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는 주인이고, 그 이발소의 20년 단골손님인 이○○씨는 전직 공무원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씨의 직위가 읍장이어서 김 씨는 이 씨를 ‘읍장님’이라고 불렀고 그 후 시청과장으로 전보하자 호칭은 자연스럽게 ‘과장님’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 씨가 퇴직을 하니까 그의 아들 이름을 넣어 ‘아무개아버님’이라고 부르다가 그렇게 몇 년이 흐르자 김 씨는 어느 날 ‘이 씨’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처음 들었을 때 이 씨는 어리둥절했다.
나이(김 씨가 서너 살 아래임), 사회적 위치, 학식 등 어느 모로 보아도 자기보다 못한 그가 설마한들 그렇게 말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 씨는 그를 꼬박꼬박 ‘김 사장님’(직원도 없이 혼자 하니까 사장이라 하기도 그렇지만)이라고 부르는데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러나 다음에 이발소에 갔을 때도 그랬고 외부에서 만났을 때도 역시 ‘이 씨’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 씨는 듣기가 거북했다. 그렇다고 대어 놓고 불쾌감을 표시하진 않았다.
그를 차라리 안 만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으로 20년 단골이었던 이발소를 바꾸어버렸다.
김○○씨는 부름말을 잘못 사용한 덕분에 점잖은 단골손님 하나만 잃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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