맞는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잠자리를 실에 묶어 연처럼 날리며 놀기도 한다.

 달팽이를 잡아다 놓고 “달팽아 달팽아 느이 집(너희 집) 불났다. 소시랑(쇠스랑) 갖고 나와라.”하고 노래를 부르며 달팽이의 목(대가리에 양쪽으로 뿔처럼 생긴 더듬이가 나오는 모양이 쇠스랑을 연상시키므로 쇠스랑 갖고 나오라고 함)이 나오는 것을 구경하며 즐기는 놀이도 있다.

 5월쯤이면 개구리들이 짝짓기를 하기위해 방죽이나 물 논, 얕은 개울 등에 모여서 시끄럽게 울어댄다.(이를 비유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마구 떠드는 광경을 보고 “개구리 방죽 같구먼”하는 말이 있음) 그러면 아이들이 둑에 늘어서서 작은 돌멩이로 개구리 맞히기를 한다. 갖자 작은 돌멩이를 여러 개씩 가지고 와서 한 개씩 던져 개구리를 누가 많이 맞히나 내기를 하는데 개구리 입장에서 보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힘없는 약자들에 대한 강자들의 횡포가 있을 때 “당신들은 재미로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목숨이 달렸다오.”라는 말로써 항변을 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 개구리를 상대로 하는 놀이에서 유래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밖에도 풍뎅이를 잡아다가 싸움을 시키는 놀이, 집게벌레(사슴벌레), 가재, 항바리(농게), 똘장게(바닷가에 사는 작은 게)등을 잡아다가 실로 묶어 무거운 짐을 나르도록 한다든가 서로 싸움을 시키면서 즐기는가 하면 매미를 잡아서 가지고 다니며 울음소리를 듣는 재미, 사투리로 도구통벌레 또는 도치벌레라고 하는 도끼벌레(방아벌레)를 잡아다가 배가 하늘을 향하도록 눕혀 놓으면 벌레가 일어나려고 허리를 굽혔다가 톡 튕기며 뛰어오르는 것을 보며 재미있어 하는 등 동물학대적인 놀이들도 많이 있었다.

 잠자리나 매미를 잡던 잠자리채(매미채)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 우선 가늘고 연한 50㎝정도 되는 회초리로 둥글게 테를 만들어 2m이상 되는 장대 끝에 단단히 묶은 다음 동그란 테에 거미줄을 감으면 훌륭한 잠자리채(매미채)가 된다. 거미줄 때문에 끈적끈적 하므로 높은 곳에 앉은 잠자리나 매미를 눌러 잡을 수 있다. 철사가 흔한 시절에는 회초리 대신 철사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2) 놀이기구가 필요 없는 놀이

 <1> 숨바꼭질

 여러 명의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로 술래(원이라고 불렀음)를 정한 후 술래가 나무나 전봇대 또는 집의 기둥 등에 눈을 가리고 돌아선 채 하나, 둘, 셋.......하고 미리 정해놓은 숫자까지 세는 동안 모든 아이들이 각자 집 모퉁이, 짚더미 속, 울타리 밑, 담장 뒤, 장독대, 헛간, 꽃밭 속 등 적당한 곳에 몸을 숨긴다. 술래가 정해진 숫자를 다 센 후 “찾으러간다.”하고 외치고는 숨은 아이들을 이리저리 찾아다닌다. 숨은 아이들은 다른 아이를 찾는 동안 술래 몰래 살금살금 다가가서 술래가 셈을 세던 나무나 기둥을 재빨리 잡으면 술래는 다시 술래가 되어 셈을 세고 아이들은 모두 다시 숨게 된다.

 술래가 한 사람만 찾아도 그 아이가 술래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숨는다. 놀이에 참가하지 않고 구경하는 아이들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하며 노래를 불러서 숨은 아이가 도망가거나 조심을 하도록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숨기장난이라고 하였다. 아이들이 놀이터(놀이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큰 마당 등 아이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에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면 그 중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는 “숨기장난 할 사람 여기 붙어라.”하고 반복해 외치며 서 있으면 아이들이 “나”, “나”하면서 그 손을 잡고 모이게 되고 여럿이 되면 숨바꼭질을 시작하던 옛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2> 꼬리잡기

 꼬리잡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 번째 유형이 여러 명의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한 후 나머지는 일렬로 서서 앞사람의 허리를 꽉 잡고 한 줄을 만든다. 그러면 술래가 맨 뒤에 서 있는 아이(꼬리)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대장은 앞에서 막고 아이들은 대장과 줄을 이은 채 이리저리 피해서 도망 다닌다. 이 때 잡고 있던 허리를 놓쳐 줄이 끊어지면 놓친 사람이 술래가 되고 꼬리를 잡으면 잡힌 사람이 술래가 되어 계속한다.

