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명언

열국지21-23

구슬뫼 2024. 12. 30. 08:50

列國誌 21 : 여불위와 주희, 그리고..

어찌되었건, 여불위는 그날부터 세자궁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왕손비가 된 주희와도 마음대로 밀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 간의 불륜 관계가 탄로 나게 되면 엄청난 파멸이 올 것 같아 여불위는 가능한한 주희와의 밀회를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주희는 워낙 음욕이 무섭게 강한 여인인데다 남편 자초에 대한 잠자리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여불위와 단둘이 만나기만 하면, 체면불구하고 동침을 요구해 왔다. 어느 날 여불위는 마지못해 주희의 요구를 들어주며 한바탕 열을 올리는 와중에 이렇게 말을 했다. "이것아 ! 우리가 이렇게 자주 만나다보면 탄로가 나고, 그렇게 되면 목이 날아갈 판인데, 너는 그것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조르느냐 !"

이렇게 엄포를 놓으면 응당 겁을 집어먹을 줄 알았다.

그러나 주희는 그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죽는 한이 있어도 당장 못 참겠는데 어떡해요."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이제부터는 만나 주지 않을 테니 그리 알아라! "

"그건 안 돼요 ! 세자비의 명령을 동궁 국승이 거역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누가 뭐래도 그것만은 안 돼요 ! 처음 약속이 다르지 않아요?"

실로 찰거머리 같아서 떼어내기가 무척 어려운 계집이었다.

한편, 소양왕은 자초가 탈출해 돌아온 지 며칠 후에, 대장군 '장한'을 불러 명했다.

"경도 잘 알고 있다시피, 육국을 정벌하여 만천하를 통일하려는 것은 내 70 평생의 숙원이었소. 그러나 불행하게도 백기 장군이 죽은데다가 손자 아이가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자초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이제는 조나라에 복수를 해야 하겠소. 경에게 군사 20 만을 줄 테니, 조나라를 당장 정벌하시오. 내가 몸에 병이 깊어서 생전에는 천하를 통일하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적어도 조나라 하나만이라도 정벌해야 하겠소."

천하 통일에 대한 소양왕의 집념은 병석에서도 강렬하였다.

장한은 20만 대군을 이끌고, 바로 조나라 정벌의 장도에 올랐다.

진나라의 군사력은 천하 통일을 꿈꿀 정도로 막강한데다가 총사령관 장한은 천하의 명장이었다. 장한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며, 원정길에 오른 지 두 달 만에 조나라의 20 여 성을 점령하고 드디어 조나라의 국도인 한단성에 육박하였다.

조왕은 크게 당황하여, 대장군 공손건을 불러 명했다.

"오늘날 우리가 진에게 침략을 당하게 된 것은 오로지 경이 자초의 탈출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오. 적이 지금 우리의 도성으로 쇄도해 오고 있으니, 경은 죽기를 각오하고 적을 막아내시오." 공손건은 이미 자신이 저지른 죄가 있는지라, 10만 대군을 이끌고 진군을 막아내려고 출진하였다. 그러나 공손건은 지난번 장한과 단둘이 싸워서 패한 경험이 있었던터라 승리에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니 싸울 수도 없어서 진군 앞으로 달려 나가 결사적으로 싸우고자 하는데, 장한이 마주 나와 큰소리로 조롱한다.

"자네는 지난번에 나와 싸웠던 공손건이가 아닌가? 대장부의 승부는 한번으로 하거늘, 이제 또 다시 무슨 낯짝으로 감히 나와 붙어보려고 하는가!?.. "

공손건은 참기 어려운 조롱에 이성을 잃고, 군사를 몰아 노도처럼 돌진해 왔다.

그러나, 무술에는 상대방에 따라 강약의 차이가 존재하는 법! 공손건이 30 여 합을 싸우는 동안 조나라는 9 만 여 명의 군사를 잃고 말았다.

크게 당황한 공손건이 참다못해 장한에게 직접 덤벼 들었으나...이번에는 장한이 평정심을 잃은 공손건을 단칼에 베어 버린다.(계속)

 

열국지 22

이로써 진군이 대승을 거두고, 마지막으로 한단성에 총공격을 퍼 부으려고 하는데, 별안간 고국에서 급보가 날아들었다.

"대왕께서 위독하시니, 군사를 거두어 가지고 즉시 회군하라 ! "

장한은 분했지만, 왕명에 따라 회군할 수밖에 없었다.

장한이 군사를 거느리고 고국에 돌아왔을 때는 소양왕은 이미 임종이 임박하여, 태자 안국군과 모든 중신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여불위도 동참해 있었다.

소양왕은 목숨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호흡이 몹시 가쁘더니, 문득 눈을 뜨며 태자에게 말한다. "정은 어디 갔느냐? 정을 이리 불러 오너라."

주희가 정을 데리고 오자, 소양왕은 어린 손자의 손을 움켜잡고 띄엄띄엄 말했다.

"너는 대왕의 기상을 타고난 인물이 분명하다. 너는 이 할애비의 뜻을 이어받아, 기필코 천하를 통일하도록 하여라. 이 나라에서 천하를 통일할 인물은 너밖에 없다."

 

그리고 베게 밑에 넣어 두었던 유서를 꺼내어, 정에게 펼쳐 보라며 말했다.

"너는 글을 읽을 줄 알렸다 ? 그것을 직접 읽어 보아라."

소년 정은 증조할아버지의 유서를 스스럼없이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하늘에 태양이 하나밖에 없듯이, 땅에도 임금은 두 사람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증조부인 나의 웅지를 이어받아, 육국을 모조리 정벌하여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라."

