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명언

열국지8-10

구슬뫼 2024. 10. 3. 13:22

列國誌 8 : 여불위와 자초의 대화

여불위는 정성껏 술상을 마련하고, 자초와 단둘이 마주 앉아 융숭히 대접하며 물었다.

"殿下는 지금은 비록 이 나라에 볼모로 잡혀와 계시기는 하오나, 언젠가는 고국에 돌아가셔서 통을 이어받으셔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자초가 쓸쓸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언제 고국에 돌아갈 수가 있게 될지는 아득한 일이오. 게다가 나에게는 형제가 스물두 명이나 있어서 왕위 계승이 나에게 돌아오게 될 지도 알 수가 없는 일이오." "전하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형제가 비록 스물두 명이나 더 있다고 하지만 태자비인 화양 부인의 친아들은 한 명도 없지 않사옵니까? 하오니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전하께서도 얼마든지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옵니다. 전하께오서 만약 그런 뜻이 계시다면 제가 死力을 다해 전하를 도와 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자초도 평소부터 생각해 온 바가 있었던지 여불위의 부추기는 말을 듣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왕자로 태어난 몸이니, 어찌 왕위에 무관심할 수가 있겠소. 그러나 나는 이곳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있는 몸. 언제 고국에 돌아가게 될지 그것부터가 문제요.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오." 여불위는 자초가 大望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되자 크게 기뻐했다.

"전하께오서 고국에 돌아가시는 것은 수단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옵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전하께서 화양 부인에게 적사자로 인정받으시는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왕위 계승권은 자동으로 전하께 돌아오게 될 것 이옵니다."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그러나 여기에 있어 가지고는 어떠한 노력도 불가능한 일이오." 자고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더구나 이런 일에는 깊은 계략과 많은 자금이 필요 하므로 아무나 나설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그러나 전하께오서 용납해 주신다면 제가 모든 智略과 전 재산을 기울여, 전하께서 왕위를 이어 받으실 수 있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그러자면 大人이 진나라에 직접 다녀와야 할 게 아니오?"

"물론이지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직접 뛰어들어야 합니다."

자초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지, "도데체 대인은 무엇 때문에 나를 위해 그토록 애를 쓰겠다는 것이오?"하고 묻는 것이었다.

여불위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전하께서 잘되셔야 만 저도 잘 될 것이 아니옵니까? 전하를 하는 일이, 곧 제 자신을 위하는 일이옵니다. 전하께서 왕위에 오르게 되시면 설마 저를 모르신다고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자초는 그제서야 납득이 가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나를 왕위에 오르게만 해 준다면, 대인을 宰相에 봉할 뿐만 아니라, 대대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리도록 해 드리겠소이다." "황감하옵니다. 그 말씀, 꼭 잊지 마시옵기를 바라옵니다."

그리고 여불위는 현금으로 1천 냥을 자초에게 선뜻 내어 주며 이런 부탁을 하였다.

"그러면 저는 일간 진나라로 가서 전하의 귀국 후의 일에 대해서 모종의 지략을 펼치고 돌아올터이온 즉, 전하께서는 이 돈을 가지고 제가 없는 사이에 이 나라의 貴人들과 친교를 깊이 맺어 두도록 하시옵소서. 앞으로 큰일을 도모하실 때, 조나라는 전하의 적국이 되겠지만 이 나라의 귀인들과의 친분을 두텁게 해 둘 필요가 분명히 있사옵니다."

"알겠소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 일이 성공하면, 대인의 은공은 죽도록 잊지 않겠소."...

두 사람의 굳은 언약이 성립되자 여불위는 진나라로 떠나기 위해 그날부터 진귀한 보물을 추리며 모으고 사들였다. 큰일을 도모하려면 많은 돈과 귀물을 아낌없이 써야 하기 때문이었다.