 두 번째 유형은 여러 명의 아이들이 두 편으로 나뉜 후 각 편이 대장을 앞에 놓고 일렬로 선 다음 앞사람의 허리를 꽉 잡아 각각 한줄 씩 만든다. 이렇게 만든 두 개의 줄은 서로 대장끼리 마주 본 상태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상대편의 꼬리(맨 뒤에 있는 사람)를 떼어내기 위해 힘쓴다. 꼬리를 떼이거나 움직이는 도중에 앞사람의 허리를 놓쳐 줄이 끊어지면 지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합심이 되어 요령 있게 움직여야 이길 수 있는 협동심이 요구되는 놀이이다.


 <3> 독장수 놀이

 독이란 된장, 간장, 김치, 술 등을 넣어두는 오지그릇이나 질그릇 따위를 말하는데 독을 짊어지고 다니며 파는 독장수를 흉내 내어 어른들이 귀여운 손자나 자녀를 데리고 놀 적에 하는 장난을 아이들이 또 흉내 내며 하는 놀이이다. 덩치가 큰 아이가 동생이나 조카 등 작은 꼬마를 한 손으로는 목 부분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넓적다리 부분을 붙잡아 뒤로 짊어지면 꼬마의 몸은 옆으로 누운 상태가 되어 큰 아이의 허리 부분에 걸쳐지게 된다. 이렇게 꼬마를 짊어진 아이가 쭉 둘러앉은 아이들 중 하나에게 다가가 “독 사시오.”하고 아이의 머리 부분을 앞에 대밀면 “얼마요.”라고 묻고 “천냥이요.”하면 “어디 한번 봅시다.”하면서 꼬마의 머리를 손가락을 꼬부려 톡톡하고 쳐보고는 “에이 아직 안 영글었구먼(영글다=여물다), 안사요.”하면 다음 아이에게 가서 반복한다. 값이 비싸니 싸니, 독이 여물었느니 덜 여물었느니 하며 옥신각신 즐기는 놀이이다. 동생이나 조카가 아닌 순수하게 친구들끼리도 이 놀이를 하는데 이런 때에는 덩치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짊어지고 다니며 독을 파는 시늉을 하거나 가위 바위 보로 독의 역할을 할 아이를 정하여 놀기도 한다. 이때에는 독(소년의 머리)를 툭툭 칠 때 알밤(머리)을 세게 때려 머리가 몹시 아프게 하기도 한다.


 <4> 닭싸움놀이

 닭싸움놀이는 두 사람 이상이 편을 갈라서 하는 놀이이다. 언제부터 시작된 놀이인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이를 ‘화계놀이’라 해서 요즈음은 민속경기 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여 시합을 하는 경우도 많다. 놀이방법은 우선 오른손으로 왼쪽 발목을 잡아 오른쪽 무릎이상으로 들어 올린 다음, 왼손으로 왼쪽 허벅지를 쥐고 한발로 선다. 같은 자세를 취한 상대방과 마주보고 서면 심판이 시작 신호를 하는데 한 발로 깡충깡충 뛰면서 무릎으로 상대를 치기도 하고 몸으로 밀어 제끼(제끼다=젖히다)기도 하면서 상대를 쓰러뜨리면 이긴다. 놀이도중에 들고 있던 왼발을 놓치거나 왼발이 땅에 닿아도 실격이 되며 왼손을 무릎에서 떼어 그 손으로 공격해도 안 된다. 한쪽발로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중심을 잃기 쉽고 그래서 살짝만 건드려도 비실비실 쓰러지는 사람이 있어 구경꾼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덩치가 크거나 힘이 센 사람보다는 몸의 균형을 잃지 않는 사람이 유리하다. 양편이 겨루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인 방법은 양편에서 한 번에 한 사람씩 나와서 차례로 겨룬 다음 승자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지만 혼자서 이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경기를 펼치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상대편 선수를 모두 이기면 자기편이 이기는 것이고 중간에 지쳐서 지게 되면 다음 차례의 선수가 나가서 대결한다. 두 사람이 겨루는 모습이 마치 닭이 겨루는 것과 비슷하여 닭싸움놀이라고 부른다.


