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금초(벌초) 하던 날

구슬뫼 2008. 8. 30. 10:03

 8월 29일, 조상묘역의 금초(벌초)를 하는 날이다. 서울에서 형님내외분과 셋째아우 내외가 내려와 같이 하기로 되어있다.

 아내와 함께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수박과 맥주 그리고 매실음료수와 보리차를 준비하여 아이스박스에 챙겨가지고 집을 나서 웅천의 농기구수리센타(친구가 경영)에 가서 미리 주문했던 예초기를 사가지고 산소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서울에서 오는 가족들은 웅천역에 11시 30분에 도착예정으로 되어 있다. 나는 속셈으로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1/3정도는 깎아야지 하면서 예초기를 가동하여 풀을 베는데 5분도 안되어 기계가 작동을 멈춘다. 다시 해 봐도 역시 마찬가지, 할 수 없이 수리센타에 가서 고쳐가지고 역전으로 나가 서울에서 오시는 가족들을 태워가지고 돌아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은 쨍쨍 내려 쪼이고, 바람도 없어 더위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더구나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이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나와 아우는 교대로 예초기를 가동하고 형님은 낫으로 풀을 베고 나머지 가족들은 베어놓은 풀을 나르고 갈퀴로 깨끗이 긁기를 2시간, 드디어 작업이 끝났다. 어렵긴 해도 말끔해진 산소를 바라보니 기분이 흐뭇하다. 그늘에서 마시는 맥주 한 컵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가족들은 웅천소재지에 있는 음식집에서 때 늦은 점심을 맛있게 하였다. 그리고 서울에서 오신 가족들은 기차편으로 상경하였다. 가족들 모두 모처럼 안하던 일을 해서 어깨며 허리며 아프기도 하지만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일했으니까 탈이야 안 나겠지,

 멀리까지 금초를 위해 걸음하신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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