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주례와 관련한 이야기

구슬뫼 2008. 2. 2. 11:37
 

                                            주례와 관련한 이야기

 

 주례는 나이가 지긋하고 인생경험이 많은 사람이 서는게 일반적인 예이다. 은사나 평소 존경하는 분, 또는 직장의 상사나 신랑 아버지의 친구가 서주기도 한다. 사회적 저명인사나 유명한 정치인을 주례로 모시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는 40도 못된 나이에 첫 주례를 섰다. 친형처럼 가깝게 지내던 이종형님이 맡 아들의 결혼주례를 내게 맡겼던 것, 거듭 사양했지만 막무가내인 그 형님의 고집으로 결국 신랑신부 앞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주례는 나이가 들고 주민과 직접 대면하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늘어 지금까지 50여 회의 주례를 섰고 퇴직 후에도 어쩌다 한 건씩 주례부탁이 들어오기도 한다.

 

 주례를 서려면 우선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한다. 신랑신부가 첫출발을 하는 중대한 일인데 성의 없게 할 수는 없는 것, 그래서 주례를 맡으면 결혼식이 있기 2-3일전부터는 초상집이 있어도 조문을 가지 않는다. 그리고 주례를 서는 날에는 새벽같이 목욕탕에 가 몸을 깨끗이 씻고 마음을 엄숙하게 가지기 위해 조심을 하며 결혼식 전까지는 약주도 삼가고 누구와 다툼도 피한다.

 

 주례사가 길면 하객들이 지루해 술렁인다.  그래서 주례사는 간단하게 한다.

 1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변함없는 참된 사랑을 강조한다.

 2 부모에 대한 효도를 부탁한다.

 3 바람직한 사회인이 되어 줄 것을 부탁한다.

 4 행복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 가정이라는 금고에 차곡차곡 행복을 저축하라고 한다.

 5 하객들에게 신랑신부가 잘 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

 

 예식이 끝나면 신랑신부 친구들이 약간의 행사(?)를 하는 게 보통이다. 요즈음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짓궂은 장난에 신랑신부가 애를 먹기도 한다. 신랑에게 만세삼창을 시킨다거나,  팔굽혀펴기를 시키기도 하고, 신부를 업고 다니라든가, 신발 한 짝을 들고 다니며 하객들로부터 동전을 구걸하는 등 그 유형도 여러 가지다. 풋풋한 젊은이들의 행동을 하객들도 애교로 받아주는 것 같다.


주례를 서면 어려운 일, 재미있는 일 등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생긴다.

○한번은 신부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오랫동안 병간호 끝에 돌아가신 후 1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 심정이 어땠으랴? 식을 올리는 동안은 물론 기념사진을 찍을 때까지도 계속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12시 대천에 있는 예식장이었는데 이어서 13시에 웅천에 있는 예식장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놓은 상태라서 빨리 사진을 찍고 옮겨가야 하는데 신부가 눈물을 참지 못해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한데 시간은 자꾸 늦어지고  . . .초조함 끝에 사진을 찍고 허겁지겁 다음 예식장으로 간신히 시간을 대어 달려간 일은 지금까지 잊혀 지지 않는 일 중의 하나이다.

 

○한 예식장에서 12시와 13시, 2건의 주례를 서게 되었는데 13시에 올리는 예식의 주례사 중 “신랑 ○○○군과 신부○○○양의 결혼식을 . . .”부분에서 12시 결혼식 신부 이름을 말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그 실수를 알지 못하고 식을 마쳤고 신랑신부가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인사차 들려서는 그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그날 녹화한 비디오테잎을 가져오라 하여 실수한 부분을 다시 녹음하여 감쪽같이 고쳐준 사실이 있었다.

 

○결혼식은 대개 초혼인 총각과 처녀의 만남이다. 주례사의 내용도 그에 맞는 내용으로 써서 앞에 놓고 읽거나, 말을 하는 게 상례이다. 한번은 잘 아는 예식장에서 주례가 없으니 한번만 서 달라고 하기에 평소에 쓰던 주례사 내용을 준비하여 가지고 시간을 맞춰 가보니 신랑신부가 10년 이상을 살고 있는 40세가 넘는 중년이었다. 준비해 간 주례사를 사용할 수 없어 즉석에서 주례사를 그들에게 맞는 내용으로 바꾸려니 몹시 당황하였던 일이 있었다.

 

○이 밖에도 미끄러운 눈길이나 교통체증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례가 예식시간에 도착치 못하거나 심지어 혼주나 신랑신부가 늦게 도착하여 애를 태우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을 일일이 다 기록하기는 어렵다.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첫 출발하는 성스러운 행사이다. 사랑이 철철 넘치고 행운과 영광이 가득한 가정을 꾸려 잘 살 수 있도록 주례는 기쁘고 경건한 마음으로 앞날을 축복해주어야 한다.

 내가 주례를 맡았던 신랑신부들 친구의 자녀,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 고향 일가친척의 자녀 모두들 결혼식장에서 다짐한 약속대로, 주례사에서 당부한대로 지키며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들딸은 몇씩이나 두고 얼마나 다복하게 사는지도 궁금하다.

 그들 모두의 앞날에 더욱 큰 행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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