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남의 책을 읽고 내인생 돌아보기

구슬뫼 2018. 1. 4. 20:26

요즈음 새로운 책 3권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바보로 사는 즐거움

필자는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도 봉사하는 삶을 평생 실천했다.

10대 때는 마을 문맹자들에게 편지 읽어주기와 대신 써주기, 그것을 면 소재지에 가서 부쳐주기, 산골마을인 자기 동네의 외딴 집들에 집배원의 편지 대신 전달해주기 등을 시작으로

 

20대 때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시골에서 올라온 고향사람들에게 자취방을 임시 숙박지로 제공하는가 하면 여러 지방 출신 학생들로 봉사단을 조직하여 불우청소년들에 대한 야학, 방학을 이용한 농촌계몽활동, 심지어 여차장들의 권익보호운동까지 봉사활동의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 갔으며 그런 활동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평생봉사로 이어져 헌신하였고

 

나이가 들어 60대에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는 전국 농민운동자 협의회장으로 도시민의 귀농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고향 면내 16개 마을회관에 자비로 떡 보내기, 마을 내 가난한 독거노인 9가구에 옥매트 선물하기,

그야말로 그의 일평생은 봉사와 헌신으로 점철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지난 삶이 부끄러워졌다. 나름대로 정직하게 살았다고 자부해 왔으나 내 삶은 나 혼자 살겠다고 아등바등 몸부림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남을 위해 산 부분은 별로 내세울 게 없다.

이제부터라도 필자의 삶을 반의반이라도 흉내 내며 살 수 있을지?

 

전봇대와 공무원

전직법원행정공무원이 낸 자신의 글모음 책인데 가족을 주제로 한 글이나 기행문도 있지만 칼럼형식으로 쓴 글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책의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대통령당선자가 질책한 공무원들의 안일무사 또는 복지부동을 소재로 쓴 글을 비롯하여 2장 옳고 그름을 떠나서’, 5장 역지사지‘, 6장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에서 정치·사회 구석구석을 날카로운 눈으로 살피면서 서민들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씀으로서 민초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청량제(淸涼劑) 같은 글들이다

 한편, 한편 읽으면서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 . . 하는 생각이 수없이 나게 하는 글들이었다. 망양지탄(望洋之歎)이랄까?

그런 글을 쓰지 못한 나의 아둔함을 새삼 한스럽게 느껴졌다.

 

발자취

산골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중학교도 제대로 못 다녀 중퇴하였지만 타고난 영특함과 성실한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전직공무원이 담담하게 쓴 일종의 수기 같은 시집(詩集)이다.

시를 잘 모르는 나는 대개의 시집을 읽으면 지루한데 이 시집은 그렇지가 않다.

잘 써진 시인지 아니면 초보적인 시작품들에 불과한지 판단조차도 나는 못하지만 싯귀(詩句들이 자연스럽고 무언가 친밀감이 느껴진다.

내가 살아온 역경과 비슷해서 그럴까? 동병상련 같은 심정도 든다.

그러나 언감생심(焉敢生心), 내가 감히 따라잡지 못할 훨씬 수준 높은 경지의 인물이 아닌가?

그만 못한 나의 타고난 우둔함을 한탄하게 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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