 

列國誌 9 : 呂不韋'사람 장사' ~ 1단계 성공전략

'子楚'를 화양 부인의 適嗣者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 여불위가 진나라의 국도(國都)인 함양(咸陽)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달포가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대궐에 사는 太子妃 화양부인을 직접 만나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함양에는 평소부터 商去來를 해오는 정자장(鄭子莊)이라는 巨商이자 각별한 친구가 있었다.

여불위는 정자장을 찾아가, 보석을 선물로 주며 말했다.

"내가 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있는 자초 공자의 밀서(密書)를 은밀히 가지고 , 태자비를 만나 뵈러 왔는데, 어떡하면 화양 부인을 만나 뵐 수가 있겠소?" 정자장이 대답하는데,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오. 화양 부인의 남동생인 양천군(陽泉君)이 나와는 막역한 친구이니, 그 친구에게 부탁하면 화양부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이오. 당신이 꼭 필요하다면, 내일이라도 양천군을 소개해 드리리다."

이리하여 양천군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여불위는 양천군에게 자기를 소개하고 곤륜산에서 나온 백옥(白玉) 한 쌍을 선물로 내밀며 말했다.

"저는 자초 공자의 밀명을 받고, 태자비를 만나고자 우선 공을 뵈러 왔사옵니다."

"자초 공자가 무슨 일로 당신더러 태자비를 만나 뵈라 하더란 말이오?"

"밀서를 써 주시면서 아무도 모르게 태자비께 직접 전하고 오라는 분부셨습니다."

"太子妃께 밀서를 전해 달라고?" 양천군은 고개를 기울여 보이며,

"당신은 자초 공자하고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사이요?"하고 묻는다.

"자초 공자는 불우한 처지에 계신 관계로, 틈만 나시면 저희 집에 놀러 오셔서 저를 형제처럼 믿고 항상 자기 신세를 개탄 하시옵는데, 공자께서 자모(慈母)이신 화양 부인을 사모하는 효성은 그야말로 눈물겹도록 간절하시옵니다. 모르긴 모르되, 밀서의 내용도 아마 그런 실정을 토로하신 글이 아닌가싶사옵니다."

"...그래요? 그런 편지를 가지고 왔다면 내일쯤 태자비를 한번 만나게 해드리지요." 여불위는 그 기회를 이용해 이렇게 물어 보았다. "화양 부인에게는 아드님이 몇 분이나 계시옵니까?" "왕자가 많기는 하지만, 당신이 낳은 아들은 한 명도 없다오." 그 말에 여불위는 짐짓 놀라 보이며 말했다. "친아들이 없으시다면 노후를 누구에게 의탁하실 것이옵니까? 지금이라도 현명한 왕자 한 분을 적사자(嫡嗣子)로 선정하시어 노후를 대비하셔야 하실 것이옵니다."

양천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역시 그 문제 때문에 속으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오." 여불위는 내친 김에 이런 말을 하였다.

"제가 자초 공자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자초 공자는 화양 부인을 향한 효성이 하도 극진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화양 부인은 나의 생모는 아니시지만, 나는 어려서 부터 생모를 모르고 화양 부인 품속에서 자라 왔기 때문에, 내게는 화양 부인이야말로 생모 이상으로 고마우신 어머님이라오.>하고 말씀하시면서 굵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제가 알기에 효성이 이토록 지극한 자초 공자를 제쳐 놓고 다른 아드님을 적사자로 선정하신다면, 먼 훗날 화양 부인의 태후(太后) 지위도 다른 분에게 빼앗길 염려가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양천군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내일 태자비를 만나게 해 드릴테니, 편지와 더불어 자세한 사정을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시오."

 

열국지 10

다음날 여불위는 양천군과 함께 대궐로 들어가 태자비 화양 부인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여불위는 화양 부인께 큰절을 올리고 야명주(夜明珠), 조안주(照顔珠), 온량잔(溫凉盞)등의 진귀한 선물과 함께 자초의 편지를 내 놓으며 품했다. "이 편지와 선물은 모두 子楚 公子께서 어머님께 전해 달라고 하신 것이옵니다."

