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세상을 하직한 친구에게

구슬뫼 2011. 7. 25. 15:24

백형!

형이 가는 길이 너무 애달픈 듯 어제는 하염없이 궂은비가 내렸었소.

어차피 한번 오면 반드시 가야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친구의 죽음 앞에 우리들의 마음도 그 질척이는 비만큼이나 착잡하다오.

 

돌이켜보면 백형은 학창시절엔 학생대표를 맡아 활발한 활동으로, 그리고 날렵한 배구선수로 학우들을 주도했고

사회인이 되어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많은 새싹들을 가르쳤지요,

누구보다 훌륭한 참 선생님으로 인기가 높았던 당신은 결국 교장선생님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정년퇴임 후에는 본격적인 농부가 되어 흙과 시름하던 당신,

일평생을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안타깝게 70을 살지 못하고 떠나는구려.

 

이렇게 허무하게 떠날 인생이라면 퇴임 후에는 여유를 가지고 쉴 만도 한데 왜 그렇게 끝까지 일속에 묻혀 살았단 말이오?

이제 당신의 그 온화한 미소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둥글넓적하고, 믿음직한 검게 그을린 당신의 얼굴을 어디서 보나요?

친구들끼리 술잔을 기우리며 희희낙락거리는 우정의 자리에 당신은 나올 수 있나요?

 

백형! 당신을 못 잊어하는 많은 사람들을 두고 형은 홀연히 저승길을 떠나는구려.

일가친척, 친지, 제자들도 그렇지만 교통사고를 당하여 수년째 고생하는 부인에게 그렇게 심신을 바쳐 간호를 하더니 그 사랑하는 부인과 끔찍이 아버지를 염려하는 자녀들을 두고 어찌 그렇게 눈을 감는단 말이오.

 

옛말에 회자정리라고 만남엔 반드시 헤어짐이 따른다고 했던가요, 그러나 이별은 또 다시 만남의 기약이라고 하는데 사별은 그것마저도 안 되니 어쩐단 말이오.

우리를 삶과 죽음으로 갈라놓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우리 연약한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하리오,

할 수 없이 이렇게 눈물로 보낼 수밖에 . . .

 

백형! 당신은 참 좋은 친구였소. 우리는 진정 친구를 사랑했소.

부디 잘 가시오. 이제 이 세상에서의 희노애락은 모두 놓으시고 고통도 슬픔도 아무런 어려움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도록  우리모두 두손모아 명복을 빌겠소.

부디 영면하소서.

2011.7.25.

주산초등학교 제36회동기동창생 일동

 

이글은 초중등학교 동기동창생인 고 백승운 전 개화초등학교장의 영결식에서 읽은 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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