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철쭉꽃이 한창이다.
산등성이에 무리지어 피는 철쭉은 화려하게 장관을 이루지만
나무숲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피는 철쭉 또한 청초한 모습이 예쁘다.
철쭉꽃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다.
10년 전 쯤의 일이다.
산행을 하는데 일행 중 한 여자 분이 산철쭉 꽃을 보고 ‘산유화’라고 했다.
그녀는 주요기관장의 부인으로 지식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꽃이 어렴풋이 산철쭉이라고 알았을 뿐 확신은 없을 때라
“사모님! 그것은 철쭉꽃인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자기도 그걸 철쭉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전에 산에서 만난 어떤 할아버지가 그것은 ‘산유화’라고 하면서
“알지도 못하며 함부로 철쭉꽃이라고 한다.”며 혼내더라는 것.
그래서 ‘산유화’라고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유화? 산유화라는 꽃이 있던가?
김소월(金素月)의 시에 산유화(山有花)가 나오긴 하지만 산유화란 산에서 피는 꽃의 총칭이 아닐까?
아무래도 미심쩍어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그 꽃은 산철쭉이 분명하고 산유화라는 별도의 꽃은 없었다.
옛날 어느 서당에 혀가 짧은 훈장님이 ‘바람풍(風)’을 ‘바담풍’이라고 발음하는 바람에
서생들은 이 글자를 ‘바담풍’이라고 알았다.
그 서생들이 다른 서당 서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있었는데
두 서당의 서생들이 ‘바람풍’과 ‘바담풍’으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하였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떠드는 사람으로부터 알게 된 잘못된 상식을 터득한 사람들,
또는 혀가 짧은 훈장으로부터 배워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잘못된 것들을 퍼트리는 일이 더러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이 그런 잘못된 지식이나 상식 또는 정보들을 알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나아가 그런 것들을 퍼트리는 매개인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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