진실로 소양왕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웅장한 유언이었다.

소양왕은 소년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정아 ! 너는 그 글이 무슨 의미를 뜻하는지 알겠느냐 ? "

"할아버님 대왕마마 ! 알겠나이다. 소손이 할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기필코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어내겠습니다."

"고맙다 ! 그와 같은 원대한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 너는 오늘부터 하루도 빼지 말고 그 글을 하루에 백 번씩만 읽도록 하여라."

"할아버님 대왕마마의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오오 ! 기특한지고, 내가 이제야 눈을 감고 죽을 수 있겠구나 ....."

말을 마친 소양왕은 얼굴에 환희의 빛을 띠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재위 56, 천하를 통일하려는 위대한 꿈을 품고 70 평생을 전진 속에서 살아왔지만,

그의 웅지는 이쯤에서 좌절되어 버리고 말았다.

여불위는 소양왕의 최후를 지켜보며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받았다.

(소양왕은 거성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내 아들 ''을 그보다 훨씬 위대한 대왕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 두고 보시오..)

 

소양왕이 죽자 중신들은 모두 목을 놓아 통곡하였다. 그러나 소년 ''만은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아니하고, 여불위에게 당돌하게 명령조로 말했다.

"동궁 국승은 나를 세자궁으로 모시고 가주시오."

여불위는 그 명령을 듣는 순간, 정은 자기 아들이면서도 이미 아들의 한계를 벗어난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졌다 <계속>

 

열국지 23 : 자초의 등극, 여불위의 출세가도 그리고 '여씨춘추'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인가?>

소양왕이 서거하자, 태자 안국군이 왕위에 올랐다. 그를 효문왕이라 칭했다.

안국군이 등극함에 따라 자초가 태자로 책립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여불위로 보면, 득세의 길이 순간적으로 환하게 트인 셈이었다. 그러나 행운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새로 등극한 효문왕이 건강이 워낙 좋지 않아서, 왕위에 오른 지 불과 사흘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렸다. 불과 사흘 사이에 두 명의 왕이 잇달아 서거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자초가 왕위에 오를 차례였다. 그러나 자초는 연달아 발생한 불상사에 가슴이 아파서, "두 분 선왕께서 연거푸 돌아가신 이 때에, 내 어찌 당장 왕위에 오른단 말이오. 이것은 효도에 어긋나는 일이니, 소상이나 지난 뒤에 등극하겠소."하고 엉뚱한 고집을 들고 나오는 것이었다.

"효성이 망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신들은 허리를 굽혀 절하며, 이렇게만 말할 뿐 아무도 반론을 하지 않았다. 이에 여불위는 즉각적으로 반론을 제기하였다. "천하의 정세가 분분한 이 시기에 보위를 어찌 하루인들 비워 둘 수 있으오리까 ? 이것은 법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태롭게 하시는 일이기도 하옵니다. 진정으로 효도를 하시려면 마땅히 오늘로 등극하시어 국기를 더욱 굳건히 하시옵소서. 전하로서의 효도의 길은 오직 그 길이 있을 뿐이옵니다." 말인즉 옳은 말이었다.

그러나 여불위가 이렇게 강력한 주장을 펴는 데는 그 나름대로 다른 이유가 있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자초처럼 감상에 사로 잡혀서 등극을 미루다가는 왕위를 누구에게 빼앗겨 버릴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더구나 자초에게는 배다른 다른 형제가 스물두 명이나 있어서, 그들도 저마다 은근히 왕위를 넘겨다보고 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이 이에 이른 여불위는 중신들을 노여운 눈초리로 둘러보며 엄포라도 하듯 이렇게 따져들었다.

"나라를 올바르게 인도해 나가야 할 중신들은 무슨 생각에 침묵들을 지키고 계시오. 나랏님의 자리를 오랜 동안 비워 두어도 괜찮다는 생각들이오? 그렇지 않으면 태자를 제쳐놓고 다른 왕자를 등극시키려는 생각이라도 하고 계신거요? 만약 그런 생각이 있거든 이 자리에서 숨김 없이 털어놓아 보시오."

<동궁국승>은 명목상 지위가 제아무리 승상격이라 하여도, 국사를 담당하고 있는 중신의 지위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불위가 중신들을 부라려 보며 호통을 친다는 것은 직위에 어긋나는 언동이었다. 그러나 중신들은 자초와 여불위의 특별한 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불위의 호통에 모두들 몸을 떨었다. 자초가 등극하는 날이면, 여불위가 모든 권력을 한손에 거머쥐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기에 중신들은 몸을 떨며 입을 모아 말했다.

"동궁국승의 말씀은 지극히 지당하신 줄로 아뢰옵니다. 보위는 하루라도 비워 둘 수 없는 일이오니, 전하께서는 오늘로 즉위하시는 것이 타당하옵니다." "...., 경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 이리하여 자초가 마침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장양왕(莊襄王)이다.

장양왕은 즉위식이 끝나자, 만조백관들 앞에서 여불위를 특별히 불러내 감격어린 어조로 이렇게 분부하였다.

"내가 오늘날 보위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오로지 경의 덕택이었소. 경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던들 내 어찌 조나라를 탈출할 수가 있었을 것이며, 탈출을 못 했다면 어찌 보위에 오를 수가 있었을 것이오. 내 이미 보위에 올랐으니, 이제는 처음 약속대로 경을 승상(丞相)에 제수하겠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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