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초밥

구슬뫼 2011. 6. 13. 20:10

 대수롭지 않은 일로 병원에 입원하여 금식한 일이 있었다.

3일째 되던 날 딸아이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청년과 함께 문병을 왔는데 1230분에 도착한다던 아이들이 2시가 다 되어서 들어왔다.

아내의 점심으로 초밥 1인분(나는 금식이므로)을 사가지고 와서 저희들은 먹고 왔으니 잡수시라는 것, 이때 마침 의사가 들어와서 이제 음식을 드셔도 됩니다. 그리고 퇴원하세요. 라고 하였다.

아내와 나는 초밥을 청년과 딸에게 같이 먹자고 했으나 그들은 먹었다고 사양하므로 둘이서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틀이나 금식한 상태고 아내도 점심때가 훨씬 지났으니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딸아이와 청년은 밥을 먹지 않은 상태였다. 오는 도중 차가 막혀 늦었다는 것이다.

나는 금식이고 아내는 같이 나가 식사하자고 해도 하지 않을 것 같으니 1인분만 사가지고와 문병 후 나가서 저희들끼리 밥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금식이 풀리고 퇴원을 한다니 빨리 나갈 수가 없었던 것,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시간, 배는 쪼르륵 거리는데 그런 줄도 모르는 우리는 눈치 없이 초밥을 꾸역꾸역 맛있게 먹고 . . . 이를 지켜보는 그들은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아내와 나는 두고두고 미안하고, 그 애들은 두고두고 배꼽빼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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