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출신 인사가 출세를 하거나 큰일을 하면 마을사람들이 이를 알리는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걸어 축하하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풍습이 있는바, 나의 고향마을(주산면 주야리 두란마을)에 요즘 그런 일이 생겼다.
이야기는 내가 공직에 근무하던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5월경 고향의 아주머니 한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분은 내가 어릴 때 이웃집에서 약 10년간 사시던 분이었다.
자기 아들이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려 하였으나
인천의 ‘인하대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져 1년간 재수를 하는 중
대천시에서 시행한 지방행정 9급공무원시험을 보았는데 합격하였다는 것,
그러나 공무원이 별로 달갑지 않아 합격자등록을 미루고 있어 엄마로서 나에게 전화로 상담을 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공무원 발령을 받아야 좋을까요? 아니면 그 아이의 뜻대로 공무원을 포기하고 1년 후에 대학에 진학하는 게 좋을까요?” (그때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별로 인기가 없던 때였다.)
나는 이렇게 권했다.
“무조건 등록하라고 하세요. 우선 발령을 받아 한동안 근무를 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대학에 진학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공무원이 괜찮다 싶으면 계속 다닐 수 있잖아요?
꼭 대학교를 가고 싶다면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렇게 해도 됩니다.”
아주머니의 아들은 그 말에 따라 등록을 하여 대천시에서 지방공무원이 되었고,
착실하게 근무하던 중 공무원 소양고사를 거쳐 충남도청으로 전근하였으며,
도청에서도 성실하게 근무하다가 또다시 소양고사를 거쳐 당시 기획재정부에 전근하였다.
그는 성실하고 머리도 명석하여 가는 곳마다 좋은 일꾼으로 인정받 받았고 사무관승진 후에는
다시 충남도청으로 돌아와 주요부서를 두루 거치더니
50대 중반에 이르러 마침내 서기관으로 승진하여 과장이 되었다.
지난 설 때 성묘차 고향마을을 가면서
입구에 걸린 그를 축하하는 프랭카드를 보며 옛날 일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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