 <5> 미끄럼타기

 함박눈이 소복하게 대지를 덮으면 아이들은 몰려나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지만 언덕길에 미끄럼판을 만들어 놓고 신나게 미끄럼을 탄다. 마을 어른들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무서워 다니시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날 뿐이다. 반들반들하게 닦여진 얼음판 언덕길을 그렇잖아도 미끄러운 닳아빠진 고무신(어떤 아이들은 대나무 쪽을 신발 밑에 대고)을 신고 ‘씨잉~’하고 내려오면 그 신나는 기분이야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다. 여자 아이들이나 작은(나이 어린) 아이들은 서서 타기 무서우니까 비료포대 등을 깔고 앉아 미끄럼을 탄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미끄럼판의 길이가 짧아서 기분이 좀 덜 나면 “야, 우리 모이마당(묘들이 많이 있는 넓은 곳)으로 가자.”하고 우르르 몰려가서는 길이가 수십 미터나 되는 묘 마당(산기슭)에서 비료포대 등을 깔고 앉아 미끄럼을 타며 논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눈썰매장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경사진 묘 마당은 눈이 없는 봄철에도 잔디 위에서 비료포대 등을 이용하여 미끄럼타기가 가능하지만 눈 위에서 하는 것 같은 재미가 없고 또한 잔디가 삭는다고(닳아 없어진다고) 묘의 관리인들이 야단을 치기 때문에 주로 눈이 쌓인 겨울철에 미끄럼을 탔다.


 <6> 가마타기

 가마타기놀이는 세 사람이상 되어야 가능하다. 셋이 가위 바위 보를 하여 1등을 한 아이가 가마를 타게 되고 나머지 두 아이는 가마를 대령해야 하는데 가마는 둘이서 오른손은 자신의 왼 팔꿈치 아래를 잡고 왼손은 상대방의 오른손 팔꿈치 아래 부분을 잡으면 두 아이의 팔이 ‘井’자처럼 엮어져 이것이 가마가 된다. 이렇게 만든 가마를 대령하고 앉으면 이긴 아이가 양쪽다리를 각각 양쪽아이의 가슴부분에 하나씩 넣고 가마 위에 앉는다. 가마를 만든 두 아이는 일어서서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내려놓고 이번에는 2등을 한 아이가 가마를 타고 다음에는 3등을 한 아이가 교대로 가마를 타며 즐긴다. 가마를 타고 마당을 돌 때 “임금님 행차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등 양반이나 사또, 임금님 등을 흉내 내며 즐겨 논다.

 사람이 넷이면 교대로 할 수 있고 많은 숫자면 3명씩 조를 짜서 놀기도 하였으며 어떤 조가 가마를 태운 채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지 시합을 하기도 하였다.


 <7> 글씨찾기

 두 명 이상이 서로 남이 파 놓은 글씨를 찾으며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평평한 땅바닥에 뾰족한 돌이나 막대기, 못 등을 이용하여 글씨를 깊게 파 놓고는 모래나 흙으로 덮어 위장한 후 서로 바꾸어서 글씨를 찾아본다. 같은 수의 글씨를 파 놓고 누가 빨리 찾나 시합하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글씨공부 효과도 있는 유익한 놀이이다.


 <8> 미역감기

 냇물이나 강물 등에 몸을 담그고 씻는 일을 ‘미역(멱)’ 또는 ‘미역(멱) 감는다.’라고 한다. 몸을 씻는 일이야 놀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이들은 여름철에 매일 같이 몸을 씻기보다는 놀이로 미역을 감았다. 일정 거리를 정해놓고 헤엄쳐서 누가 빨리 가나 시합도 하고 물속에 완전히 잠긴 채 누가 오랫동안 참고 있는지 내기도 한다. 헤엄으로는 개헤엄, 개구리헤엄, 송장헤엄(배영 : 배가 하늘을 향하도록 누워서 치는 헤엄), 속헤엄(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속에 완전히 잠겨 치는 헤엄) 등 체계적으로 배운 수영이 아닌 마구잡이식 헤엄으로 물속을 드나들다가 잘못하여 물을 잔뜩 들이키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 매일같이 미역감으러 다닌 아이들은 헤엄실력도 만만치 않아 그런 꼬마들 중에 커서 수영선수로 성장하는 예도 있었으니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마냥 무시할 것만도 아니었다.

 이밖에도 물장구를 치며 물싸움을 하고 송사리나 새우, 우렁이, 고동, 참게 등 물고기를 잡으러 돌아다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물속에 지나가는 뱀을 보고 질겁하여 물 밖으로 달아나던 일 등 시냇가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놀이와 추억들이 무척 많았다.


 <9> 고추 먹고 맴맴, 담배 먹고 맴맴

 따뜻한 양지에 모여 즐기는 놀이로 교실 등 넓은 공간의 실내에서도 할 수 있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두 명 이상이면 시합도 한다. 왼손으로는 자신의 오른쪽 귀를 잡고 오른손은 왼팔과 얼굴 사이로 뻗은 다음 허리를 굽혀 오른손 검지로 땅을 짚고 그 손가락을 축으로 해서 빙글빙글 돈다. 열 바퀴 또는 스무 바퀴 등으로 정해 놓고 정한만큼 회전한 후에 일어나서 미리 벽에 그려 놓은 동그라미를 손으로 짚게 한다.

