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군화발자국

담배(軍시절 일기)

구슬뫼 2017. 10. 5. 20:21


얼마전 담배가 떨어져 한나절 동안을 못피우다가

꽁초를 하나 발견,

반가운 마음에 얼른 불을 붙여 물었다.

쭈욱 빠는 순간 햐! 이거야말로 일미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담배꽁초의 진미를 다시한번 느껴본다.

담배란 참으로 맹랑한 것이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없어서 사람이 못사는 건 더욱 아니면서도

그러나 생활과 뗄 수 없는 사이가된게 바로 이 담배다.

불을 붙여 쭉 빨면 씁쓸한 그 맛

독특한 그 맛에

인상이 찌푸려지고 연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쿨룩쿨룩 기침이 나오고

눈물이 핑 도는 이 담배를 피우는 심정을 이해 못한다고 말했던

나 자신이 피우게 되었으니 

신기한 일이다.

원래는 일부 사람들의 낭만적인 멋으로 시작 되었을지도 모르는 이 흡연이

나중엔 대중화 되어 식후연초란 말이 나오게 되고

이제는 밥은 굶어도 담배는 못굶겠다는 중독자들이 오히려 정상화(?) 되고 있는 실정,

담배가 페암의 원인이 되느니 수명을 단축시키느니 하고

과학적 논리가 증명되고 있어도

이는 아랑곳 없이 마구 피워대는 애연가들이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

나자신 담배의 유해성을 부인치 못하는 심정이나

한나절만 못 피워도 구수한 담배 냄새를 그리워하니 역시 담배완 인연이 깊은가 보다.

피우지 않고 모르는 담배의 진미!

이는 애연가들만이 알 수 있는 진가란 것이다.

1969.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