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순 오른쪽 배 아랫부분에 작은 대추만한 멍울이 만져지면서 누르면 아픈 증상이 생겼었다. 맹장보다는 약간 위 같은데, 병원에 갔더니 장염으로 부었다며 약을 처방하여 주었으나 5-6일 먹어도 낳지를 않았다. 그런데 멍울을 손으로 자꾸 문지르니 방귀가 나오면서 멍울과 아픈 증상이 없어졌다. 약 3개월 동안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기에 신경성으로 가스가 차있었던 게 아닌가 하면서 스트레스 요인도 사라졌고, 아픈 증상도 없으니 되었다라고 안심한 일이 있었다.
(2011.2.21.)
아침에 먹은 식혜가 잘못된 것인지 배가 우글거리더니 오른쪽 배 아래에 전과 같이 작은 멍울이 생겨 누르면 아프다. 또 가스가 차는구나 하면서 연신 손으로 비벼 없애려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저녁때 서울에 계신 어머니께서 오른쪽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증세로 경희의료원 중환자실에 입원, 오늘 밤에라도 수술을 하실 참이라는 연락이 왔다.
(2011.2.22.)
왜 중환자실까지 가셨단 말인가? 이거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건 아닐까? 92세 이시니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돌아가시면 어쩌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나? 아침 8시 고속버스로 상경하는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아직 어머니는 수술 전이었다. 머리를 깎고 누워계신 초췌한 모습에 눈시울이 젖어 왔고 2시에 시작한 수술은 1시간 반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왜 살려 놓았냐?”며 울먹이는 노모의 모습에 또 다시 가슴이 메어진다. 당장 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고령이시라 수술 후에도 중환자실에서 당분간 치료를 받기로 한 어머니를 두고 병원을 나왔다.
오늘도 여전히 배 아픈 증상이 있었으나 어머니로 인해서 이래저래 뛰어다니다 보니 별로 신경을 못 썼는데 숨 가쁜 일이 지나고 병원을 나오자 갑자기 아픔이 더 느껴졌다. 누르거나 걸음 걸을 때마다 그 부분이 울린다. 형님과 동생이 병원에 가 보라고 종용하여 병원을 찾다보니 ‘인산한의원’이라는 곳이 있어 들어갔다. 의사가 살피더니 맹장염 같다면서 침을 놓으니 가스가 방출되면서 아픈 부위가 작아진다. “별거 아니겠지 가스가 찬 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형님 댁에 갔다. 어머니에 대한 걱정을 형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배를 연신 문지르고 스트레칭도 했으나 가스는 방출되지 않고 점점 아픈 부위가 확산되었다. 24시경에는 통증이 점점 심했으나 새벽녘에 방귀를 크게 뀌고 나니 시원해지며 아픈 부위도 작아지고 통증도 좀 적어졌다.
(2011.2.23.)
아침9시 인근에 있는 ‘김내과’라는 작은 의원에 갔다. 의사가 살피더니 맹장염은 아닌 듯 하고 초음파검사에 이어 이상이 있으면 CT검사를 해 볼 대상이라며 소견서를 써 주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양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강남성모병원’에 전화로 오후3시57분 검사를 예약했다. “암일까? 아닐 거야. 만약 암이라도 지난해 6월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으니 초기 암이라서 큰 문제는 없겠지”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가는 동안, 그리고 어머니를 뵌 후 검사시간에 맞춰 ‘강남성모병원’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이 혼란했다.
엑스레이 촬영, 피검사, CT촬영, 의사들의 문진 등을 거쳐 저녁 8시를 넘겨 나온 결과는 맹장염이 터져 당장 수술을 해야 하며 혹시 암도 있는지 수술하여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병원에는 급한 수술환자가 밀려 할 수 없다면서 협력병원을 추천하여 주었다.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기쁨병원’은 시설이 깨끗하며 의사, 간호사, 앰브란스 기사까지 모두가 친절하고 신속히 움직여 환자를 안심케 했다. 밤9시에 도착, 10시에 시작된 수술은 1시간 반 만에야 끝났다. 일반적인 맹장염은 복강경을 통해 30분 이내에 수술을 마칠 수 있다는데 그게 터져 20시간 이상 지났으므로 피고름이 흩어져 어려움이 컸던 모양이다. 암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3cm를 절개하여 속에 있는 주먹만 한 피고름덩어리를 꺼내 손으로 만져 확인하고 주위에 흩어진 불순물의 제거 작업을 하였다는 것,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충수염(맹장염)이 터지면 내용물이 복강으로 쏟아져 들어가 복강과 복부의 장기를 덮는 막이 세균에 감염, 복강염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인체의 보호 메커니즘으로 복막염을 예방할 수 있는데, 한 겹의 지방조직으로 된 장망(omentum)이 염증이 생긴 충수 주변을 덮고, 보통 염증부위에서 흘러나오는 삼출액이 풀처럼 작용해서 충수를 봉함으로써 주위 복강으로부터 충수를 격리시킨다.”고 되어 있다. 아마도 피고름덩어리가 주먹만 하다고 한 것은 바로 보호막이 형성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2011.2.24.)
507호실에 입원한 나는 물도 못 마시는 철저한 금식 속에서 가스가 나오길 기다리며 피고름이 흘러나오도록 호스를 연결한 주머니를 찬 채, ‘누워서 쉬다’ ‘일어나 운동하기’를 반복했다. 운동이래야 짧은 병실사이 복도를 천천히 오가는 것에 불과하지만 수술 후인지라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안았다. 가스는 24시간이 지난 밤12시가 다 되어서야 첫 번,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경에 두 번째로 나왔다.
(2011.2.25.)
가스가 두 번이나 나왔지만 오전 9시30분 의사회진 후에야 물 먹는 게 허용되고 저녁부터 죽을 먹으라고 했다. 오후5시 의사선생께서 다시 회진하면서 “내일 퇴원 하시죠, 그리고 월요일에 호스(피고름 주머니)를 빼시죠” 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수술전문병원이라서 수술 후 1-2일이면 대개 퇴원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수술비를 제외 한 입원비는 별로 많지도 않아 병원 수입에는 큰 비중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벌써 퇴원? 아직 일어나고, 눕고, 걷기 모두 어렵게 하는데 퇴원을 하라니 기가 막혔다. “선생님, 저는 집이 시골이라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월요일에 호스를 빼고 퇴원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 했더니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하여 안심하였고, 다음날 한 번 더 의사회진을 받았다.
(2011.2.26.)
의사가 호스를 뽑고, 거즈를 붙이고, 3일분 약을 주면서 경과가 좋으니 퇴원하여 운동 등 몸조리를 잘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한다. 이것저것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감사하다는 마지막 인사를 한 후 병원을 나왔다.
수술을 맡았던 최석경 과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간호사들, 앰브란스 기사 아저씨, 청소부 아줌마, 식사를 가져다주던 아줌마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기쁨병원’은 깨끗하고 친절한 참 좋은 병원이었습니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겠습니다.
※검사에서 입원, 퇴원까지 몸 고생 마음고생, 함께 한 아내와 아들, 딸에게 미안하고
병원을 찾아오셔서 아픔을 같이 해주신 형제들과 그 가족, 처형제들과 그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전화로, 문자 멧세지로 위로해주시고 마음 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일반적인 이야기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을 하직한 친구에게 (0) | 2011.07.25 |
---|---|
초밥 (0) | 2011.06.13 |
아들이 보고 싶다. (0) | 2010.12.19 |
소박한 바램 (0) | 2010.09.27 |
벌초풍습 언제까지? (0) | 2010.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