 여러 바퀴를 돌았기 때문에 어지러워서 픽하고 쓰러지거나 비틀거려 동그라미를 바로 짚지 못하는 광경을 보고 깔깔대며 웃고 즐긴다. 이때 “고추 먹고 맴맴, 담배 먹고 맴맴.”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학교에서 배운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 가시고/ 어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댁에/ 고추 먹고 맴맴/ 담배 먹고 맴맴.” 이라는 동요를 부르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담배 먹고 맴맴’은 원래는 ‘달래 먹고 맴맴’이라고 하였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담배 먹고 맴맴’으로 변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10> 앉은뱅이놀이

 여러 명의 아이들이 모이면 가위 바위 보로 술래(오니라고 함)를 정한 후 모두 흩어져서 “날 잡아봐라.” 또는 “약 오르지롱.”, “용용죽겠지 메롱.” 하면서 술래의 약을 올린다. 술래는 부지런히 쫓아가서 잡으려하고 아이들은 도망 다닌다. 그러다가 잡힐 우려가 있으면 “돔”하면서 재빨리 그 자리에 앉으면 술래가 잡을 수 없다. 서 있는 채 또는 뛰는 도중에 잡히면 그 아이가 술래가 된다. 이를 ‘돔장난’ 또는 ‘오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그림자밟기’라는 놀이도 있다. 앉은뱅이놀이와 같은 요령으로 술래를 정한 후 술래를 아이들의 그림자를 밟으려고 쫓아다니는데 반드시 그림자의 머리 부분을 밟아야한다.

 그림자를 밟힌 아이는 술래가 된다. 도망 다니던 아이가 지쳐서 그림자를 밟힐 우려가 있으면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2 집안에서 하는 놀이

놀이기구가 필요한 놀이 - 수건돌리기, 고누두기, 종이비행기 놀이, 뜨개질 놀이, 쌍오재미 던지고 받기

놀이기구가 필요 없는 놀이 - 웃음찾기, 샅치기, 손뼉 치며 이름대기, 이거리 저거리, 끝말 이어가기, 수수께끼, 스무고개, 옛날이야기하기, 쎄쎄쎄, 팔씨름, 다리씨름, 토끼씨름


가. 놀이기구가 필요한 놀이

 1) 수건돌리기

 많은 수의 아이들이 실내에서 즐기는 놀이이다. 모든 아이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되 옆 사람과 밀착하여 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리를 세워 앞으로 내밀면 사람 몸과 발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아이들이 옆으로 밀착한 채 모두 이런 식으로 앉았기 때문에 둥글고 긴 터널이 생기게 된다. 다음엔 수건을 뭉쳐서 터널 속에 넣은 다음 손을 사용하여 옆으로 돌리면서 동요를 합창하는데 노래가 끝날 때 수건이 멈춰진 아이가 벌칙을 받게 되며 벌칙으로는 노래를 시킨다든지 돼지소리나 닭의 소리를 흉내 내도록 시키면서 즐긴다. 벌칙이 끝나면 수건돌리기를 계속한다.

 또 다른 수건돌리기가 있는데 위와 같은 방법으로 앉은 다음 미리 정한 술래를 가운데 앉히고 터널사이로 수건을 돌리면 술래가 수건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놀이이다. 아이들은 술래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계속 터널 속에 손을 넣고 수건을 돌리는 시늉을 하면서 “돌아갑니다. 돌아갑니다. 빙글빙글 돌아갑니다.”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가 술래에게 수건이 잡히면 그 아이가 술래가 되어 놀이를 계속한다.


 2) 고누 두기

 고누를 우리지역에서는 고니라고 불렀다. 땅바닥이나 사방 30㎝쯤 되는 널판 또는 종이위에 여러 가지 모양의 고니판을 그리고 돌, 나뭇가지, 풀잎 등을 말로 삼아 승부를 결정짓는 놀이이다.

