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군화발자국

9월을 맞으며(軍시절 일기)

구슬뫼 2017. 10. 11. 15:43

이제 9월

지질증 나던 장마와 숨막히는 폭서를 가져왔던 여름도

조용히 막을 내렸다 보다.

코발트색 하늘이 더욱 선명해졌다.

조석으로 제법 서늘한 공기가 옷깃을 파고 든다.

아! 가을이다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들이켜라

가을을 마음껏 호홉하라

풀잎에 영롱한 이슬이 가을을 말해준다.

익어가는 오곡의 이삭위에서

탐스럽게 붉은 백과의 열매사이 사이마다

가을이 손짓한다,

오! 오곡백과 만발한 결실의계절이여

정녕 가을은 흐뭇한 계절이련가?


하지만 가을은 흐뭇한 계절만은 아닌 것이

후반으로 갈수록 삭막해진다.

황금벌판은 걷혀 사막같이 되고

불타는 단풍이 낙옆이란 이름으로 하나 둘 저 갈때

우리는 쓸쓸한 그 무슨 종점을 연상하게 된다.

휘엉청 밝은 달밤을 지새우며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노래가 너무도 구슬프게 흐르고

사랑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고독이란 두 글자에 신음하며 밤새워 애꿎은 양면지만 메꾸기도 한다.

별빛을 담은 이슬의 미소마저 차갑게 느껴지고

고향소식을 전하는 달빛마저 차가우면

고향 부모형제의 정만은 따뜻할거라

향수에 젖은 병사의 마음은

밤을 새워 편지를 쓴다.

196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