화양 부인은 양천군을 통해 대강 말을 들은 지라, 편지와 선물을 받으며 눈물부터 흘렸다. "남의 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있는 어린 자초가 이 에미를 그토록 그리워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이즈음 자초의 건강은 어떠하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오나, 그보다도 어머님을 그리워하시는 심정으로 하루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으시옵니다." "그런 고생 중에도 나를 잊지 않고 이런 편지와 선물까지 보내 주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르겠구려."

화양 부인은 너무도 감격스러워 남편인 안국군(安國君)을 그 자리에다 모셔다가 여불위를 소개하며 말했다. "자초가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가 있으면서도 이런 편지와 선물까지 보냈으니 얼마나 기특한 일입니까?" 태자 안국군도 아내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무슨 사연을 보냈는지 어서 편지를 뜯어보오."

말할 것도 없이 그 편지는 여불위가 꾸며 쓴 내용이었다. 자초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불초자(不肖子), 삼가 목욕재계하고 모친 전에 글을 올리옵니다. 불초자는 자애로우신 양친의 슬하를 떠난 이후로,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에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날이 없사옵니다. 밤마다 꿈속에서는 부모님을 반갑게 만나 뵈오나, 깨고 나면 운산(雲山)이 첩첩(疊疊)한 타국 멀리 적국(敵國)이어서 그때마다 눈앞이 캄캄해 올 뿐이옵니다. 제가 만약 새였다면 날아서라도 부모님을 만나 가뵈오려만, 날개가 없어 오직 눈물만 흘릴 뿐이옵니다.

화양 부인은 여기까지 읽다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 태자 안국군도 아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금할 길이 없어, 그 역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다음을 어서 읽어 보오." 화양 부인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편지를 계속해 읽었다.

 

"... 소자, 몸은 비록 타국에 잡혀 와 있사오나 마음으로는 고국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사옵니다. 더구나 저를 정성으로 길러 주신 아버님, 어머님께 아무런 효도도 못하는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질 듯이 괴롭사옵니다. 소자가 비록 하씨(夏氏)의 몸에서 태어났사오나, 어머님께서는 생모의 얼굴조차 모르는 저를 어렸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친자식과 추호도 다름없이 자애롭게 길러주셨기 때문에, 어머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갚지 못함이 더욱 괴롭고 슬프옵니다. 이제 불효막심한 죄를 만 분의 일이라도 씻고자 야명주와 조안주, 온량잔을 구해 보내드리오니, 어머님은 소자를 만난 듯이 받아 주옵시고, 아버님께서는 온량잔으로 약주를 드실 때마다 멀리 있는 소자를 생각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아버님께서는 후일에 왕위에 오르시거든, 부디 만백성들에게 선정(善政)을 베푸시어 온 천하가 우러러 모시는 성상(聖上)이 되어 주시옵기를 멀리서 비옵니다. 끝으로 이 편지를 가지고 가는 '呂不韋'라는 사람은 나라의 유명한 거상(巨商)이온데, 소자를 물심양면으로 끔찍하게 도와주는 소자의 은인이오니, 양친께서는 추호도 의심치 마시고 친절히 대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화양 부인은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안국군도 눈물을 닦으며 처남인 양천군에게 묻는다. "자초를 본국으로 데려 올 무슨 방도가 없을까?" 양천군은 그 말을 받아 여불위에게 묻는다. "당신은 유명한 거상이라고 하니까, 무슨 일에나 수완이 대단할 것이 아니오? 당신의 수완으로 자초를 여기까지 데려다 줄 수는 없겠소?"(계속)

'고사, 명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국지15-17  (0) 2024.11.06
열국지11-14  (0) 2024.10.18
열국지7  (0) 2024.09.21
열국지6  (0) 2024.09.19
열국지5  (0) 202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