 고누를 둘 때는 약자선수라 하여 수가 낮은 사람부터 말을 쓰며, 상대의 말을 수를 써서 포위하여 움직일 수 없게 하면, 이기는 고누(예 :호박고누, 우물고누)와 아예 말을 잡아내어 이기는 고누(예 :네줄고누, 곤질고누)가 있다. 고누는 종류나 놀이방법이 다양하다. 말판 형태에 따라 참고누, 밭고누, 우물고누, 호박고누, 사발고누, 불알고누, 곤질고누, 네줄고누(육줄고누, 열두줄고누), 짤고누, 장수고누, 꽂을고누, 강고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호박고누는 각각 3개씩의 말을 <그림1>과 같이 놓고 시작한다. 번갈아가며 한 번에 한 번씩 말을 옮겨가는데 처음 자기 말이 놓인 자리에는 다시 자기 말을 놓을 수 없고, 처음의 상대방자리에 들어간 말은 다시 되돌아 나올 수 없다. <그림2>와 같이 상대방이 말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하면 흰말을 가진 사람이 이긴다.

  고누는 아이뿐만 아니고 어른들도 심심풀이로 두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속말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바둑 둘 줄 아시오?”하고 물었다가 모른다고 하면 “장기는 둘 줄 아나?”하고 반말로 물어보고 장기도 못 둔다고 하면 “고니(고누) 둘 줄 아니?”하고 아이나 상놈취급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누는 아이들이나 수가 얕은 사람들이 두는 놀이였다. 고누를 두노라면 승패가 안 나 서로 말만 왔다갔다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때를 가리켜 들랑달랑 한다고 하여 들랑고니(고누)가 되었다고 하는데 일상생활에서도 아이가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계속 반복하면 ‘들랑고니 드나들 듯 한다’고 하며 어떤 사람이 행동반경이 넓지 못하고 자기 집과 일정한 장소만 늘 왔다 갔다 하는 경우를 가리켜 ‘들랑고니처럼 어디 갈 줄도 모른다.’고 흉을 보기도 한다. 고누보다 한 수 위인 장기나 바둑을 두는 아이들도 있고 바둑을 이용하여 오목을 두기도 하였으나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3) 뜨개질놀이

 한 발 정도 되는 실의 양쪽 끝을 묶어 타원형을 만든 다음, 한 손에 한 번씩 감아 양손에 감은 후 실을 팽팽하게 벌리고는 왼손의 가운데 손가락으로 오른손 바닥의 실을 뜨고, 오른손의 가운데 손가락을 왼손바닥의 실에 뜬 후 양손을 벌리면 비스듬한 X표 두 개가 생긴다.  그러면 상대방은 가위표 두 개에 각각 오른손과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넣고 아래로 내려서 속으로 돌려 뜨면 나란히 있는 X표 두 개가 나온다. 이를 채반이라고 한다.

 시작했던 아이가 양쪽 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가위표 두 개를 아래로 돌려 뜨면 네 개의 줄이 나란히 된다. 이를 젓가락이라고 한다. 다시 상대방 아이가 속에 있는 줄 두 개를 양쪽 새끼손가락으로 뜨고 가에 있는 줄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돌려 뜨면 절구통이 나온다. 이렇게 계속해서 여러 가지의 모형을 뜨면서 즐기는 것을 ‘뜨개질놀이’ 또는 ‘실뜨기’라고 불렀다. 주로 소녀들이 즐기던 놀이이다.

 

4) 쌍오재미 던지고 받기

 오재미를 이용한 놀이 중 ‘오재미치기’는 여러 아이들이 하는 놀이로서 치기라는 이름의 어린이 놀이에서 알아본 바 있지만, 혼자서도 오재미 두 개를 가지고 던지고 받기를 즐겼으며 둘이서는 누가 많이 던지고 받기를 하는지 내기도 한다. 오재미 한 개를 던지고는 공중으로 올라갔다 내려오기 전에 또 한 개를 던지고 내려온 오재미를 받아 던지기를 반복하며 오랫동안 틀리지 않고 잘하는 아이가 이기는 것이다. 능숙치 못한 아이들은 두 손을 사용하여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한 손으로 던지고 받기를 한다. 횟수를 세는 데에도 하나, 둘, 셋.......하고 세기도 하지만 “도랭이는 20, 20은 30, 30은 40.......”하면서 한 번에 10씩 올라가는 셈 방법도 있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시합을 하는데 200까지 먼저 나는 아이가 이기는 것으로 정해놓고, 첫 번째 아이가(A)가 도랭이는 20, 20은 30, 이 부분을 마치고 틀리면, 두 번째 아이(B)가 시작하는데 B가 하다가 틀리면 A는 아까 틀린 30부터 시작하여 30은 40, 40은 50.......하고 올라가기를 A와 B가 교대로 하여 200에 먼저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놀이이다. 소녀들이 즐겼다.


나. 놀이기구가 필요 없는 놀이

 1) 웃음 찾기

 여러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서 다 같이 박자에 맞추어 하나 둘에 자신의 무릎을 두 번치고, 셋 넷에 손뼉을 두 번치고, 다섯 여섯에 오른손 엄지를 가슴 앞으로 내보이면서 두 번 흔든다. 이와 같은 동작을 하면서 박자에 맞추어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부른다.

