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또 한명의 벗을 보내며

구슬뫼 2011. 8. 14. 16:23

 

 또 한명의 초등학교 동기동창생이 세상을 떠났다.

백승운이가 간지 20일밖에 안되는데 이종창이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달 20일경 오전 내내 무리하게 예초기 작업을 한 탓에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안 좋아 약을 사먹으려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다가 넘어져 의식을 잃은 지 한 달도 못되어 그렇게 된 것이다. 뜨거운 햇볕 속에 무리한 일로 머릿속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자전거를 탔으니 넘어진 거라고 한다. 119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으로 갔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는데 . . .

지나간 이야기 하면 무엇 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튼 벗은 그렇게 갔다.

 

 부자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논밭을 지으며 밥술이나 먹는 농가에 태어나 큰 어려움 모르고 자라나서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여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 온 친구였다.

젊었을 때 웬만한 사람들은 돈벌이 한답시고 서울 등 도시로 나가 떠돌다 오기도 했지만 종창이는 그 흔한 객지생활도 해보지 않았으며, 심지어 군대까지도 방위근무로 고향을 떠나지 않았던 친구, 평생을 농사밖에 모르고 고향을 지키며 순박하게 흙을 벗 삼아 살던 성실한 친구였다.

 

 지난4월 초 선친산소에 갔다가 답박굴(그 친구네 마을)로 돌아 나오는데 그가 마을사람 2명과 일하다가 마침 논두렁에서 쉬는 중이라 10여분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었다. 그때 그가 마을에서는 자기가 종장(宗長: 종실의 가장 어른, 그 마을은 이씨들의 집성촌임)”이라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는데 . . .

아니 716일 내 딸아이 시집가던 날 예식장에 와서 여혼 축하한다며 악수하던 손길이 아직도 느껴지는데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렸다.

 

 인생을 살다보면 젊었을 땐 친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오고, 세월이 지나면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오다가, 마침내 친구의 부고가 하나·둘씩 온다는데 내 나이가 바로 친구들의 부고를 받을 나이가 되었는가보다.

내가 열 살 철없을 때 처음 맞았던 할머니의 죽음, 열여섯 살에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맞았던 아버지의 죽음, 그 후 세상을 살면서 일가친척, 친지 등 수없이 많은 지인들의 죽음을 보아왔지만 벗의 죽음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더욱 허탈하고 착잡한 심정이 드는데 더구나 20일 사이에 거듭 두 벗의 부음을 들으니 심정을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벗들은 왜 그렇게 쉽게 가는가? 이 세상에 와서 한 일은 무엇이며 남긴 것은 무엇인가?

세상을 살다 간 유명했던 성인도, 이름 없는 필부도 다 그랬듯이

욕심내지 말라. 가진 것은 모두 내려놓아라. 결국 인생은 空手來空手去니라

하는 무언의 교훈을 남기고, 이 세상에서의 온갖 시름과 미련을 모두 떨쳐버리고 영면에 들어가는 벗들이여!

사랑하는 가족들, 애달파하는 친지들을 뒤로 한 채 말없이 떠나가는 벗들이여!

부디 잘 가시오.

진심으로 명복을 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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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벗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1.12.15일 저녁 7시쯤 초등학교 동기동창들 모인 자리에서

몸이 좋지 않아 나오지 못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짧은 농담까지 하였는데

두어시간 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으니 아! 이럴수가 . . . . .

주산중 제12기(주산농고 제10기) '임이랑'친구!

고인은 주산면 주야리 출신으로 학창시절엔 건강하고 힘센 장사의 대명사였고

1970-1990년대까지 'MBC카메라맨'으로 근무하다가

2000년대는 낙향하여 무창포해수욕장에서 민박집 '노을이 있는 풍경'을 운영하였습니다.

타고난 건강만 믿고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인지 심장이 나빠져 2-3년 고생하더니 67세의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오랜 서울생활에도  순박한 시골티를 그대로 간직한 좋은 친구였는데 . . .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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