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애마를 보내며

구슬뫼 2022. 10. 11. 21:30

2002년에 사서

지금까지 타 온 나의 애마,

너도 늙고 너만큼 말도 늙었다며

새 차를 사라고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곧잘 놀렸지만,

이 나이에 새 차를 사 봐야

몇 년이나 더 운전하랴 싶어

사지 않고 오래된 차를 그대로 타왔다.

평소에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

원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만 운행하였던 탓에

20년이나 탔어도 10km도 못 되는 주행거리,

작은 접촉사고가 한 번 있었을 뿐,

험하게 타지 않아 외형상은 새(?) 차 비슷하던

내 승용차를 폐차장으로 보냈다.

 

자녀들은 몇 년 전부터

나에게 나이가 많아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운전하는 게 불안하다며,

승용차를 없애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아직은 운전할만 하다는 자신감,

그리고 당장 그걸 없애면 불편이 예상되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내 큰 결심(?)을 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아끼면서 손 때 묻혀온

사랑하는 나의 애마,

은회색으로 깔끔한 너에게 내 몸을 싣고

시원한 해안도로호젓한 산길,

쭉쭉 뻗은 고속도로,

고즈넉한 고향길을 달리던 기억들,

아내와 함께 타고, 귀여운 손주들과 타고,

친구들과 타고, 지인과도 타고 . . .

그렇게 스무 해를 같이 해온 애마를 보내려니

서운한 마음이 어찌 없을 것인가?

자동차 말소 등록 사실증명서를 받고 보니

애마와 함께 한 그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일반적인 이야기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체험  (1) 2022.12.04
친목회를 해산하며  (0) 2022.11.25
보이스피싱 통화경험  (0) 2022.08.16
독버섯 주의보  (0) 2022.08.07
블로그를 바꾸었더니 . . .  (0) 2022.07.11