 “웃음 찾기 합시다. 이빨 뵈도 안 되고 움직여도 안 되고 눈 감아도 안 되고”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리더가 “합”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동작을 그치고 가만히 있는데 웃음을 참지 못한 아이가 ‘픽’하고 웃으면 그 아이가 벌칙으로 노래나 기타 지정한 벌칙을 이행한 후 리더가 되어 다시 시작하고 “합”하고 멈추어도 한동안 웃음이 없으면 다시 노래를 반복하며 리더는 아이들을 웃기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내는 부분에서 이상한 몸짓을 하기도 하고 얼굴을 찡그리거나 바보, 장애인 흉내 등을 내기도 한다.

 여럿이 하는 놀이지만 두 명이 마주보고 앉아서 하기도 한다. 이때는 두 번 무릎을 치고 두 번 손뼉을 친 다음 세 번째는 두 손을 상대방의 두 손과 마주쳐서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부른다. ‘웃음 찾기’라는 말 대신 ‘웃음거리’라고 하는 동네도 있었다.


 2) 샅 치기, 샅 치기, 샅 뽀뽀

 샅이란 사타구니를 말한다. 샅 치기란 사타구니 치기라는 말이다. 웃음 찾기와 같은 방법으로 빙 둘러앉아 두 번 자신의 샅(실제는 넓적다리 또는 무릎을 침)을 두 번 치면서 ‘샅치기 샅치기’ 박수를 두 번 치면서 ‘샅 뽀’ 끝으로 엄지손가락을 밀면서 ‘뽀’라고 노래를 부르는데 마지막 ‘뽀’부분에서 리더가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아이를 가리키면 다음에는 그 아이가 자기 오른쪽 옆으로 또 그 아이도 오른쪽 옆으로 가리키면서 한 바퀴를 돈다. 두 바퀴, 세 바퀴를 돌면서 점점 속도를 빨리 한다. 그러다가 틀리는 사람이 나오면 노래 등 벌칙을 가하고 벌칙이행이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또 차례로 돌아가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대신 순서 없이 임의로 아무나 가리키고 그 아이는 또 아무나 가리키는 방법도 있다.

 얼핏 생각하면 매우 쉬운 놀이 같지만 속도를 점점 빨리하면 틀리는 아이가 나오게 되고 따라서 동작이 좀 뜨거나 어눌한 아이는 늘 틀려서 벌칙을 받기 마련이다.


 3) 손뼉치며 이름대기

 웃음 찾기와 같은 방법으로 빙 둘러앉아서 무릎을 한번 치면서 ‘나무’, 손뼉을 한번 치면서 ‘이름’, 엄지손가락을 앞으로 내밀면서 ‘차차차’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다음엔 리더가 박자에 맞추어 ‘살구나무 차차차’하면 다음 사람은 ‘사과나무 차차차’하고 다음 사람은 또 다른 나무 이름을 부르면서 계속해 나가다가 나무 이름을 못 대거나, 앞에서 댄 이름을 대거나 또는 박자에 맞추지 못하는 아이는 벌칙을 받게 된다. 벌칙이행이 끝나면 그 아이부터 다시 시작하여 계속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가수이름대기, 새 이름대기, 짐승이름대기, 노래제목대기, 산 이름대기 등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대면서 놀 수 있는 놀이이다.

 또한 이 방법으로 숫자대기 놀이도 했다. ‘하나’하면서 무릎을 한번치고 ‘둘’하면서 박수를 치고 셋에는 아무소리도 안하고 엄지손가락만 내밀면 리더가 ‘하나’라고 하고 다음아이가 두 번째로 손가락이 올라갈 때 둘하고 다음아이는 ‘셋’, ‘넷’하면서 숫자를 대는데 역시 틀리는 사람은 벌칙을 받는다. 천천히 하면 틀리는 사람이 없지만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 틀리는 아이가 속출하게 된다.

 또 참석자의 이름을 대는 방법도 있다. 리더가 참석자중 한 사람을 지적하여 ‘홍길동 차차차’하면 홍길동은 또 다른 참석자 이름을 ‘김철수 차차차’하고 대며 진행하는 것이다. 역시 틀리는 사람은 벌칙을 받는다.


4) 끝말 이어가기

 두 명 이상 여럿이도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순번을 정한 다음 첫 번째 아이가 비행기하면 두 번째 아이는 기차, 세 번째 아이는 차돌.......하는 식으로 끝말을 이어가는 방법이므로 아이들에게 학습효과도 있는 놀이이다.

 역시 비슷한 놀이로 첫 번째 아이가 ‘원생이(원숭이) 똥구멍은 빨개’하고 말하면 두 번째 아니는 ‘빨간 것은 사과’, 세 번째 아이는 ‘사과는 맛있어’, 네 번째는 ‘맛있는 건 바나나’.......하면서 연상되는 사물을 대며 진행하는 놀이도 많이 하던 것 중의 하나이다.


5) 수수께끼

 수수꺼끼라고도 하며 우리 마을에서는 말저름(말 겨룸)이라고 하였다. 수수께끼란 어떤 사물을 바로 말하지 않고 빗대어서 말하여 사물의 뜻이나 이름을 알아맞히는 놀이인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하던 놀이이고 학교에서도 오락시간에 많이 이용하였다.


 6) 스무고개

 둘이서도 하고 여럿이도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우선 문제를 내는 아이가 혼자 속으로 사물을 정한 다음 동물성 또는 식물성, 광물성 등으로 힌트를 주면 문제를 푸는 아이는 한 번씩 물어서 스무 번 안에 답을 맞히어야 한다. 이를테면 A가 호랑이를 정하고 B에게 풀라고 한다면

 A: 동물성/  B: 짐승이냐?(한 고개)

 A: 응    /  B: 집에서 기르니?(두 고개)

 A: 아니  /  B: 산에서 사는 짐승이니?(세 고개)

 A: 응    /  B: 몸집이 작으니?(네 고개)

 A: 아니  /  B: 그럼 무서운 짐승이냐?(다섯 고개)

 A: 응    /  B: 우리나라에 사는 동물이냐?(여섯 고개)

 A: 응    /  B: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냐?(일곱 고개)

 A: 아니  /  B: 산에서 가장 무서운 짐승이냐?(여덟 고개)

 A: 응    /  B: ‘어흥’하고 우니?(아홉 고개)

 A: 응    /  B: 호랑이(열 고개)

 A: 맞았다.

 이렇게 스무 번 안에 맞히면 역할을 바꾸어 이번에는 B가 문제를 내고 A가 푸는데 스무 번 안에 맞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까다로운 문제를 골라서 낸다.


7) 옛날이야기 하기

 옛날이야기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화롯가에서 귀여운 손자, 손녀를 앞에 앉히고 도란도란 재미있게 해주시는 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지만 교과서에서 본 이야기, 어른들한테 들은 이야기나 어쩌다 이야기책에서 본 이야기 등 입담 좋은 아이들은 아이들끼리도 곧잘 옛날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여치와 베짱이, 매미와 개미, 두루미와 여우, 늑대와 소년 등 교과서에 나오는 교육적인 이야기와 이솝우화가 있는가 하면 장화홍련전, 심청전, 흥부와 놀부 등 고전도 있고 마을에 전해오는 구전설화도 있었다. 귀신이야기며 도깨비 이야기, 호랑이 이야기, 여우한테 홀린 이야기, 늑대이야기 등 무서운 이야기도 단골 메뉴중의 하나였다. 휘영청 달 밝은 밤, 모닥불 가에 모여 앉거나 어두운 밤 등잔불 밑에 아이들끼리 모여앉아 옛날이야기를 할라치면 “옛날 아주 먼 옛날에.......”부터 시작하여 귀신이나 여우가 여자로 변신하여 나오는 부분에 가서는 이야기하는 아이가 겁에 질린 것 같이 심각한 인상으로 잔뜩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잡아가며 조용조용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한 아이의 무릎을 탁 치면서 “바로 네 놈이구나.”하고 소리를 꽥 지르면 앉았던 아이들이 “으아악”하고 일제히 놀라 자빠지는 일도 가끔씩 있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놀래킨 아이는 배꼽을 쥐고 깔깔대고 웃고 놀라 자빠졌던 아이들도 일어나서 다같이 낄낄거리고 웃던 일들은 지금도 생각하면 배시시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는 날에는 집에 갈 적에 호젓한 골목길에 혼자 걸어가려면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타날 것 같아 나무그늘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뒷덜미가 쭈뼛 곤두서는 기분을 느끼는가하면 집에 가서도 새벽녘에 오줌 누러 밖으로 나가지 못해 쩔쩔매던 기억들이 지금도 선하게 떠오른다.


8) 쎄쎄쎄

 쎄쎄쎄는 둘이 마주보며 하는 놀이이다. 마주보고 앉거나 서서 두 손을 뻗어 서로 잡고 아래위로 흔들면서 ‘쎄쎄쎄’한 다음, 두 손을 앞으로 올려 얼굴 부분에서 손바닥을 마주쳤다가 자기 무릎치기를 반복하면서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우리 선생님 계신 곳에/ 엽서 한 장 써주세요/구리 구리 구리” 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울고 가는 저 기러기’ 부분에서는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우는 시늉을, 그리고 ‘엽서 한 장 써주세요’ 부분에서는 손바닥에 한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는 시늉을 하며, ‘구리 구리 구리’ 부분에서는 두 손을 자신의 가슴에서 앞뒤로 교차하여 빙글빙글 돌리다가 끝나면 가위 바위 보를 해 진 사람이 벌칙을 받는다.

 벌칙은 노래를 부르거나 꼴밤을 맞거나 적당히 정하며 벌칙이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마주보고 서서할 때에는 무릎을 칠 수가 없으므로 서로 두 손을 마주친 다음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손을 올려 마주치는 방법으로 계속 한다. 소녀들이 즐겼으며 엄마나 할머니 또는 언니(누나)들이 3~5세 되는 아기들과 놀아주던 놀이이기도 하다.


 9)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두 명이 하기에 알맞은 놀이이지만 그 이상이 할 수도 있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다리를 펴서 상대방의 다리 사이에 한쪽 다리를 넣고 상대방의 한쪽 다리는 역시 자신의 다리 사이에 오도록 하여 네 개의 다리가 나란히 엇갈려 놓이게 만든 다음 노래를 부르면서 다리를 한 번씩 손으로 찍어가며 왔다 갔다 한다.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사 만사 두만사, 서천읍내 기계통, 돌아와서 꽃 바쿵”하고 노래를 끝날 때 손에 찍히는 다리는 빼서 오므려 세운다. 세 개의 다리를 놓고 또 다시 노래를 불러서 끝나면 한 다리를 빼고 또 한번 노래를 끝내면 다리 하나를 세우고 결국은 한 개의 다리만 남는데 그 다리의 주인은 벌칙을 받는다. 벌칙은 노래를 시키거나 팔대를 때리거나 그 다리를 간지럼 피는 등 다양하였다. 벌칙 이행이 끝나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

 노래 말도 “이거리....... 두만사,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하기도 하고 “이거리....... 두만사, 너희 삼촌 어디갔니, 고추밭에 갔다, 몇 말 땄니, 닷 말 땄다, 오끔 도끔 땡”이라고 부르는 동네가 있는 등 적당히 변형된 것을 볼 수 있었다.


 10) 팔씨름, 다리씨름, 토끼씨름

 팔씨름은 책상을 사이에 놓고 둘이서 오른팔(왼팔끼리도 함)을 내어 상 위에 올린 다음, 상대방의 엄지손가락을 서로 감싸 쥐면서 세운다. 심판의 “판이야.”(시작이라는 구호)하는 신호와 함께 자기 앞으로 넘어뜨리는 경기이다. 힘이 센 아이는 약한 아이에게 팔목 잡아준다고 하여 상대방의 손목을 잡은 상태에서 경기하기도 한다. 책상이 없는 곳에서는 바닥에 엎드려서 시합을 하기도 한다. 경기중 팔꿈치가 뜨거나 밀려서도 안 되며 주로 소년들이 즐겼다.

 다리씨름은 둘이서 마주앉아 오른쪽 다리를 세워 다리안쪽을 서로 닿도록 하여 두 사람의 다리가 X표가 되도록 만든 다음 두 손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 심판의 “판이야.”하는 구호와 함께 자기 앞쪽으로 상대방의 다리를 당겨 넘어뜨리면 이긴다. 다리뼈끼리 밀착된 상태에서 서로 당기기 때문에 다리뼈가 몹시 아프다. 때문에 힘도 힘이지만 아픔을 참는 인내력이 더 필요한 경기이다. 경기도중 발이 밀리거나 떠도 안 된다. 돼지씨름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소년들이 즐기던 놀이이다.

 토끼씨름은 밖에서 하는 놀이지만 팔씨름, 다리씨름과 함께 묶었으므로 이곳에 소개하기로 한다. 양손은 뒤로 돌려 깍지를 낀 다음 오금다리까지 내려 몸이 구부린 상태가 되도록 한다. 둘이서 서로 엉덩이로 밀어내고 온몸으로 부딪치며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경기이다. 경기도중 손을 놓치면 안 되며 소년들이 즐기던 놀이다.


3 어린이놀이 조사를 마치고

 이상과 같이 “치기라는 이름의 어린이 놀이” 포함 총 73가지의 전래 어린이놀이를 기술하였다. 이 밖에도 찾지 못한 놀이들이 있겠지만 역부족으로 더 이상 조사하지 못하고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의 더 많은 조사와 연구를 기대해 본다.

※실은 곳:  보령문화 제 9집-10집(2000-2001년)  향토사랑(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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